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대학교의 총장님이신 임동선 목사님께서는 매 학기 신입생들을 맞이하면서 주시는 격려에서 꼭 빼어놓지 않는 말씀이 있다. 좋은 영적 지도자가 되기 위하여 신학교를 다니면서 인격, 지식, 또 영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열심히 공부하여서 지식을 쌓고 고난의 경험을 통하여 인격을 다듬고 하나님께 깊이 나아가는 기도 생활을 통하여 영력을 쌓으라고 말씀하신다. 사실상 지도자들은 여러 가지 종류의 능력을 갖추고 그 능력을 사람들을 섬기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영적 지도자가 갖추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영적인 능력과 권위이다. 일萱?효과적으로 사역을 감당했던 영적 지도자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주로 영적 권위의 기초 위에서 지도력을 발휘한 것을 살펴볼 수가 있다.


한국의 지도자들을 연구하면서 많은 지도자들의 삶과 사역 속에서 영적인 권위를 인식하고 소중히 하고 사역에서 영적 권위의 기반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 중에서도 한경직 목사님은 그의 사역 가운데 영적 권위를 잘 인식하고 사용하신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분은 목회자들을 위한 글에서 영적인 권위에 대하여 가르치셨다. 주님께서도 “가르치실 때에 서기관과 같지 아니하고 권세를 가지고 가르치셨다”라는 말씀을 인용하면서 영적 지도자에게 있어서의 바른 권위를 강조하셨다. 그러면서 설교자가 영적 권위로 가르치기 위한 다섯 가지의 중요한 원리를 강조하셨다.


첫째, 설교의 권위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 다른 어떤 지식을 통하여 권위를 가지려 하는 것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할 때에 지도자들은 영적 권위를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 자체에 권위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지도자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에 권위를 가지게 된다. 자신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하면서 그것을 지도자 스스로가 확신으로 받아들이고 전할 때에 권위가 있는 것이다. 셋째, 지도자는 그 생활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 때에 즉 도덕적인 면에서 타의 모범이 될 때에 영적인 권위가 있는 것이다. 자신도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화려하게 말을 잘한다고 영적인 권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넷째, 지도자가 인간의 영혼을 향한 깊은 애정과 구원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을 때에 영적 권위가 있는 것이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을 소유한 지도자에게 영적 권위가 있는 것이다. 다섯째, 지도자가 기도생활을 통하여 성령으로 충만할 때에 영적 권위가 나온다.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통하여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고 순복할 때에 영적 권위가 있는 것이다. 한경직 목사님은 이상과 같은 원리 위에서 삶과 사역을 감당하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적 권위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그분의 지도력을 따른 것이다.


풀러 선교대학원의 지도자학 교수인 클린톤 교수는 영적 권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영적 권위란 “사람들이 그들의 지도자 안에 있는 영성을 인식하였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 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지도자의 삶과 사역 속에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보고 그 결과로 사람들이 지도자에게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따르는 것이 영적 권위이다. 이런 영적 권위는 주로 지도자가 삶의 경험을 통하여 하나님을 깊이 경험할 때 또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로 인한 성령의 열매가 그 삶 가운데 나타날 때, 또 사역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이 나타날 때 사람들은 지도자의 영적 권위를 인정해 준다. 또한 영적 권위가 있는 사람은 자기의 권위를 주장하기보다는 주로 설득과 모범 그리고 도덕적인 면에서의 탁월함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이끄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영적 권위를 가질 수가 있을까? 영적 권위란 욕심을 내어 소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님께 진실되게 나아가고 그 안에서 하나님과의 참다운 교제, 깊이 있는 만남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결과요 열매이다. 영적 권위 자체가 목적인 것이 아니란 오직 하나님을 목적하고 하나님을 향한 깊은 열정이 있을 때에 주어지는 하나의 결과이다.


영적인 지도자는 여러 다양한 능력을 소유하고 상황과 대상에 맞게 적절하게 섬기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영적인 지도자가 궁극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능력은 하나님의 능력이다. 그런데 그런 하나님의 능력은 우리가 여러 다른 능력을 소유했는가 아닌가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설사 우리가 다른 모든 면에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할찌라도 그 능력 때문에 하나님 앞에 절대 겸손으로 나아가서 하나님을 목적하고 의지하는 자세를 갖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영적 권위가 주어지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사역 가운데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지 않고 또 지도자들의 영적 권위가 부족한 것이 우리 지도자들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하면 너무 아이러니컬한 표현일까? 우리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우리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고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역사하지 않으시는 것은 아닐까 자문해 본다.


영적인 권위를 가지고 사역을 하신 대표적인 영국의 영적 지도자중에 한 분이신 존 스타트 목사님은 그의 “리더십의 진실”이라는 책에서 사도 바울의 영적 권위에 관한 중요한 역설적 진리를 지적하였다. 고린도후서 12:9-10을 보면, 사도 바울은 자신의 몸에 있는 가시를 없애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세번 간절히 드린 후에 다음과 같은 고백을 한다. “내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이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함이니라.”


영적인 권위는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가고 그를 의지하여 살아갈 때에 주어지는 선물이요 결과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우리의 능력이 있을 때에 그것을 의지하고 하나님께 나아가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도리어 우리가 약할 때에 우리는 나약함을 의식하고 하나님께 나아가게 되고 그 결과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역사하시는 것이다. 우리의 영적 권위의 열쇠는 하나님께 나아가고 동행하는 것인데 우리의 나약함으로 인하여 우리가 더 하나님께 나아가게 됨으로써 우리의 나약함이 도리어 우리의 진정한 강함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신앙의 역설이다.


현대는 권위주위에 강하게 반발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참다운 권위에 대한 깊은 갈증을 가지고 있는 시대이다. 권위를 섬기기 위하여 사용하는 사람, 다양한 권위를 소유하고 상황과 사람들에 맞는 권위를 사용할 수 있는 지혜의 사람, 무엇보다도 우리가 의지해야 하는 능력은 하나님의 능력임을 기억하는 사람, 우리의 약함을 통하여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는 역설을 이해하는 사람, 이런 지도자들을 하나님은 찾고 계시고 사람들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