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 초기, 한 선배리더의 ‘섭정’체제로 시작한 성경공부의 첫 내용은 바로 ‘바울서신’이었다. 약 4개월에 걸쳐서 진행하는 ‘바울서신’공부는, 그 후에도 나의 단골 메뉴가 되어, 여러 번에 걸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최근에는 내가 몸담고 있는 기혼자 유학생 중심의 성경공부 모임에서, 와이프들끼리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모여서 ABS (아줌마 바이블 스터디)를 가졌는데, 그 첫번째 본문 또한 ‘바울 서신’이었다.


본문 선택


성경공부의 탁월한 방식은 역시 성경 본문을 가지고 깊이 연구하는 귀납법적 성경공부 방식이 아닐까 한다. 성경본문을 가지고,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본래의 의도를 찾아내려고 애쓰고, 여러 성경 번역을 참고해서 ‘본문연구 – 해석 – 적용’을 통해 진리를 찾아내려는 성경공부 방법! 나도 귀납법적인 성경공부 방법을 선호하고, 지금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성경공부에 참 맛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성경의 큰 그림을 그리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공부를 한번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아니 그냥 나의 옛날 모습을 생각해 보자. 구약과 신약이 있다는 건 알겠다. 신약에는 예수님 이야기인 복음서들이 있고, 그 다음 사도행전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는 중간에 참 많은 서신서들이 존재하고, 마지막에 요한계시록이 있다. 근데, 그 많은 서신서들이 정리가 않된다. 도대체 누가 어떤 걸 왜 썼을까. 설교시간에 들어보면, 바울이 쓴 책도 참 많은 것 같은데, 난 로마서만 바울이 썼다는 걸 확실히 알겠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도대체 뭐지?


‘바울서신’공부는 신약 전체의 그림을 그리게 도와준다. 바울서신 13편을 공부하고 나면, ‘복음서-사도행전-바울서신-일반서신-계시록’이라는 신약의 큰 흐름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큰 흐름을 잡고 나면, 사람들은 성경과 상당히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성경 전체의 흐름은, 성경 전체를 간략히 소개하는 책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성경을 객관적인 사실로만 인식하는 공부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기 쉽다. 하지만, ‘바울서신’은 범위가 넓기는 하나 여전히 성경본문을 중심으로 진행하기에 삶에 적용하는 많은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계획세우기


바울서신 13편은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다. 사실 로마서만 가지고 1년 이상을 공부해도 모자를 테니까. 하지만, 성경공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짧고 정확한 기간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성경공부에 겁을 먹거나 지겨워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성경공부가 왜 지겹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옛날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자.) 그래서 바울서신을 약 4개월로 책정한다. 다시 말해서, 성경 본문을 자세히 연구하고 묵상하기 보다는,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말이다. 바울서신 계획은 보통 다음과 같다.







































































공부내용 보충자료
1 바울의 생애 사도행전 8 28장 읽기
2 갈라디아서 1차 전도여행
3 데살로니가전서 2차 전도여행
4 데살로니가후서  
5 고린도전서 1 8장 3차 전도여행
6 고린도전서 9 16장  
7 고린도후서  
8 로마서 1 8장  
9 로마서 9 16장  
10 골로새서, 빌레몬서 로마 수감생활
11 에베소서  
12 빌립보서  
13 디모데전서 4차 전도여행
14 디도서, 디모데후서  
15 총정리  



준비과정


‘바울서신’과 같은 큰 그림을 보는 성경공부를 하면서 빠지기 쉬운 유혹은 성경을 중심으로 보기보다는 참고 자료들을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참고 자료들이 큰 그림을 보는데 훨씬 용이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준비를 하게 되면 사실만 나열하는 공부로 그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런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1. 한 주치 분량의 본문을 printout한다. 여러 번역으로 가지고 있으면 더욱 좋다.
  2. 매일 하루에 한 장씩을 귀납법적 성경공부 방법으로 공부한다. 만일 귀납법적 성경공부 방법에 익숙치 않다면, 그 1장의 분량으로 QT를 하는 것도 좋다. 그 과정 속에 깨닫게 된 내용을 종이의 여백에 다 적어 놓는다.
  3. 하루를 정해, 그 주의 본문을 적어도 5번 이상을 읽고 묵상한다. 그러면서, 바울이 왜 이런 말을 했을까를 생각하면?당시의 정황을 추측해 보고 기록한다.
  4. 이제 시대적 정황이 알려주는 책들을 참고해서, 기록한다.
  5.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주석들을 참고해서 기록한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본문을 충분히 살피기 전에는 절대로 참고도서를 펴지 말라는 점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본문 printout만을 들고 다른 장소에 가서 연구하고 묵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바울서신을 공부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책들은 다음과 같다.


-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고든 D 피, 성서유니온: 이 책에서 서선서 파트를 읽고 시작하면, 공부 중 빠질 수 있는 실수를 덜어줄 것이다.
-  ‘바울’, 존드레인, 두란노: 이 책을 통해 바울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  ‘IVP 성경배경주석 – 신약’, 크레이그 키너, IVP: 본문과 관련해서 당시 상황적인 특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  ‘책별로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고든 D 피, 성서유니온: 각 책별 특징과 주의 할 점을 간략히 집어준다.
-  ‘윌리암 바클레이 주석’: 유대 풍습과 정황, 그리고 지리에 대한 폭넓은 도움을 받게해 준다. 바클레이만의 탁월한 관점과 함께.
-  ‘성경사전’: 이거야 필수!


그리고 가능하다면, 바울신학에 관련된 책 한권과 ‘이상근주석’과 같은 조금 더 자세한 교재를 가지고 있으면 더 좋겠다.


진행하기


바울서신 공부의 목적이 큰 그림을 보는 것이기에, 성경번역본은 어떤 것을 보아도 무방한 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번역을 손에 들 수 있게끔 본문을 printout해서 나누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와 함께 다음 주에 함께 나눌 handout을 만들어서 나누어 준다. Handout도 큰 그림을 그리는 맥락을 놓치지 말아야 하지만, 삶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내용도 함께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결국 적용문제는 성경의 작은 부분을 참조하기 쉽지만, 그 부분도 성경 전체의 주제의 핵심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에베소서를 공부하면서는 ‘교회’구성원으로써의 삶에 초점을 맞춰 주어야 한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본문을 적어도 3회 이상 읽어 오게끔 하고, 한 구절 정도는 암송을 권장하는 것도 좋다. 또 그날 본문의 배경이 되는 내용은 구성원 중의 한명이 조사해 오게 하면 좋다.


공부 초반에는 바울의 생애에 대해 반복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바울의 성장배경부터 전도여행과 각 서신들이 쓰여진 시기들을 묶어서 계속 반복하면, 구성원들의 바울서신에 대한 어렵다는 선입견을 없애는데 도움을 준다. 바울의 생애에 대한 내용은 절대로 5분이 넘어가면 안되고, 정말 간략히 암기할 수 있는 정도로 점검하는 편이 좋다. 너무 자세하게 하면 포기하기 쉬워지니까.


공부의 마무리는 실제적인 적용문제를 구체적으로 나누는 것으로 하는 편이 좋다. 지식적인 내용으로 시작했지만, 성경을 통해 구체적으로 삶으로 끌어가는 과정이 일주일 간 다음 성경공부를 기대하게 해 준다. 물론 이 내용은 리더가 준비과정을 통해, 자신이 묵상하고 경험한 것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준비과정 중에 묵상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더 없이 중요하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그 주에 공부하는 서신의 쓰여진 정황과 본문의 큰 주제를 잊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데살로니가서는 종말론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골로새서는 그리스도론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하는 큰 주제는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편이 좋다. 각 서신별 특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공부내용 특징 주제 저작시기
갈라디아서 이신칭의와 율법과의 관계 1차 전도여행 후
데살로니가 전후서 종말론, 연기된 종말론 2차 전도여행 후
고린도전서 고린도교회에서 온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 답변 3차 전도여행 중
고리도후서 바울의 사도권 3차 전도여행 중
로마서 이신칭의 3차 전도여행
골로새서 그리스도론 옥중서신
빌레몬서 구원의 은혜 옥중서신
에베소서 교회론 옥중서신
빌립보서 교회 내 분쟁, 그리스도 안에서의 기쁨 옥중서신
디모데전서, 디도서, 디모데후서 교회 운영, 목회 목회서신



평가하기


공부를 마쳤을 때, 구성원들이 바울의 생애를 서신서가 쓰여진 상황과 함께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 서신서들의 큰 주제를 말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문제는 이렇게 목표를 가지고 가다보면, 지식적인 공부라는 인상 때문에 딱딱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경우는 일주일간 함께 적용할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족


성경공부를 해 오는 사람들은 다 안다. 리더가 지금 어떤 영적인 상황에 있는지를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리더가 하나님과 어떤 관계성 속에 있느냐가 성경공부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곤 한다. 아직까지 방법을 제시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과정을 통해 리더가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식적으로 재미도 있고, 영적인 도전도 함께 받는 훌륭한 성경공부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