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5년 12월호

2005년 코스타에 참석한지 이미 반년이 지나가는 지금, 비록 그 당시의 뜨거웠던 체험의 열기는 식었을지 모르지만, 이 나눔을 통해 지난 몇 년 동안의 저의 삶과 사역의 현장에 있어서 코스타를 통한 지속적인 훈련의 시간들이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 돌아보고자 합니다.


1999년 유학생활을 시작한 후 Korean Bible Study를 만나 말씀 훈련을 받고 캠퍼스에서 전도하며 영혼들을 섬기던 중에, 제가 코스타를 알게 되고 그 사역에 미약하게나마 동참하게 된 것은 2002년 jjKOSTA 의 2지역 (현재 Southern California, Arizona, New Mexico) 코디 및 조장으로서 섬기면서부터 입니다. 마침 동부의 Maryland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가을부터는 서부의UCLA로 옮길 예정이었기 때문에, 미지의 새로운 땅의 영혼들을 섬기도록 부름 받은 것은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지만, 동시에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었습니다. 여호수아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가나안 땅을 정복하러 나아갈 때도 이러했으리라 상상하며, 미국의 지도를 펼쳐놓고 jjKOSTA 준비팀과 함께 전략을 세워갈 때만 해도 동부에서 본 서부는 시차도 세 시간이나 되는 까마득히 먼 동네였고, 저는 사막지대에 홀로 파병되는 비장한 각오의 군인 같았습니다. 그 해 여름에 코스타에서 만난 2지역의 조장들과 섬기던 조원들을 통해 지역 교회를 소개받았고, 새로운 캠퍼스의 지도를 펴놓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기도하던 중에, 그 교회를 통해서 캠퍼스를 향해 한 마음을 품은 동역자를 만나게 되어 개강과 동시에 매주 금요일 소그룹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


다시 2지역 코디로 섬기며 참석하게 된 2005년 코스타는 2002년 코스타를 통해 보냄 받은 UCLA 캠퍼스 사역의 첫 단계를 마무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3 년 동안 캠퍼스 사역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섬세하신 손길에 대해서 여기서 다 풀어 쓰자면 한이 없을 것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하나님은 동부의 동역자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가지고 캠퍼스를 개척하는 저를 홀로 두지 않으셨고, 하나님의 적절하신 때에 신실하고 훈련된 동역자들을 보내주셨으며, 누구를 믿고 사는지 애매모호했던 어린 영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확실히 선포하게 하셨고, 말씀 공부를 통해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도록 하셨습니다. 비록 2003년과 2004년의 코스타에는 참석하지 못했고 그 기간 동안 2지역 코디로서 제대로 섬기지도 못했지만, 인터넷 조장 훈련을 통해 알게 된 조장님들 중에 UCLA 가까이에 사시는 분들도 성경공부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목마른 영혼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성경공부에 찾아왔고, 모이는 영혼들 사이에 서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교제가 풍성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지만, 저를 비롯한 말씀 인도자들은 하나님을 선장으로 모신 이 배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렴풋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배 안의 사공들 챙기고, 갑판 청소하고, 시설 정비하느라 바빴습니다. 배 안의 구조도면 읽는 것에 바빠서 큰 항해 지도를 읽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2005년 코스타에도 또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순간, 하나님께서는 모든 상황들을 코스타에 갈 수 있게끔 그리고 그 예비 사역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끔 정리하셨습니다. 이미 코스타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던 동역자 부부와 한 형제님이 조장으로 자원하였고, 아직 크리스천 수양회 문화에 익숙지 않은 한 자매님도 저를 따라 가본다며 용기를 내어 따라 나섰습니다. 잠시 이 동네에 머물면서 캠퍼스 성경공부에 참여하신 타 지역 조장님과, 코스타 준비팀의 간사님도 가세하여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그렇게 2005년 봄 학기 후반부는 코스타 참석과 섬김을 위한 준비와 중보의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삶의 모든 것에 바쁘고 지쳐있었던 저에게 2005년 코스타 참석은 영적인 회복과 쉼에 갈급하여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코스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저의 마음속에는, 하나님과 만나는 깊은 교제의 시간을 통해 양 어깨 위의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위로 받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었고, 2지역 조장들과 맡겨주신 조원들을 섬길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3년 만에 그리운 동역자들의 얼굴을 마주하여 볼 수 있다는 큰 기쁨이 있었습니다. 코스타 기간 중에 하나님께서는 제가 기대했던 이 모든 것들을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하나님의 방법으로 온전히 만족 시키셨습니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코스타 주제, “흩어진 나그네 선택받은 백성”의 출처인 베드로 전서의 살아있는 말씀을 통해서 저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시고 철저한 순종을 이끌어내셨습니다. 항상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다는 그리고 잘 해야 한다는 교만으로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지 못했던 제가 하나님 앞에서 한없이 연약한 그릇이라는 것을 알게 하시고, 동시에 그로 인해 하나님께서 실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사랑하시고 계시며, 모든 악한 것에서 떠나 더욱 정결하고 거룩한 그릇으로 만드시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살든 죽든 저 없이도 하나님의 뜻은 이 땅에 이루어 질것인데,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저를 당신의 일에 써주시기 위해 부르셨고, 그리스도의 육체의 고난을 묵상하게 하시고, 죽기까지 순종하는 훈련을 시키시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과의 그러한 개인적인 만남과 교훈은 코스타 기간 중에 2지역 조장들과 우리 조 조원들의 체험을 통해 뚜렷이 확증되었습니다. 코디로서 또한 조장으로서,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책임져야 하고 인도해야 하고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제가 낮아지고 조용해지고 한 알의 밀알처럼 썩어짐으로 인하여 각자의 상황 속에서 하나님이 역사하실 여지가 생긴 것입니다. 제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하나님 앞에 겸손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엎드린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하나님은 저를 쓰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영혼들에 대한 온전한 섬김은 주님에 대한 섬김이 온전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다시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이번 코스타를 통해서 그렇게도 보고 싶던 동역자들을 만나게 하셨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랑의 손길과 위로를 넉넉히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이번 코스타의 주제처럼 주님의 보내심을 받고 흩어졌던 하나님의 백성들이 다시 만나 격려하고 도전하고 또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각자의 가야 할 땅으로 흩어지는 순종의 장이 된 것입니다. 게다가 동부의 동역자들과, UCLA 성경공부를 통해 형성된 동역자들 간에 만나게 하시고, 하나님의 뜻을 서로 공유하게 하시는 가운데, 새로운 동역의 기쁨을 얻게 되었습니다. “언니가 이제껏 저를 예수님의 제자로 삼고 계셨더군요.” 1년째 성경공부를 함께 해오던 자매님이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던진 이 한마디에 저는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이 자매님은 그것을 캠퍼스 사역에 관한 세미나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는데, 바로 그 세미나 강사님은 동부에서 저를 제자로 훈련시키신 분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부름 받은 자로서 또 다른 영혼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과정은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는 주님의 명령이요,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캠퍼스 사역의 초점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2005년 코스타를 통하여, 외로움과 분주함과 스트레스로 제가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잊어가고 있을 때, 저의 인생과 이 땅에서 이루고 계시는 하나님 나라의 영적 지도를 다시 보게 하시고, 제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하시고, 어디로 가야 할지 초점을 다시 맞추게 하셨습니다. 2005년 코스타 이후 저의 개인적인 삶에서 뿐만 아니라, 이제 3년간의 개척기를 지나서 성장의 단계에 접어든 캠퍼스 성경공부 모임에도 여러 면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꾸준한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관계 중심의 전도를 통한 복음 선포 위주의 개척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말씀묵상 훈련을 통하여 한 영혼 한 영혼이 말씀을 전하고 가르쳐 지키게 할 수 있는 제자로 세우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초점 맞추기는 이번 코스타 참석을 통하여 한 마음이 된 동역자들의 민감한 영성의 회복을 통해 영적 지도를 함께 읽어감으로써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이 캠퍼스에 있을지 잘 모르고, 하나님께서 다시 어디로 보내실지 아직 알 수 없으며, 언제 하나님 곁으로 데려가실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아갈 동안 제가 어디에 머물던지 하나님은 저에게 거룩함과 겸손함과 순종함을 원하신다는 것과, 비록 흩어져 있지만 곳곳에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한 마음을 품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계속하여 세우시고 성령의 끈으로 연결시켜 주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새롭게 도전할 힘과 동역의 기쁨과 헌신의 결단을 이루는 일에, 코스타 집회와 준비과정과 이어지는 지원들이 앞으로도 계속하여 저를 포함한 모든 코스탄들이 좋은 훈련의 도구로 쓰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