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계간지에 변명혜 교수님께서 “서두르지 맙시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실으셨다. 우리 신앙 생활에서 바쁘게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적하게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우리가 시간을 쓰는데 너무나 실용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다 보니까 우리의 시간 스케쥴에 당장의 결과와는 상관이 없는 한가한 시간을 넣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하나님과의 만남과 교제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삶가운데 하나님과의 교제를 위한 고독(solitude)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과의 교제의 시간에 관하여 평소에 느낀 것들을 몇 자 적어본다.


첫째, 하나님께 시간을 드리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점 중에 하나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바쁘고 할 일이 태산같이 많은데 하나님께 시간을 드린다고 멍청히(?) 앉아서 귀한 시간을 보내기에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탈벗 신학교의 클라우스 이슬러교수는 “하나님과의 시간이 마치 시간의 낭비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라고 하였다. 물론 그 시간을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은혜를 깊이 체험하게 되는 때는 보람을 느끼지만 대부분의 경우 하나님과 시간을 갖으려고 할 때에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고 상당히 건조하게 보내게 되게 되는데 그럴 때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께 드리는 시간이 삶의 제일 순위인줄 알지만 이렇게 효과적이지 않게 보내느니 다른 일들을 하면 어떨까 유혹이 다가온다. 그러나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과정들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향하여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닿게 된다. 하루하루를 보면 쌓이는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이런 낭비된 것과 같은 시간들이 축척되어 우리가 하나님과 친밀해 지는 것이다. 친밀감은 어쩌면 낭비된 것과 같이 느껴지는 시간을 통하여 성장해 가는 것이다.


요사이 아내와의 친밀감을 위하여 함께 데이트하는 시간을 갖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부부가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할일이 태산 같이 밀려있는데 이 귀한 시간에 둘이 한가하게 논다(?)는 것이 잘 받아 들여지지가 않는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 동안 밀린 일들을 하고 싶은 유혹이 많다. 한번은 내가 아내에게 “이 데이트 시간에는 물건 샤핑하는 데 시간을 보내서는 안된다”고 말하였다. 그랬더니 아내가 웃으면서 데이트하는데 왜 이렇게 율법적이냐고 반문하였다. 우리가 친밀감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율법적인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한번은 그냥 커피솝에 앉아서 두 시간 동안 대화를 하였다. 한가하게 이야기하다보니 요사이 걱정하는 문제 앞으로 우리 가정, 또 자녀를 어떻게 키워가는가의 문제 등등 비교적 심각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함께 기도하였다. 상당히 보람이 있는 시간이었다. 한가하게 시간을 함께 보내다보니 좋은 이야기도 하게되는 것 같다. 앞으로 시간을 지속적으로 갖기 위해서는 아마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때로 다른 일들이 발생할 때도 있을 것이고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따로 한가히 데이트하는 시간을 갖기가 힘들 때도 있을 것이다. 시간을 낭비한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때는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도 더 친밀해 지지 않고 거리감을 도리어 더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하루 하루를 생각해 보면 필요없고 낭비처럼 느껴질 수가 있을 테지만 결국은 그런 시간을 통하여 부부간의 친밀감이 개발되고 발전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위해서도 당장의 결과에 상관없이 구별된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하나님께 시간을 드리는 것을 통하여 우리는 믿음으로 사는 삶을 배운다. 헨리 나우엔은 “고독의 훈련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한다”고 하였다. 우리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하면서 사실은 맡기지 못하고 우리가 걱정하고 문제를 다 해결하려고 든다. 그래서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배우고 실행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에 우리의 삶을 맡기는 것이다. 그것의 구체적인 표현이 하나님께 헌신된 시간을 드리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께 알짜와 같은 귀한 시간을 드림으로써 우리는 우리 삶을 우리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하나님! 당신이 나의 삶의 주관자이십니다. 당신이 제 삶을 책임지십니다. 내가 열심히 뛰는 것보다도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래서 나의 시간을 당신께 드립니다.” 이럴 때에 그 곳에서 안식과 지혜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 안식을 가지고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안식과 열매맺는 삶의 비결은 믿음으로 하나님께 시간을 드리는 것이다.


수영을 하면서 하나의 깨달음이 있었다. 수영을 배우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수영 코치한테서 팔을 젖는 법, 다리를 움직이는법, 숨쉬기 위하여 머리를 돌리는 법 등을 배웠다. 그렇지만 수영 하면서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숨쉬기이고 그 숨쉬기를 하기 위해서 내 몸을 물에 맡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인생도 결국은 같은 법칙이라고 생각이 된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볼려고 발버둥친다. 노력도 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 결국 이런 것들을 통하여 안식을 얻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노력으로는 안식을 얻을 수가 없다. 그것보다 우선 되어야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힘은 하나님께 나의 삶을 맡기는 것이다. 내가 걱정하지 않고 내가 힘쓰지 않으면 망할 것 같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치 수영해서 나의 어떤 움직임의 노력보다 물에 내 몸을 맡길 때에 내 몸이 뜨고 쉼쉬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하나님께 시간을 드릴 때 숨쉬기와 같은 인생의 안식이 발견되는 것이다. 하나님께 나의 삶을 맡기는 구체적인 표현이 시간을 드리는 것이다. 내 인생을 내가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시간을 드릴 때에 그곳에서 안식이 발견되고 그 힘으로 우리의 인생에서 열매 맺고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하나님과 친밀감을 쌓아 나가고 그 속에서 안식과 평안을 발견하여 열매맺는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