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작년이 되어서야 코스웍을 마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공부를 잘해서 장학생이 아니라, 오래 공부해서 장(長)학생인 셈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학생처럼 좋은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랜 시간동안 갇혀있는 듯한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이젠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청년/학생으로, 혹은 그들을 섬기며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들이 있을 것이다.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람들이 가진 답답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고, 결혼을 생각하고 있으나 아직 마땅한 배우자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고민보다 더 심각한 고민이 있을까. 이미 바닥을 친 통장의 잔고로 인해 시름에 놓인 친구도 있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놓인 가족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후배와 제자들의 절절한 눈물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청년/학생의 때를 지나 장년이 된다면 그 삶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손에 잡힐 듯한 삶의 일상적인 영역에서의 어려움들이라고해도 이런 종류의 고난도 무시할 수 있을만큼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정신적 질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자해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의 삶이 자기 앞가림을 하기에도 급급한 마당에 복음과 민족과 나라는 어디있으며, 땅의 끝은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1986년 여름, 고물차를 끌고 또 아이들을 들쳐업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 든 젊은이들이 있었다. 폐차장을 연상케하는 주차장에 세워진 참석자들의 고물차들은 당시 아무런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조국의 암울한 미래를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첫번째 코스타 수양회에 참석했던 코스탄들 역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던 유학생으로 고뇌를 고스란이 안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모일 수 밖에 없었고, 눈물을 뿌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선배들이 처해있던 시대적인 문제 속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과 현실에 짓눌렸던 총제적인 어려움은 어쩌면 사람의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복음으로 인해 감사하며, 눈물로 민족의 미래를 하나님 앞에 의탁함으로 마침내 그들의 땅끝을 발견할 수 있었다.  

25년 전  코스탄들의 어려움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민 사이에는 큰 괴리감이  있는 듯 하다. 그 동안 강산이 두 번이 넘게 바뀌면서 시대도 달라졌고, 사상과 가치체제 그리고 세대의 폭도 달라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난 25년 동안 KOSTA/USA를 통하여 미국 내 한인 학생/청년들을 향한 놀라운 일들을 행하셨다. 어그러진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삶의 고통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의 눈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하셨고, 우리로 민족과 세대를 끌어 안을 소명과 소망을 알게 하셨다. 또한 편하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 그것에 만족하며 안주하는 것이 아닌, 삶의 영역을 뛰어넘을 수 있는 땅끝을 향한 도전을 부어주셨음에 감사드린다.  

지금까지 KOSTA/USA를 통해 수많은 헌신자, 그리고 일상에서 복음적인 삶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현해가는 숨겨진 보석같은 코스탄들이 있다. 이제 25년을 맞이하는 2010년 KOSTA/USA 연차수양회를 통해 코스타 운동을 이어가고, 하나님 나라를 이땅에 세워갈 한인 청년/학생 디아스포라를 부르신다.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귀한 복음의 축제와 부르심의 현장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한다. 
 

KOSTA/USA

총무간사 김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