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6년 1월호

내가 jjKOSTA와 인연을 맺은 건 2002년 봄, 그러니까 처음 코스타에 “조장 코스타” 라는 것이 생겨날 때였다. 어느 간사님의 부탁(?)으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순종” 해서 시작된 섬김이 어느새 햇수로 5년째 접어들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코디”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생소했고, 미국을 10개의 지역 (처음에는 10개의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었음)으로 나눈 것도, 각각의 지역에 인터넷 게시판을 링크해 둔 것도 조금 특이하게 생각되었다. 한번 미국 사람들이 jjKOSTA 홈페이지에 와서 자신의 나라 지도가 10개의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지역마다 주지사도 아니고 무슨 의원도 아닌 “코디”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이 지역이 자신이 섬기는 지역이라고 한다면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상상을 해보라. 미국이 가나안 땅도 아니고, 코디들이 12지파를 대표하는 이들도 아닐 텐데, 왠지 처음 jjKOSTA 홈페이지에 올라온 미국지도를 보면서 나는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라는 갈렙의 기도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충동이 들곤 했었다. 10개로 나눠진 지역 중 내게 주어진 “땅”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스케일 작은 나에게 넓게 그리고 황량하게 느껴지는 땅이었다. 지도상의 색이 회색이어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땅은 넓으나 그 땅의 넓이와 영적상태는 반비례로 느껴졌던 건 왜였을까? 마치 감당하지 못할 것을 떠 넘겨받은 어린애처럼 잠시 멍하게 있던 나에게 문득 이 땅을 내게 주신 이유가 이 땅을 위해 기도하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미국에 산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10지역으로 “배당” 받은 주 (State) 중에는 솔직히 처음 알게 된 주도 있었다. 그 주들의 이름을 부르며, 지도를 보며 내게 맡겨주신 땅 (적어도 내게 맡겨주셨다고 생각한 땅)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땅에서 영혼을 섬길 제자들이 일어나길, 그 제자들이 코스타 조장 훈련을 통해 일어나길 사모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코디로서 내게 주어진 지역을 섬기는 방법은 기도가 우선이었지만 구체적인 섬김은 인터넷을 통해 주로 이뤄져야 했다. 개인적으로 그 당시만 해도 인터넷과 친하지 않았고 (이메일을 일주일에 한두 번 체크할 때였으니^^), 한글자판도 사실 익힌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때라 인터넷 게시판을 어떻게 섬겨야할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섬기는 대상이 되는 조장님들의 얼굴도 잘 모르면서 인터넷으로 처음 인사하고 조장훈련을 편하게 받으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것도 처음엔 좀 막막했다. 내 성격이 그렇게 외향적이지도 않고, 또 인터넷을 통해 만나는 조장님들의 반응이 어떠실 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걱정 반 그리고, 알 수 없는 기대 반으로 조장님들께 한 분 한 분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단번에 답장을 주시는 분도 있었고, 여러 번 애원하는 이메일을 보내고서야 답을 주시는 분도 있었다. 입장을 바꿔 나라도 처음 보는 사람이 대뜸 “제가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섬기는 코디입니다” 라고 이메일을 보내서 조장훈련을 돕겠다며 게시판에 자기소개를 올리라고 한다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인내하고 계속 시도하되 최대한 친절하게 부담 느끼시지 않게 섬기려고 했다. 때론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인터넷에서 얼굴을 두껍게 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먼저 소개하고 친해진 조장님들과 코스타에서 만날 때는 참 긴장되고 떨리기도 했다. 마치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러 집을 나서는 사람의 마음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다. 만나기도 전부터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하던 조장님들이었기에 코스타 기간 동안에 스쳐지나가다 얼굴만 봐도 참 반갑고, 위해서 기도가 나왔다. 조장님들이 코스타 기간을 통해 영혼을 섬기며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그리고 삶의 자리로 돌아가 제자의 삶을 계속 사실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보내는 코스타 집회는 또 다른 은혜로 다가왔다. 또한 함께 코디로 섬기는 분들과 멘토님들을 인터넷의 “담”을 넘어 만나는 것도 기쁨이었다. jjKOSTA 게시판은 모든 지역이 통합된 게시판이 없기에 다른 지역 보드를 엿보기(?) 위해선 담을 넘어 (다시 jjKOSTA 홈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코스타가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한 jjKOSTA게시판은 코스타 이후 한 달 정도는 집회의 여파로 그 흥분과 활기가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대체로 8월에 접어들면서는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코디가 게시판을 무작정 지키며 도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용해진 게시판을 보면서 왠지 나도 덩달아 조용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한번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인적이 드물다고 아예 문을 닫아버리면 어쩌다 지나가던 사람이 인사하려다가도 머쓱해서 돌아나가게 되지 않을까? 그 중에 오늘 하루 너무 지쳐서 말씀도 보지 못하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목마른 사람이 있다면, 또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에 역사한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그냥 돌아나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눠주세요.”라는 부탁의 이메일보다 내가 먼저 나누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제자로 살면서 또 제자 삼으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캠퍼스에서 성경공부하면서 기뻤던 일, 마음 아프게 한 사람들, 감동시킨 이들,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면서 아이들에게서 배웠던 맑고 순수한 신앙, 가족들, 친구들과의 대화중에 깨달은 것들, 읽다가 힘을 얻었던 성경구절, 찬양, 시 등등…….


재밌는 것은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 주위에 일어나는 작은 일 하나하나에 더 주위를 기울이며 영적으로 민감해 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마치 육아일기를 쓰는 엄마처럼 내 주위에 일어나는 아주 작은 일 하나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도 묵상하며 그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는 기쁨이 참 쏠쏠했다. 작은 화분 하나에 습관처럼 물을 주다가 어느 날 꽃이 피게 되었는데 그 꽃이 나를 왜 흥분시켰는지……. 그저 ‘꽃이 피었다’, ‘예쁘다’로 끝날 수도 있을 일이 영혼을 섬기며 말씀으로 물을 주는 것과 연결이 되어 생각하니 어찌나 큰 깨달음을 주던지……. 때론 어느 분이 지나가면서 던진 말 한마디,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던 표정하나가 예사롭게 지나가지 않아 곱씹어 생각하다가 그것이 말씀과 연결이 되어 내 머리를 때리기도 하였다. 함께 성경공부 하며 섬기는 캠퍼스의 영혼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느껴질 땐 그것이 너무 기쁘고 자랑하고 싶어 게시판에 써 내려가기도 했다.


그렇게 가끔 올리던 게시판의 글들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섬기는 지역 조장님들이었는지, 다른 지역 조장님들도 있으셨는지도 또는 내가 전혀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있으셨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내가 생각하는 청중은 다수가 아니고 어느 특정인도 아니라 우연히 지나가다 내가 올린 글을 읽고 공감할 그 한 사람이다. 누군가 오늘 “좁은 문” 을 지나가다 지친 무릎을 내가 나누는 글을 읽으며 다시 일으켜 세워 걸을 수 있다면 그것은 더할 수 없는 기쁨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섬기는 캠퍼스에서 성경공부를 하다가 주기철 목사님의 얘기가 나왔다. 어느 형제가 그 분이 순교하지 않으시고 사셔서 말씀을 전하셨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으셨을 텐데, 하나님이 보실 땐 손해가 아니었을 까라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을 받고 문득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사셨을 때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 분은 고작 33년을 사시면서 단 12명의 제자만을 두셨던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예수님이 므두셀라처럼 969세까지 살면서 빌리그레함 목사님처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도 집회를 하셨다면 적어도 12명보다는 훨씬 많은 제자들을 두지 않으셨을까, 아니 제자들이 전할 필요도 없이 어쩜 전 인류가 직접 예수님을 통해 복음을 전해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하나님의 방법은 그렇지 않았다. 예수님의 12제자가 또 제자를 삼고 그 제자들이 또 제자를 삼는 참으로 느리고 더딘 방법으로 복음이 전해지게 하셨다. 놀라운 것은 그 연약하게 느껴지던 제자들을 통해 전해진 복음이 오늘날까지 끊이지 않고 또 변색되지 않고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jjKOSTA를 시작할 때 미국의 50개 주를 바라보며 감히 그 50개 주 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일어나는 꿈을 꾸며 땅을 나누고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라고 선포하던 갈렙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그 갈렙들과 함께 “이 산지”를 바라보며 섬기게 된 것은 나에게 큰 은혜이고 복이다. 그러나 그 산지를 정복하는 일, 즉 미국 전역에 흩어진 디아스포라 한인청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일어나는 일은 오늘 그 “산지”를 품고 기도하며 눈물로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한 사람의 제자에게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jjKOSTA 코디로서 내게 주어진 땅을 품고 기도하며 그 땅을 밟고 사는 이들의 마음에 제자의 삶을 풍겨주는 일. 그 일이 어느새 내 삶에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아져 있는 것은 나 같이 연약한 자를 통해서도 광대한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 감을 확인하게 하시려는 그 분의 크신 은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