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은 전 미국을, 아니 온 세계를 충격과 슬픔 속에 몰아넣었다.하지만 신문의 사회면을 보면 조승희 사건 같은 대형사건 외에도 남편과 아내가, 부모와자식이, 친한 친구들이 서로 때리고 죽이고 자살하는 끔찍한 일들이 곳곳에서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이제 미국은 사회단체와 학교, 병원이 힘을 모아 사람의 내면에 쌓여 있는 분노와슬픔이 얼마나 심각한 살상무기로 변할 수 있는지 인정하고, 예방과 치유와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실행하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의 내면을 세심하게 돌보는 일은 많은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하기 어렵다. 소그룹 모임에서, 특히 소그룹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에서 각 개인의 마음이 열리고,용납받고, 상처가 치유되고, 돌봄을 받아 건강한자아상을 회복하는 일이 일어나야만 한다.

최근 각 분야에서 소그룹 안에서 일어날 수있는 놀라운 역사들을 인식하면서 많은 한국 교회와 기업들이 소그룹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도입하고 있고, 가정 사역도 더욱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모든 리더가 소그룹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교육을 통해서 영혼 구원과 전인 치유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작은 교회로서의 소그룹을이끌어 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소그룹 전문 사역자로 미국의 여러 교회와유수한 기업체의 소그룹 리더들을 훈련하고 멘토하시는 데이비드 스탁(David Stark) 목사님으로부터, 소그룹의 원리와사람들이 소그룹을 통해 어떻게 단계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해 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배울 기회가 있었다. 막연히소그룹의 목적은 영혼 구원이어야 한다 정도만 알고 있다가 구체적인 원리들을 배우고,또 그 원리들을 실제 소그룹 활동을 통해 확인하면서 소그룹에 대한 세계관을 더욱 견고히 정립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소그룹의 주요 원리가 숨어 있는단계들을 거치면서 믿음이 성장하고 삶이 변화되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먼저 후원과 소속감으로 소그룹의 일원이 되는 기본적인 단계를 거친다.그리고 함께 공부하면서 혼자 할 때보다 더 엄청난 학습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그 후, 삶에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 변화되는 삶을 위한 서로의 결심과 노력을 존중하고 도와주는 상호 책임의식은자신 없고 두렵지만 새로운 삶과 습관을 시도해 보려는 모험을 가능케 하고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한다. 이 모든 단계를 거쳐 결단하고 문제들을 헤쳐 나가는 리더십의 단계에 이르면 다른 사람들을 후원하고 소속감을 주며 양육할 수 있는새로운 리더가 탄생하게 된다. 이 모든 단계들이 어우러져서 성공적인 소그룹의 반석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리더들은 이 보이지 않는 원리가 건강하게유지되고 있는지 관찰할 수 있는 시각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 소그룹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소그룹을 편안하면서도 건강한 유기체로 성장시킬 수 있다. 

(커피브레이크
소그룹 인도자 워크숍 강의안
10)
 


소그룹이 주는 후원과 소속감 

소그룹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영적 변화의 단계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고 있는
후원과 소속감의 원리는 소그룹 사역자와 리더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가장 소홀히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

누구든 개인적으로, 또 영적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 모든 사람은 어딘가에 반드시 소속되어야 하는 간절한 필요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 삼위일체의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분의 형상대로 만드신 후 홀로 있음을 보고
보시기에 좋지 못하다고 하셨다. 관계의 하나님께서 우리도 관계를 열망하고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만드셨기에, 우리는 관계에서 아픔을 겪고 난 후에도 또 다른 관계를 열망하며 끊임없이 어딘가에, 또 누구에겐가
소속되기를 원하며 살아가고 있다
.

한국도 그렇겠지만, 미국에도 갱단 조직이 많다. 슬픈 것은 그 갱단 중에 한국 청년들로 구성된 조직도 있다는 것이다. 어느 목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 그 청년들 중에는 의외로 이민생활에 성공하여 기반도 든든하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는 가정의 자녀들이
많다고 한다
. 그 아이들에게 좋은 집을 두고 왜 이렇게 길에 나와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사느냐고 물으면
I
belong here!
(난 이곳에서 소속감을 느껴요!)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가족과 집에서
느끼지 못한 소속감을 갱단의 친구들에게서 느끼게 했을까
?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사랑과 구원을 부르짖는 가정과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것일까? 

결혼하고 나서 약 15년을 남편의 연구소가 있는 미국 남서부의
작은 도시에서 살았다
. 그곳에서 개척교회를 섬기며 주일학교와 새신자 소그룹을 맡게 되었다. 인근 대학교에서 한인 학생 성경공부 인도도 함께 하고 있었지만, 학생 사역은 학생들의 섬김으로
오히려 큰 힘이 되었다
. 주일학교도 몸이 힘들긴 해도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나름대로 즐겁게 할 수 있었는데,
가장 어려운 사역이 새신자 그룹 인도였다.

처음 새신자반 소그룹을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좀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 한마디로 그 사역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돌보아야 할 사역 대상자들이
거의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 예전에 잠시 믿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떠나 있는 사람들이었다. 비록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있던 사람들이었으나
그들 모두 누군가로부터 받아들여지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소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

그 그룹의 구성원은 거의 대부분 국제결혼을
하신 분들이었다
. 국제결혼도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다
.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적부터 공부하며 미국인과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는 경우도
있고
,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만나 결혼한 후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온 분들도 있다. 그때 그 소그룹 구성원들은 거의 두 번째 케이스로 남편을 따라와서 낯선 곳에서 살고 계신 분들이었다. 게다가 대부분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 못한 탓에 하나님의 사랑을 부모님의 사랑과 비교하여 설명할 수도 없었다.
소그룹 사역을 향한 나의 비전과 헌신, 대학교 때부터의 경험과 훈련 같은 것들은
그분들에게 아무런 감동도 줄 수 없었다
.

그분들은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토해 냈다. 요리책을 보고 열심히 김치를 만들어 가져다
드리면
이렇게 맛없는 김치는 찌개를 해도 맛이 없어라고 하셨고, 내가 그쪽같이 좋은 부모 만나 공부하고 결혼 잘 해 잘 살면
나도 당신이 믿는 그 하나님 믿어
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찾아갈 때마다 거부감을 표현하는 거침없는 말들 앞에 목까지 올라오는 눈물을 삼킨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

그러던 어느 날, 꽤 늦은 밤에 병원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다.
자신을 늘 부정적으로 말하며 가장 험악하게 거절하던 자매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손목을 그었다가 다행히 목숨은 건졌는데,
너무 이상한 것은 정신이 들자마자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절박한 순간이 오니 하나님을
찾고 싶었던 것일까
? 그분이 병원에 있는 동안 곁에 있던 내게 마음을 여시더니 두 살 때 길에 버려진 이후
기구했던 자신의 삶을 나누기 시작했다
. 나도 그동안 내게 찾아온 힘든 나날들, 병약했던 어린 시절들을 나누게 되었고, 우리는 날마다 조금씩 더 친해지게 되었다.
병문안 온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삶을 포기하려고 손목을 그은 그
자매를 눕혀 놓고
, 사람들은 가면을 벗고 서글픈 자신들의 삶을 서슴없이 나누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방인처럼 나를 대하고 무섭게 거절하던 분들까지 만삭의 몸으로 하루 종일 병원에 있는 것에 감동하셨다며 귀하게 여겨 주시고
돌봐 주기까지 하셨다
.

그분이 퇴원한 후 우리 소그룹은 수가 두
배로 늘었다
. 그분들은
예수님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 그저 공감대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좋아서 나오기
시작했다
. 이곳에 오면 모두 가면을 벗고 서로의 아픔과 연약함, 슬픔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것 같았다
. 소외되고 외롭던 그들에게 소속감을 준 소그룹 모임으로
인해 그들의 마음의 밭이 부드러워지고 풍요로워지기 시작했다
. 어느새 하나님의 말씀이 재미있다며 동네 사람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 그리고 서로의 삶이 회복되도록 서로를 돕는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손목을 그었다가 퇴원한 자매가 몸을 회복하기까지 모두들 함께 도왔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도록
힘과 위로가 되어 주었다
. 골수암에 걸린 자매가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을 때에도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음식을 해다 주며 다시 일어설 때까지 곁에 있어 주었다
. 내가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할 때도 모두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오셔서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사랑을 베풀어 주셨다
. 소그룹 모임을 인도할 때나 다른 교회
일을 해야 할 때는 차례로 우리 아이들을 업고 안고 돌보아 주시기도 했다
.

우리 소그룹은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기 시작했고, 함께 울고 웃으며 어려움을 당한 사람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자신이 아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후원해 주었다
. 하나님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지만 어딘가에
속하고 싶고 누군가로부터 도움과 후원을 받고 싶었던 그들은
, 교회보다 먼저 소그룹에서 하나님을 어렴풋이 경험하기
시작했다
.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같은 어려움을 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소속감을 느끼고
후원을 주고받는 것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

딱딱하게 굳어 있던 그들의 마음이 소그룹의
돌봄과 사랑으로 부서지고 부드러워져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수 있도록 풍요롭게 준비되어 갔다
. 그리고 그들은 기쁨으로 교회에 등록했고,
성가대와 아기방에서 봉사하고 체계적으로 성경을 공부하며 말씀 가운데 삶이 다듬어지기 시작했다. 그 새신자 소그룹은 어려웠던 개척교회를 잘 섬기고 부흥시킬 일꾼의 산실이자 요람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서 빨리 그
사역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 지나고 보니 지난 25년간의 소그룹 사역 중에서 가장 많이 기억나고 그리운 소그룹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 얻은 소중한 경험은 이후의 소그룹 사역을 풍성하게 해주는 보석 같은 재산이 되었다.

먼저, 사람을 개발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소속감과 후원임을 많은 사례를 통해 체험하게 되었다
. 외롭고 지친 사람들이 소속감을 얻고 힘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 바로 소그룹임도 알게 되었다
.

그리고 서로를 후원하는 아름다운 소그룹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리더부터 힘빼기를 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 몸에 힘을 빼야 물 위에 뜰 수 있는 것처럼, 리더라는
위치로 누르거나 지배하려는 힘을 온전히 뺄 때
, 하나님께서 리더에게 영적인 권위를 주어 띄워 주시는 것이다.

그런 소그룹은 사람들의 연약함과 실수를 받아주고
용납해 주고 안아 주는 그런 공동체이다
. 리더가 자신의 연약함을 투명하게 나누면 그때부터 힘빼기가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리더
앞에 자신들도 투명해지고 서로를 긍휼히 여기며 안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리더들이 연약함을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리더들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강함이 자랑된다
.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그러시듯, 그들이 마음을 열 때까지 재촉하거나 협박하지
말고 곁에서 조용히 기다려 주는 것도 너무나 중요한 소그룹원과 리더의 역할이다
. 강요로는 마음을 열고 나누는
일을 결코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 지금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상처와 절망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우리의 가정이, 큐티방이, 소그룹 성경공부
모임이 그들을 안아 주어야 한다
. 그들의 내면의 고통을 이해해 주고, 도울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도와주고, 그들이 소속감과 기쁨을 누리며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소그룹이 되어 주어야 한다
.

도움을 받고 싶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하나님에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 그들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느끼고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인도할 친밀한 소그룹이 먼저 필요하다
. 친밀한 사람들끼리는 나눔이 자연스럽다. 나눔은 내면의 회복을 준다. Depress(눌림)의 반대말은
express(
표현)이다. 자신을 표현하기에
안전하고 편안한 소그룹은 치유와 회복을 주고
,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시켜 준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소속감을 주고 그들의 필요를 후원해 주는 친밀한 소그룹이야말로 하나님을 모르거나 떠난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이끄는 강력하고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의 가정과
소그룹 모임들이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을 하나님께 안내하는 세상의 소망으로 곳곳에 우뚝우뚝 푸르게 심어져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