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6년 3월호

결혼을 하고 캠퍼스 사역(Korean Bible Study)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말씀을 통한 제자 됨과 제자 삼는 일에 눈을 뜨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싱글 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런 기회가 내게 주어진 사실 만으로도 감사드리고 가장 적합한 하나님의 때였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jjKOSTA코디로 섬기면서 미주 지역을 그리스도의 띠로 묶으시고 동일한 마음을 품은 동역자들을 만나게 하시며 하나님의 제자들을 일으키시는 일을 보고 경험케 하심 또한 감사드린다. 너무나 부족한 믿음과 보잘 것 없는 헌신에도 하나님께서는 사역으로 불러 경험케 하셨고 믿음의 경주를 위해 붙잡고 달려갈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셨다.


그러던 중 2004년에 하나님의 선물인 자녀를 허락하셨고 이제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가 없을 때는 싱글과 함께 하는 신앙생활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정도였을 뿐, 나름대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지만 막상 자녀가 생기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예전부터 예상했었고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산후 조리와 육아로부터 오는 육체적인 피곤과 불규칙적인 생활은 말씀과 기도로 나튼〈쨉?여유를 주지 못했다. 주일날 예배 시간에는 아기 방에서 아기와 씨름하느라 제대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고 주일날 교회 가는 것이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그리고 말씀을 듣고 나눌 공동체와 사역이 없어지니 나의 신앙을 붙잡아 줄 버팀목을 잃어버리게 되어 영적인 좌절감과 무기력함 가운데 주저앉게 되었다. 자녀가 주는 기쁨과 축복으로 감사가 넘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달라진 상황들로 인한 당황함과 무의식 가운데 있은 정신적인 충격, 엄마라는 새로운 자아 정체성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해 오는 혼란 또한 나를 힘들게 했다. 지금 돌아보면 자녀가 막 태어나고 얼마간은 자매에게 육적, 영적, 감정적으로 총체적 어려움을 겪기 쉬운 시기인 것 같다. 산후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산모들의 이야기를 흔히 주위에서 들을 수 있는 것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힘든 시기일 수 있음을 알게 한다. 더욱이 신앙인이라면 영적인 고갈이 더욱 삶을 건조하고 힘들게 할 것이다. 그 기간 중에 회복을 바라며 일대일 성경공부를 맡게 되었지만 나 자신에게 은혜가 부족하여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어 멈추게 되었다. 그로 인해 죄책감과 더 큰 좌절감으로 회복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주위의 동역자를 통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셨다. 예전의 캠퍼스 사역을 하고 계신 간사님의 사모님께서 나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셔서 큐티 모임을 제안하셨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면서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내 자신이 말씀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사모님의 나눔이 메마른 땅에 생명수가 되어 영혼이 소생하고 호흡하는 은혜를 경험하게 하였다. 한 번 회복하시기로 시작하신 하나님의 일하심은 놀랍게 이루어졌다. 예배를 맘껏 드릴 수 있는 환경으로 인도하셔서 예배의 기쁨을 회복시키셨고 새벽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에 눈물로 반응 하게 하셨으며 동역자의 교제와 돌봄으로 지친 영혼과 마음에 따뜻한 사랑이 가득 차게 되었다.


회복과 함께 사역에 대한 갈급함과 헌신으로의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하는 마음을 주셨는데 하나님께서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사역이 아닌 가정 사역이라는 다른 그림을 보여 주셨다. 처음에는 ‘자매’로 태어났기에 가정에 매이고 한계가 정해진다는 생각에 답답함과 불공평함에서 오는 반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동안 말로만 가정 사역이라 여겼지 진지하게 사역으로 여기고 제대로 섬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이제는 자녀를 통해 가정에서 평생 제자 삼는 일로 불러 주셨음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얼마 전 참석한 가정 세미나에서 들은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선교는 수평 선교와 수직 선교가 있는데 지금까지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수평 선교에만 열심을 내고 세대를 잇는 자녀를 향한 수직 선교에 소홀하여서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말씀이었다. 가정 사역은 다른 사역에 비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고 그래서 어쩌면 ‘사역’이라는 진지함이 결여된 채 헌신과 섬김에 소홀한 대상이 되기 쉽지 않나 생각 한다. 캠퍼스 사역에서 제자 삼는 것과 동일하게 자녀를 예수님의 제자로 삼기 위해서도 제자 삼는 자가 먼저 제자가 되고 말씀과 기도, 인내와 사랑, 하나님께 온전히 내어 드리는 헌신의 값 비싼 대가를 치러 야 가능한 일인데 말이다.


흔히 아줌마는 용감하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경험해 보니 자신감과 자존감이 오히려 싱글 때 보 다 낮아진 것을 경험하였다.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딸로 그밖에 여러 역할들을 감당하면서 소속감에 혼돈이 오고, 내가 속한 가정과 가족 그리고 거기에 쏟는 나의 섬김의 가치를 낮게 인식하지는 않고 있나 되돌아본다. 다양한 역할들로 불러 주신 하나님의 필요와 사명에 대해 스스로 점검해 보고 하나님 안에서 나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할 때 남편의 조력자로서, 자녀들을 예수님의 제자 삼는 스승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며 가정 사역 가운데 쓰임 받는 나의 존재 가치를 하나님 안에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매들은 돌봄(care)이라는 달란트를 선물 받아 하나님의 일을 위해 좋은 도구로 쓰이는 축복을 주셨다. 하지만 그런 자매도 주위의 섬세한 돌봄이 누구보다 필요한 대상이며 그런 돌봄으로 세워질 때 주어진 달란트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주위에서 갓 자녀가 생긴 자매들을 비롯해 많은 유학생 배우자들이 관심과 돌봄의 대상에서 소외되거나 그들의 어려운 상황이 간과되는 것을 종종 보면서, 그리고 직접 경험하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가까운 남편부터 그들의 필요를 아는 동역자들 그리고 교회 안의 작은 공동체들이 일어나 자매들을 회복시키고 세우는 사역들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그리고 자매 본인은 신앙생활에서 주변인이 아니라 주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줌마 특유의 용감함과 담대함으로 하나님께서 맡기신 가정 사역에 충성함으로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데 쓰임 받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