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교회’의 새로운 장을 연다- Campus Mission Church

물질주의의 금자탑인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 한인 교회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작은 한걸음이 내딛어
졌다. 지난 12월 16일 뉴욕 콜롬비아대학교 캠퍼스 내에 있는 세인트 폴 채플에서 있었던 “Campus Mission Church”
창립 예배는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한 ‘유학생 교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우선 교회의 창립을 위해 기도하면서 준비하고
이를 이끌어 냈던 사람들 모두가 그저 평범한 몇몇의 ‘평신도’ 유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교회를 치리하는 보드멤버들 역시
모두 평신도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 이 교회를 돕고 있는 몇몇의 지역 교회 목사님들 역시 ‘앞으로 이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바로 이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임을 공통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종으로서의 목회자’가 아니라 ‘왕으로서의 목회자’를 대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인 한국 교회의 현실
속에 과연 목회자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평신도들 스스로 리더십을 가지고 치리해 나가는 교회가 건강하게 자라갈 수 있을
것인가. 목회자 한 사람의 비전과 리더십을 따라가기에 익숙해진 우리의 병든 모습이 만들어 내는 기대 섞인 우려이지만, 이러한
질문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Campus Mission Church’가 가지고 있는 큰 고민이기도 하다. 교회의 개척을
위해 2년 전부터 기도하면서 함께 고민해 왔던 멤버 중의 한 사람인 김영생 형제는 “그냥 전임자 한 분을 모셔서 그분이 목회하시도록
맡겨 드리는 게 편하지 않느냐는 내부의 질문을 접할 때가 많다”며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개척자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Campus Mission Church는 맨하탄 내에서 차도 없이 주변에 있는 한인 교회에 참석하던
몇몇 콜롬비아대학교 유학생들의 고민에서 출발되었다. 이같은 고민이 내포하는 문제는 이들의 심령을 매만져 줄 ‘복음이 선포되는’
교회를 찾지 못했던 갈증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대개는 맨하탄 외부에 있는 교회로 빠져나가거나 아니면 그냥 참석하던 주변
교회를 맴도는 일들이 반복되던 중에, 캠퍼스 내 성경 공부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결국에는 이 모임이 교회의 개척을 일구어 내는
산파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성경공부 모임을 처음부터 이끌어 주었던 소명교회 정진홍목사님을 만난 일도, Campus Mission
Church가 학교에 등록하고 채플을 빌릴 수 있게 지원해 준 미국인 Advisor 목사님을 만난 일도, 또 지난 9월부터 계속해서
주일 예배 설교말씀을 전해주고 있는 뉴저지 초대교회 조영진목사님을 만난 일도 모두가 그저 남들이 보기엔 ‘우연’같은 일이었다.
때문에 교회의 개척을 일구어 낸 멤버들은 이 교회를 시작하게 하시는 이가 바로 하나님이라는 확신 속에서 ‘처음 가는 길을 걸어가는
기대와 즐거움’ 속에 젖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의 창립 예배는 유학생들을 그저 지나가는 손님 정도로 여기는 기존 교회에 지친
이들이 바로 주인되는 새로움과 기대가 한층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교회를 창립하는 세대가 1세대가 아니라 바로 젊은 2세대일 수도 있다는 자신감으로 넘쳐 흘렀던
Campus Mission Church의 이날 창립 예배는 한 사람의 외국인이 예배의 한 순서를 담당해 주목할만 했다. 이 흑인
여성은 바로 이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할렘의 Public School 36 교장이었는데 그는 이날 예배에서 Campus Mission
Church가 이 학교에 기증하는 프린터 6대를 선물로 받으면서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공립학교 교장으로 있었지만 교회가
먼저 찾아와서 뭐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물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Campus Mission Church의 이러한
비전은 아직 걸음마에 불과한 유학생 교회의 작은 모습이지만 멤버들의 헌금 대부분이 현재 이같은 구제 사업과 지역 선교에 쓰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교회’들을 부끄럽게 하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큰 교회’가 가지고 있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
‘시작이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이 물질주의와 성장주의로 찌든 맨하탄의 한복판에 큰 도전으로 계속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