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섬기고 있는 월드미션대학교는 지난 2월 17일에 The Association for Biblical Higher Education이라는 기독교 대학 인가단체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작년11월에Transnational Association of Christian Colleges and Schools라는 인가 단체에 준회원으로 가입된 것에 이어서 이번에 ABHE라는 인가단체에 정회원으로 가입 하게 됨으로써 명실상부 미국의 주류 기독교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교육기관으로써 인정을 받게 되었다.


미국의 대학 인가 시스템은 한국과는 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고등 교육기관을 운영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일단 주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월드미션대학교는 1989년에 창립이 되었고 1992년에야 주정부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적인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연방 정부의 교육국(Department of Education)과 고등교육 인가 위원회CHEA(Council for Higher Education Accreditation)의 인정을 받는 연합체에 가입을 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우리가 문교부 인가라고 말하는데 미국에서는 연방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직접 인가를 주지 않는다. 대신에 미국에서는 관주도가 아닌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연합하여 스스로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서로를 인정해 주는 연합체들이 있다. 이 연합체들을 CHEA(고등교육인가 위원회)가 인가를 해주면 정부에서 주는 모든 혜택을 받게 되어 있다. 이번에 월드 미션대학교가 정회원으로 가입된 ABHE라는 기관은 바로 연방정부 교육국과 고등교육 인가 위원회에서 인준한 기독교 대학교 연합회인 것이다. 그럼으로써 미국에 있는 다른 인준 받은 교육 기관들과 학점을 교류하고 학위를 교류할 수 있게 되고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가단체에 가입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학교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많은 배움이 있었다. 이 인가과정은 Self Study라는 과정인데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대학의 행정의 전반적인 면에 있어서 연합체 기준들의 각 부분에 우리 학교가 얼마만큼 만족시키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작 업 (Compliance Document)이 있다. 연합체의 기준에 따라서 학교의 각 부분 부분을 점검하고 위원회를 만들어 기준에 맞추어 가는 것이다. 학교의 행정, 교수, 학무, 재정, 학생 관리 등등의 분야를 살피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하여 학교의 사명과 목적을 분명히 하고 각 프로그램의 목적을 뚜렷이 정리하게 된다. 두 번째 부분은 학교가 세운 사명과 목적을 실제적으로 진행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성공적인가를 평가하는 작업(Institutional Research)이다. 학교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는가, 학교의 교육 목적이 실제적으로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성취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학생들이 실제적으로 교육을 통하여 어떤 발전이 있었는가, 학교의 행정의 부분이 목적에 맞게 잘 진행되고 있는가를 각종 Survey와 자료들을 통하여 점검하는 것이다. 세 번째 부분은 이상의 자료를 바탕으로 학교의 5개년 발전 계획(5 year plan)을 세우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하나씩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이 일을 하면서 구체적인 목적에 따른 평가의 중요성에 대하여 많이 배우고 깨달았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목적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이 실제적으로 성취되고 있는가를 평가하지 않으면 실제적인 목적을 얼마나 성취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고 개선할 수도 없다. 그래서 평가라는 것은 중요하다.


조직의 차원뿐만 아니라 개인의 차원에서도 발전을 위한 평가는 중요하다. 기독교 교육 학계의 대가인 달라스 신학교의 하워드 헨드릭스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30년 가르친 경험이 1년 경험의 30번 반복일 수가 있다.” 나도 1999년 가을에 첫 강의를 시작하였으니까 나도 벌써 신학교에서 강의를 한 것이 만 6년이 넘었다. 그 동안 강의한 정식 강의의 종류만 해도 무려 12과목이 되고 그 외에 소규모 세미나들이 많이 있었다. 다시 말해서 가르침에 경력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바람직한 교수로써 내가 발전하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 하게 된다. 하워드 교수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은 많고 오랜 경험이 반드시 좋은 교수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30년 가르친 경험이 있다고 해도 평가와 발전이 없이 그저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가르친다면 1년 경험을 30번 반복한 것과 같이 의미 없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늘 강의 내용과 강의 전달에서 평가하고 발전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말이 참 도전이 되어서 나의 책상에 써서 부쳐 놓았다.


학교에서 학기말이 되면 교수 평가서를 학생들이 작성한다. 사실상 교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한 학기 동안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지만 학생들의 평가서에는 냉정하게 평가가 나온다. 학교에서는 이 평가서를 참조하여서 교수를 채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는 별도로 교수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한 한기 동안의 강의를 마치면서 이번 학기에 스스로에게 점수를 주고 학생들의 피드백을 통하여 다음에 강의를 보다 좋은 강의로 만들기 위하여 어떤 점들을 구체적으로 개선해야 할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교회 사역 속에서도 평가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수련회를 가면 수련회를 마치고 평가서를 작성한다. 평가서를 통하여 수련회가 전체적으로 잘 구성되었는지 강사님의 말씀이 주제와 잘 연관이 되었는지 등의 평가서를 쓰게 한다. 그런 평가서는 다음 수련회를 더욱 의미 있고 은혜롭게 준비하는 중요한 자료들이 된다. 평가를 하지 않고 수정할 점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반복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진정한 의미의 평가는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지루한 작업이기도 하다. 때로는 아프기도 하다. 그러나 평가 없이 발전을 기대 하기가 어렵다. 나의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는데 평가제도가 있었다. 처음에 좋지 않은 점수가 나와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는 그것이 기도 제목이 되고 평가를 잘 받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여 나중에는 특별 보너스까지 받는 좋은 점수를 획득하였다. 아마도 평가가 없었다면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가는 사실상 우리의 삶의 모든 부분에서 필요하다. 한 개인의 발전에 있어서도 또 우리가 하는 사업체에서도 또 우리의 기독교 사역에서도 평가가 필요하다. 우리가 좋은 목적과 목표를 세웠지만 평가 없이 그저 반복을 하기만 한다면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 우리의 일과 사역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평가를 하고 발전해야 되는 점들을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수정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 월드미션대학교도 인가 받는 과정을 통하여 부단히 스스로를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계획을 세워서 미국의 주류 기독교 대학에 어떤 면으로나 부족함이 없는 교육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