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5년 8월호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말씀의 목격자 되고 일군 된 자들의 전하여 준 그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 붓을 든 사람이 많은지라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나도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노니 이는 각하로 그 배운 바의 확실함을 알게 하려 함이로라 (1:1-2)



 



2000여 년 전 예수께서 이 땅으로 내려 오심으로써 이루어진 하나님의 구원은 오늘 우리의 교회 공동체와 캠퍼스 안에서도 동일한 은혜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그 어느 곳보다도 우리 마음 안에서 가장 또렷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붓을 들었던 누가의 열의를 흠모하며, 오늘 여기에서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을 대신하여 우리 중에 이루어진 일들 (the things that have been fulfilled among us)에 관해 나누어보고자 한다.[i] 우리가 배운 바, 즉 복음의 능력이 다른 여러 곳에서도 귀한 열매 맺게 하시리라 기대한다.



 



한 어부가 내어드린 고깃배



 



요즘 두 명의 자매들과 함께 공부하는 누가 복음을 보면서 흥미롭게 지난 시간들을 자주 돌아보게 된다. 누가 복음 5장을 펴면 주님이 첫 번째 제자들을 부르실 때의 장면이 나온다 (5:1-11). 주님이 게네사렛 호수가 물 위에서 말씀을 가르치셨다. 곧 제자가 될 어부들에게 말씀의 능력을 체험케 하실 터인데, 먼저 하셔야 했던 일은 작은 요청이었다. 누군가의 배에 오르시는 것이 그것이다. 배 두 척 중 한 척을 택하사 청하셨다. “선택이라는 단어와 만나면 늘 궁금증이 돋는다. 선택 된 배의 임자는 어떤 이유로 택함 받았을까? 하지만, 많은 경우 주님의 부르심을 우리의 단순한 방식으로 해석하려 할 때 항상 문제가 생기는 듯 하다. 차라리 주목하고자 하는 사실은, 주님께서 청하실 때 어쨌거나 먼저 배를 내어 줄 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 ‘작은 순종이 가져온 결과는 귀하다는 것이다.



 



주님이 보여주신 기적은 순종한 첫 번째 어부 한 사람만을 향하신 것이 아니라고 보인다. 이웃의 다른 배까지 물고기가 넘치도록 채워졌고, 그러한 말씀의 능력은 함께 하고 있던 호숫가 어부들 모두에게 목격되었다. 말씀의 능력 앞에서 어부는 뿌리 깊이 자리했던 믿음 없음의 죄를 주님께 자백했고, 배를 뭍에 대자마자 세 어부시몬, 야고보, 요한은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주님을 따랐다. 십자가의 길 앞에서 주님을 외면한 뼈아픈 실수들도 범했지만, 종국적으로 그들의 삶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이 훌륭한 제자의 삶으로 변화 되어 오늘날까지 믿음의 후학들에게 주님을 따른 순례자의 본을 보여준다. 그들처럼 우리도 그물을 버리고 온전히 주님을 쫓았노라고, 그 첫 마음으로 끝까지 살았노라고 고백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걸릴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작은 순종의 시작은 너무나 소중하며, 우리는 그러한 작은 시작들을 계속할 수 있길 소망한다.



 



작지만 소중한 시작



 



필자는 개인적으로 2001년 뉴욕/뉴저지 지역 KOSTA (gpKosta) 기간에 주신 말씀이 처음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구체적인 힘이 되어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그러므로 내나 저희나 이같이 전파하매 너희도 이같이 믿었느니라”(고전15:10-11)



 



선명하게 남았던 것은 마지막 구절 이같이 전파하매 이같이 믿었느니라이다. 누구에게든 전하기만 하면 믿을 것만 같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강한 확신을 주셨다. 그 확신으로 소그룹 리더 초보의 첫 걸음을 디뎠다. 집회가 끝난 후, 본 교회 전도사님의 도움으로 청년부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NAV Press에서 출판된 Richard Peace Learning to Love God, Learning to Love Ourselves, Learning to Love Others 세 권의 씨리즈로 각 권이 7개 단원으로 구성된 영문판 교재를 선택하게 되었다. 당시 교회 안 청년 중 일부는 유학 초년생 혹은 어학 연수생이었던 터라 영어공부에 대한 불타는 열의 때문에 한국어로 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들의 현실적인 필요를 수렴하면서 말씀을 공부하는 자리로 한 사람이라도 더 유도하기 위해 결국 성경공부를 영문판 교재로 정하게 된 것이다. 뒤섞인 동기를 하나님께서 친히 정화시켜나가셨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들이 영어보다는 말씀에서 받는 은혜를 사모하기 시작했다. 소그룹에서 첫 번째 목격한 복음의 힘이었다.



 



가장 높은 은사, 사랑을 사모하는 공동체



 



서툰 시작을 격려 받으면서 열 달 가량이 지날 무렵 세 권의 성경공부 소책자가 모두 마쳐졌다. 그 사이 주님께 내어드린 시간들이 하나님 손으로 채워져 가면서 생명이 되었다. 주님을 사랑하는 영혼으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가슴 벅차게 바라보다가 배웠다. 복음 전할 사명이란 것이 사실은 믿는 자에게 주신 가장 큰 축복이고 기쁨이라는 것을. 말씀을 나눌수록 우리가 열매 맺기 원하시는 성령께서 더 큰 은사를 사모하게 하셨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주님을 알고 주님을 닮고 싶은 열망을 허락하셨다.



 



너희는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 내가 또한 제일 좋은 길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찌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고전 12:31-13:1)”



 



이로써 그 보배롭고 지극히 큰 약속을 우리에게 주사 이 약속으로 말미암아 너희로 정욕을 인하여 세상에서 썩어질 것을 피하여 신의 성품에 참예하는 자가 되게 하려 하셨으니 이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공급하라 (벧후 1:4-8)”



 



사랑이었다. 주님이 우리 안에 부어주시는 사랑으로 인해 작은 공동체의 나눔이 풍성해져 갔다. 속 사람이 열매 맺고자 하는 선한 마음이 회복되어갔다. 사랑을 실천하려는 열심에 이따금 세상 사람들이 보기엔 영락 없이 무모한 일들도 했다. 새벽기도의 마음을 주셔서 서서히 새벽을 깨우는 지체들이 늘었다. 그러던 중, 두 시간 떨어진 어느 학교에서 어학 연수 중이던 한 지체가 새벽기도에 동참하고 싶어했다. 결국 새벽 세 시부터 일어나 제일 먼 곳부터 차례로 서너 군데를 돌아 모두 모여 교회에 갈 수 있었다. 새벽 성전을 향해 함께 가던 그 발걸음들이 얼마나 즐거웠는지는 지금도 생생하다. 이 일은 한 번으로 그쳤지만 그 여파는 교회 안에서 상당 시간 지속되었다.



 



너희들은 가라 저 캠퍼스로!”



 



교회 안 성경공부가 막바지에 이른 이듬 해 초 여름 우연한 여행의 기회를 통해 하나님은 새로운 도전을 주셨다. ‘기다리다 지쳐 사슴목이 된다’는 캠퍼스 소그룹 성경공부 리더로 헌신 중인 지체들의 삶을 보여 주셨다. 학교로 돌아오는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교회 안의 성경공부가 어느덧 익숙해져 온실 안처럼 여겨졌다. 친절하게 모든 것이 다 기록되어 있고, 구체적인 인도 방법들을 제시해준 공과 책에 감사했지만, 다음 단계에 대한 새 소망에 갈증이 났다.



 



가을 문턱 자연스레 교회 안의 성경공부는 일단락 되었고, 학교 안은 개강예배 (캠퍼스 안에서 학기 초마다 각기 다른 지역 교회를 섬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모여서 연합으로 드리는 예배) 준비로 분주해졌다. 그 무렵 교통 사고와 함께 차를 폐차하면서 캠퍼스 안에 발이 묶였다. 하나님의 섭리였다. 악도 선용하시는 섭리. 마음 안에 먼저 소망을 두시고 행하시는 섭리.



 



두 번째의 시작



 



2002년 가을 학기 대학원생 연합 개강예배. 말씀 전해 주신 멘토님께서 힘주어 전하셨다.





“하나님의 시계는 여러분이 하나님을 알아가는 지식의 깊이를 측정하고 계십니다. 기억하십시오. [] 복음의 능력은 이미 여러분에게 와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취하기만 하면 됩니다. 말씀이 전해지지 않고 내 안에 쌓이게 되면, 우리는 교만으로 죽습니다!





주님!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만드신 분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알아가고 있습니까? 또한, 전하지 못하는 무능함과 주님을 더 잘 알아간다는 착각 사이에서 교만이 싸여 죽게 되진 않을까 두렵습니다.’



 



누군가에게 전할 수만 있다면, 그들도 살고 나도 산다는데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살 수 있다는 생존본능으로 인해 빨리 결단했다. 때마침 교통 사고를 계기로 이사 들어가게 된 아파트에 한국인 신입생이 둘 살고 있었다. 하나님은 앞서 행하시는 분이심을 또 보았다. 이미 모아두신 이들과 캠퍼스 안에서 목요일 밤마다 성경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예배가 있은 바로 다음날로 구체화 시켜 나갔다. 공과 책이 아니라 성경책을 붙들고 시작했다. 이후 성경공부 모임은 다른 학생 기숙사 아파트들로 서서히 옮겨 다니면서 계속되었다.



 



결단 후 실천은 신속할수록 좋다. 우리 머리 속에서 짜내어 나오는 생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구실만 그럴싸해지고 그다지 신통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믿을만한 지혜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나온다. 오늘 생명의 양식을 받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면 해가 지기 전, 그 마음이 식기 전에 어서 베푸신 자의 뜻대로 속히 행하길 권한다.



 



처음 배를 내어드리기로 작정하는 어부가 할 일은 매우 간단하다. 하나! ‘주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고 믿는다. ! 하나님이 운영하고 계시는 환경을 잘 살펴본다. 당신보다 앞서 행해 놓으신 것이 분명히 있다. 눈을 크게 뜨고 그 뜻이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 주위 깊게 둘러 본다. ! 계획이 섰다면 반드시 말씀으로 확인 받는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 싶을 때는 안 한다보다는 한다쪽으로 마음을 기울인다. ! 부딪쳐 실패를 경험하게 하셨다면 자성의 시간을 허락하신 아버지께 감사 드린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실패했다면, 다음 기회가 왔을 때 더 낮은 포복 자세로 또 시작한



 



그 뜻대로 부르신 사람을 낚는 어부들



 



두 세 명을 기대했던 애초의 짧은 생각과 달리 하나님께서는 로마서 공부 반 첫 날부터 일곱 명의 지체들을 불러 모으셨다. 잘은 모르지만, 마지못해 온듯한 얼굴도 보였다. 첫 만남에서 간단한 자기 소개와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했다. 다음 주 같은 시간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다시 모였다. 그들 각자에게 두신 하나님의 뜻이 있었기에 성령님께서 친히 각 사람의 마음을 주관하셨다. 그 때에 우리 중 누구도 자신들의 순종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루실 일들을 알지 못했다. 하나님의 위대한 기회들은 때때로 아주 작은 일인 것처럼 위장 되어있다고 한 워렌 목사님의 말처럼[ii], 이들은 지금 유학생 중심 개척교회의 일군들로, 또 캠퍼스 안에서 아직 주님을 모르는 영혼들을 섬기는 자들로 세워져 가고 있다. 어려운 시간들도 지나고 있지만, 말씀과 씨름하며 부심하는 삶의 모습들이 귀하다.



 



교재 준비하기



 



많은 믿음의 선진들을 참 믿음으로 인도한 책. 로마서! 그들과 같은 감동으로 아니 더욱 진한 감동으로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며 로마서를 공부하기로 정했다. 로마서 공부를 위해서 필요한 자료들을 이것 저것 모았다. 친구가 권해준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강해집 총 11권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년 전에 지역교회 목사님 한 분과 함께 공부하고 보관해 두었던 유인물들을 복습했다. 교회의 전도사님이 주신 IVP ‘말씀과 삶성경공부 시리즈 소책자를 문제 출제의 뼈대로 삼고 가급적 보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성경공부 인도 경험 이제 겨우 두 번 째, 문제 출제에는 더더욱 초보인지라 결국 많은 핵심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빌어다가 쓰기에 그쳤다. 그 밖의 상세한 부분들은 소그룹 인도의 경험이 많은 한 친구와 또 한 집사님을 멘토 삼아 조언을 받았다.



 



하나님의 복음은 자랑스러운 것!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1:16)



 



가장 놀라운 것은 공부해 나가면서 점점 더 그리스도의 복음을 자랑스러워하게 된 일이다. 능력은 사람의 말에 있지 아니하였고 참으로 말씀에 있었다. 복음의 능력을 확신 시켜준 코 끝이 찡한 감동의 현장도 경험하게 하셨다. 연변에서 온 한 형제 이야기이다. 두 분의 멘토님들께서 방문해 주신 자리에 이 형제가 초대를 받아 함께 하게 되었다. 초대해 두고서도 올 것을 기대하지 못했던 시간. 그 자리에 와서 복음을 듣고 마음 문을 열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1:12)” 라고 하신 말씀대로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는 형제의 모습을 지켜본 우리 모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종류의 은혜를 체험했다. 믿음은 복음을 들음에서 난다는 것, 복음은 하나님의 능력 됨을 눈으로 보여주신 것이다.



 



모든 영혼들이 다 그렇게 쉽게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쉬이 받아들이지 않아서 장기 기도 제목이 되어버리는 지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때에 우리가 배울 것은 지치지 말고 그 영혼을 끝까지 품는 인내심이다. 하나님 아버지의 의지적인 사랑이 바로 그러하셨다. 포기하고 싶은가? 그럼 한 번 포기해보길 권한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실 것이다.나는 너를 포기한 적이 없단다.”[iii]



 



항해의 바람 되시는 하나님



 



하나님 뜻에 따라 영혼을 섬겨보려고 시작한 지체들이 부쩍 나는 받기만 했노라고 고백한다. 하나님에게서 조원들에게서. 바쁜 학기 중에도 더 바쁜 학기 말에도 말씀을 붙잡고 나아가게 하신 것은 때마다 우리의 도움되신 하나님의 신실한 인도하심이었다. 헌신하겠다고 발버둥치는 자녀들을 가장 먼 곳의 별과 지구상의 마지막 모래 한 알갱이 (the remotest star and the last grain of sand) 까지도 동원하여 도와주시는 하나님 은혜였다.[iv] 은혜를 아는 자들이 되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렇게 이루어진 모든 일들은 우연이 아니었다. 목자는 양의 이름을 알고, 양들은 목자의 음성을 알아 듣는다. 우리의 이름을 하나씩 친히 불러 한 자리에 모으시고, 모인 중에 서로를 세우게 하신 아버지의 경륜으로 이루어진 일들이었다.



 



우리의 약함을 쓰기 기뻐하시는 하나님



 



수동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때와 비교하여, 성경공부 중 영혼들을 섬기며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자각과 기도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일 것이다. 리더에게는 모임에 앞서 지체들을 위해 기도할 사명이 있다. 또 먼저 준비된 자세로 은혜 받게 해주시길 간구해야 한다. 이러한 사명감은 어찌 보면 쉽게 감당할 수 없는 너무나 위대한 일로 보일 수 있다. 열심은 있는데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가? 그럼 당신은 잘 준비되어 있다. 의심치 말자. 하나님은 우리의 약함을 쓰시는 분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지체들과 함께 공부하는 동안 마음 속에서 리더라면서 내가 왜 이렇게 어눌하지? 이것 하나 똑 부러지게 설명을 못 하다니…’등의 생각들을 수시로 했던 것 같다. 또 어떤 날은 기도마저 너무 서툴고 어린 아이 같아서 스스로 당황스러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서툰 말솜씨와 다듬어 지지 않은 대표 기도는 다른 지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모범을 보여야 하는 부분에서는 그에 합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감당할 능력도 공급하시지만, 많은 경우 하나님이 쓰시는 도구가 되는 것은 리더의 연약함과 다듬어지지 않은 소박함이라고 생각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준비는 물론 중요하지만 애써 완벽한 체 할 필요는 없다. 배를 움직이는 바람은 하나님이 붙잡고 계시며, 실수와 좌절감으로 범벅된 눈물을 연료로 쓰신다.



 



낙심하는 순간은 여전히 온다. 아마도 가장 힘든 일은 부족한 스스로의 인격과 싸우는 일이 될 것이다. 리더로서 늘 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두려움도 많을 수 밖에 없다. 탄식 가운데 토로하는 바울 사도의 고백(7:24)을 이해하고, 예수님의 은혜를 더욱 깊이 맛보게 될 것이다. 나의 경우, 사람들에게 얻는 호의로 높은 마음을 품을라치면 아버지께서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을 지체들로 하여금 보게 하셨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도 있었지만, 이로써 모두에게 우리가 바라 볼 자는 오직 예수뿐임을 확인시키셨다.



 



많은 경우, 리더의 자존심을 생각하기 보다는 공동체 안에서 정직하게 도움을 청해야 했다. 그 때에 형제 자매들은 오히려 하나가 되어 중보기도를 해주었다. 공동체 안에서 솔직하게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절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먼저 사랑하고 먼저 가장 취약한 자리에 가기로 자청하는 일을 기뻐하신다.[v] 내가 직면한 위기의 상황은 하나님의 강함을 드러내는 절호의 기회였고, 또 한편 더불어 먹고 자고 씨름하며 쌓인 우정의 중심에 주님이 자리하심으로 인해 견고한 삼겹줄이 되는 원리가 드러나는 계기였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도서4:12)”



 



공동체가 단단한 삼겹줄이 되려면 첫째, 주님이 함께 하셔야 하고, 둘째, 연약한 지도자가 필요하며, 셋째, 기도하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감히 제안하고 싶다.[vi]



 



빈틈을 채우시는 하나님



 



본문을 공부하는 사이 사이로 언약, 예표, 성막 등에 대한 보충 수업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 때는 중간에 진도를 멈추고 짚어 나갈 부분을 짚고 지나갔다.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은 하나님께서 직접 채워주셨다. 한 번은 신기하게도 하나님께서 단숨에 멘토님 한 분을 직접 학교로 보내주셔서 성막에 관한 보충 수업을 해주시기도 했다. 또한 모임 중에서 우리의 이해가 온전치 못하게 남겨진 성경구절들은 그 주(week) 안에 각자 다른 곳에서 때로는 설교 말씀으로 때로는 묵상과 독서로 한 번 더 깨우치시고 채워주셨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빈틈을 완벽하게 채우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은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성경공부 진행 중반쯤이었다. 몸도 맘도 힘든 일로 지쳐가던 중 jjKosta의 어느 지역 웹 보드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었다. 성경공부 인도자들의 후기를 모아 만든 어느 잡지에서 발췌한 글이라 했다.  



 



아들을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키우고 싶어하던 엄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피아니스트 연주회를 데려 갔어요. 그런데 공연 시작 전 엄마 몰래 그 조그만 아들이 무대 위 피아노에 올라 앉아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twinkle twinkle little star. …’ 사람들은 ‘저 아인 뭐야..’하면서 웅성댔지요. 그 때 그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나오더니 그 아이를 뒤에서 안고 같이 연주를 했습니다. 아름다운 멜로디로 그 노래의 빈 부분을 채워가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아이의 귀에 속삭였대요.“Keep playing. Don’t quit. Keep playing. Don’t quit.”



 



서투르게 연주하고 있는 어린아이 뒤에서 빈 멜로디를 틈틈이 채워주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통해그만두지 말고 계속하라’고 속삭이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격려를 읽었다고 말하는 자매의 고백에 나도 눈물이 글썽했다. 우리가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성경공부도 사실은 그렇게 하나님 품 안에서 그 분의 도우심 가운데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필요한대로 빈틈을 친히 채우시고 격려하시면서 부르신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그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우셨다.



 



모임이 거듭되면서 형제 자매들이 떨리는 기대감으로 전도를 계속했고, 성경 읽기 모임과 일대일 양육 등이 파생적으로 이어졌다. 성경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의 문제가 물론 중요하지만, 이 당시 상황에서 우리에게 터득하게 하신 것은 듣고 안 만큼 어디까지 행동으로 옮기느냐의 중요성이었다. 성숙을 위해 실천은 꼭 병행되어야 한다.



 



여름 방학과 함께, 두 학기에 걸쳐 목요일마다 모이던 로마서 공부 모임은 일단락 지어졌다. 받은 은혜를 실천하고 지속하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살자고 결단했다. 이후 모으셨던 자들을 통해 하신 일들은 첫 어부가 한 일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귀한 것이었다. 주안에서 그들의 수고는 헛되지 않았다. ‘흩어지기 위해 모인 자들이라는 디아스포라의 비젼을 지속적으로 나누었고 이제 흩어질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계속 된 사도행전 29



 



이어진 사도행전 공부 모임에 대해 증거하려면, 2003년 코스타 집회를 통해 하나님이 각 사람들의 마음 안에 행하신 일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주일 예배를 통해 지속적으로 은혜를 공급 하신 한편, 계기가 될만한 도전을 받게 하심으로 뒤따른 실천을 용이하게 하셨다. 우리의 믿음은 실천해야 굳건하게 다져질 수 있다. ‘세상의 유혹을 소그룹으로 이겨야 한다는 마지막 날 파송 예배의 메시지가 지체들의 마음에 강하게 남았던 모양이다. 받은 은혜와 도전이 원동력이 되어서 지체들이 학교로 돌아가자마자 사도행전을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여름 내 다른 주(state)에서 summer program에 참가 중이었던 나에게는 참으로 기쁜 소식이었다. 한편 너무나 당연하게 이 모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멀리서 기도하는 것 밖에 없었다. 인간인 내 마음이 이렇게 기쁠 때 하나님은 얼마나 즐거우실까 생각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1:8)”



 



지체들의 깨달음이 너무 귀했다.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오직 성령이다. 성령이 없으면 복음을 전할 사명도 겁나고 부담스러운 과제가 되고 만다는 것을 알았노라고 한다. 한 여름을 지내면서 또 한번 부쩍 커버린 모습들을 마주 대하던 날,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심을 보았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은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뿐이니라 (고전3:6-7)”



 



이들의 모임은 프리셉트 성경 연구원의 GBS(Group Bible Study)용 교재로 시작했다. 사도행전 공부의 구성원은 로마서를 함께 했던 멤버 중 세 사람과 그 기간 새로이 주님을 영접한 두 사람, 그리고 새로이 함께 하게 된 두어 명의 학생들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기대처럼 로마서 멤버가 완전히 흩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새로운 그룹의 핵심 멤버가 되어 공동의 리더쉽을 가지게 되었다. 서너 명의 핵심 멤버들이 한 주씩 돌아가면서 준비하여 그룹을 인도했다.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이들에게 허락하신 리더쉽의 연습시간이었다. 가끔씩 참석할 기회를 얻어서 함께 할 때마다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지체들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의 신앙을 점검해보고 도전과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난감하리만큼 내가 할 일은 너무나 없었지만, 이제 지면을 통해 이들이 써나간 사도행전 29장을 증거할 수 있게 된 것이야말로 나에게는 큰 감사의 제목이다.



 



이와 동시에 뉴욕으로 파송된 예수전도단(YWAM)의 한 선교사님과 함께 하는 별도의 제자훈련 반이 캠퍼스 안에서 두 학기에 걸쳐 진행되었다.[vii] 선교사님을 통해 하나님께서 훈련 시켜 주신 것은 우리의 전인격으로 하나님을 알기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점점 더 깊이 알아가는 하나님의 품성은 짧은 글 속에 다 담을 수 없는 거룩과 순결, 그리고 친밀감의 아름다움이었다. 이렇게 학교 안의 수요일 사도행전과 금요일 제자훈련 반은 해가 바뀔 때까지 계속 되었고, 각 사람들의 믿음의 나무에 하나 둘씩 나이테를 둘러 주었다.



 



순종으로 맺어지는 열매, 그 첫 열매 그리스도를 본받아!



 



제자로서의 부르심에 한번 순종했다고 해서 우리의 신앙인격이 linear relation으로 계속 향상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계속 넘어지고 일어났다가 또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자란다. 각자의 부족한 인격들이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소리들이 넘어지는 위기상황을 자주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소한 이유로 서로를 의심하게 하고 미워하게 하고 화합하지 못하게 하는 사단의 전략도 한 쪽에서는 계속 진행된다. 우리가 사명에 대해 진지해지려 할 때, 우리가 서로 사랑하려고 할 때, 사단은 별의 별 종류의 방해물들을 늘어 놓는다.[viii] 다행히 이것은 아주 낮은 술수여서 조금만 정신 차리면 이겨낼 수 있는 시험들이지만, 그 상황에 몰입되어버리면 헤어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ix]믿으므로 선 자들이 할 일은 두려운 마음으로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저희는 믿지 아니하므로 꺾이우고 너는 믿으므로 섰느니라 높은 마음을 품지 말고 도리어 두려워하라 ( 11:20)”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전 10:12-3)”



 



지난 학기 초부터 리더들이 한 번 더 흩어져서 다섯 개의 조로 재구성되었다. 유학생 중심 지역 교회 담임 목사님의 도움으로 빌립보서 공부가 시작되었다.



 



아무 일에나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자 자기 일을 돌아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 2:3-5)”



 



또 한번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양육과 성장의 기회를 맞고 있다. 각 그룹에는 신입생들이 많이 수용되었다. 하나님을 알아가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좌충우돌 부산한 모습도 가끔 드러난다. 그러나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셔서 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에게서 사랑할 이유만 찾자고 결심하자. 그 때에 복음의 문이 열린다.[x]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그룹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 분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하신 분이었지 않은가! 만일 나를 바꾸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기 불가능한 갈등의 상황에 있다면, 하나님께서 친히 바꾸실 때까지 조용히 인내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 (pray God to grant you His support that you may quietly bear them) 하자는 아 켐피스의 조언에 귀 기울여보자.[xi] 성경공부 모임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서로의 모난 부분을 조용히 끌어 안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배운다.



 



8:28로 마치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우리는 고백한다. 육신의 소욕을 위해 바친 시간은 너무나 헛되었지만 주님을 알기 위해 바친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알게 하신 것을 실천하기 위해 바친 시간은 자연스레 열매를 맺는다는 것도 배웠다. 성령의 열매와 구원의 열매! 조금 더 애쓰고 조금 더 헌신해서 아버지께 열매를 드리고 싶지 않은가? 제자 삼기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매일 같이 넘어지는 사람이지만 그분을 의지하는 자를 아버지는 쓰시기 기뻐하신다. 기억하자. 오직 예수님이 우리 가운데 계셔서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신다는 것을! 아직 준비되지 않았노라고 한없이 기다린다면 어느덧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꾸중하실지 모른다. 받은 한 달란트를 땅에 묻어두는 실수를 범하지 말자.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를 통해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우리에게 예수님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은 모두가 협력하고 짐을 나누어 지도록 하셨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 여러 지역 교회들과 선교단체, 목사님들과 선교사님 또 평신도 사역자님들, 캠퍼스 소그룹과 캠퍼스 연합 예배, 복음주의 운동의 여름 수양회, 지역 지도자 훈련 학교 등 각자가 제 몫을 다했다. 재미있는 것은, 소그룹으로 먼저 초청되었다가 주일 성수와 십일조 신앙으로 자라는 지체가 있는가 하면, 주일 예배만 나오다가 소그룹으로 인도 되면서 예수님을 다시 만나는 지체도 있었다. 실제로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리더쉽을 양육 받고 지역 교회에서 더 헌신하기도 했고,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벽마다 성전에서 무릎을 꿇다가 선교 헌신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마음을 열어두고 그분의 인도하심에 순종하고 주어진 몫을 감당하겠다는 각오만 하자. 신실하신 아버지께서 친히 때에 따라 필요한 힘과 은혜를 공급하신다. 가장 선한 열매가 우리 안팎에서 풍성히 맺어지도록 다만 그 분 안에 거하자. 함께 거하자. 주님은 한 번도 우리에게 혼자서 무엇을 이루라고 하신 적이 없다. 리더에게는 특별한 어려움이 올 때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세워진 지체들 중에도 오늘 하루를 살기가 버거우리 만큼 힘든 시간 속에서 여전히 헌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이도 있다. 공동체의 기도가 참으로 절실한 때 이리라. 고난이 육체를 뚫고 들어간 깊이만큼 영혼의 깊은 곳에 주님이 들어가실 수 있음을 배웠다. 형제의 고난이 썩어진 밀알이 되어 하나님이 맺게 하실 공동체 안의 선한 열매를 기대하며 함께 기도한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8:28)”



 



지금 당신의 빈 고깃배를 주님께 내어 드리지 않겠습니까? 주님이 채워주실 만선의 기쁨이 당신과 당신이 속할 작은 공동체를 위해 예비되어 있습니다.








[i]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썼다. 이젠 참으로 내 피붙이 같이 느껴지는 귀여운 동생들,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믿음의 형제 자매들. 길목에 섰을 때마다 옳은 선택을 위해 도와주신 멘토님들. 주님의 사랑 안에서 묶인 귀한 이들에게 전하고픈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밑 그림 삼아 부족한 글 솜씨로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ii] 릭 워렌, 목적이 이끄는 삶, 340 .



[iii] 행여 내가 포기하더라도 그 분은 그 지체의 영혼을 포기하지 아니하신다. 그 사실은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 것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때로는 그 분께만 완전히 맡겨 버려야 할 때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이 영혼을 위해 내게 맡기신 역할이 장차 올 주인공의 길을 평탄케 하는 조연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변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이제 뒤에서 기도하는 자리로 가자.



짧은 지면을 빌어 잠시 사족을 붙여본다. 이성친구를 전도하려다가 겪는 심한 갈등상황으로 인해 본인의 신앙생활 마저 힘들어지게 되는 것을 종종 본다. 현상을 타파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하나님 앞에서 자책하는 마음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체로 ‘1)내가 주게 될 상처로 인해 예수님까지도 영원히 미워하게 될까 두려워서, 2)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심정으로 더 큰 죄를 짓지 않으려고 정리하지 않고 쳇바퀴를 도는 경우의 두 가지인 것 같다. 불신자 이성친구를 무조건 사귀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구원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역할 이상의 것을 위해 분투하면서, 위의 두 가지 예와 같은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놓길 권한다. 당신이 포기하더라도, 당신이 실수하더라도 하나님은 절대로 포기하지도 실수하지도 않으신다.



[iv] Oswald Chambers, My Utmost for His Highest, Dec 1. 



[v] 이것에 대해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을 조금 덧붙이고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저술가 중 한 분인 헨리 나우웬 신부님의 많은 저서를 관통하는 가르침에는 무기력함과 겸손의 리더쉽이 피력되고 있다. 그것은 예수님이 바로 그런 종의 모습, 어린 양의 모습으로 사랑 때문에 힘을 사용하기를 끊임없이 포기하시는진정한 영적 리더쉽을 가지셨기 때문이며, 우리가 바로 그 모습을 배워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하나님이 원하시는“powerlessness”의 리더쉽은 단순한 심약함과는 다르다. 지나고 난 후 되돌아 보니 다행히 하나님께서는 나의 심약함과 실수가 자발적 포기와도 같은 효과를 내도록 사용하여 주셨음에 감사 드린다.



[vi] 예수님의 이름으로 (헨리 나우웬)를 보면 기도하는 지도자, 연약한 지도자, 신뢰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새 세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크리스쳔 리더쉽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특히나 소그룹 안에서 연약한 지도자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vii] 교재는 YWAM (Youth With A Mission)의 제자훈련 성경공부 시리즈로 진행되었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에는 하나님의 품성을 깊이 알아가고, 배경 지식을 적절히 삽입하여 본문 이해를 도우며, 선교 사명과 중보기도의 동기를 부여하도록 짜여진 좋은 교재라 생각된다. 새 신자가 섞인 그룹에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듯 하다.



[viii] 릭 워렌, 목적이 이끄는 삶, 373-4 .



[ix] 사단의 전략에 대해 궁금하거나 아직까지 사단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속히 읽어보기 권한다.



[x] 김서택, 출생의 비밀, 208 .



[xi] Thomas a Kempis, The Imitation of Christ, chapter 16. Bearing with One Anothers Fail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