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인간이해


기독교가 말하는 사랑의 기초 (7)


1. 문화와 세계관
2. 세계관이란?
3. “문화화(enculturation)” 과정과 세계관의 형성
4. 세계관의 역학적 기능
5. 세계관의 충둘 : A case study – Islamic worldview



6. 세계관의 주제들 (Worldview Themes)


세계관의 구조와 그 역학적인 기능에 대하여 간단히 앞에서 살펴보았다. 어떤 사회이든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세계관은 전제(혹은 믿음)들과 가치들과 충성의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세계관은 그 사회의 문화의 저변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과 삶의 모든 행동을 양식화(patterning)해주는 지도(map)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양식화한다는 말은 삶의 행동이나 사고를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하게 해준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양식화는 문화화(enculturation)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다. 그리고 이렇게 양식화된 사고나 삶의 모양들은 그 문화권에서는 당연한 진리처럼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는 인식된다. 그러므로 삶의 양식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소위 말하는 “문화충격”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충격은 결국 세계관이 다름으로 인하여 생기는 충돌인 것이다.


6.1. 이제 이러한 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는 세계관의 내용은 무엇이며 어떻게 표현되는가?


각 문화권에서 사람들이 공유하는 믿음들과 가치들과 충성들의 내용은 우리가 학적으로 분석하고 분류하기 쉽게, 즉 눈에 뜨이게 나타나지 않는다. “믿음”이나 “가치”나 “충성”이라고 구별하는 이 범주들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etic 분류일 뿐이다. (etic이라는 말은 문화인류학적 용어로서 관찰자 혹은 연구자가 보편적인 범주를 갖고서 현지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접근 방식 혹은 연구 방법을 가리킨다.) 실제적으로 세계관은 그 문화권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의 언어로써 혹은 숙어들로써 표현된다.(이러한 것들은 etic과 다른 개념으로 emic의 관점이라고 부른다. 즉, 내부인의 믿음의 내용들과 그들의 관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관의 내용들은 그들의 속담이나 잠언이나 격언 혹은 수수께끼, 또 설화나 신화 속에 숨어 있게 마련이다. 또 그들의 성문화된 법이나 그들의 전통적인 과학 속에서도 발견된다. 서구 사회의 세계관은 고도로 발달된 여러 분야의 학문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관의 내용이 되기 위해서는 그 내용들이 주어진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발견되는 주제이어야 한다. 이렇게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이 믿고 있는 내용을 우리는 세계관의 주제(worldview theme)라고 부르기로 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남자에 대한 선호라고 하는 내용은 사회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발견되었다. 요즈음은 많이 변화되어 어떤 하위사회(sub-society)나 가정에서는 이러한 남성선호 내지는 남성우위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 전반을 살펴보면 남성을 선호하고 우선권을 주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들을 선호한다든지, 집안에서 결정할 일들이 있을 때에는 남자에게 우선권을 준다든지, 정치에는 남성들이 주도권을 갖는다든지, 주방이나 다과의 모든 심부름은 여성들이 한다든지, 여필종부를 당연하게 여긴다든지, 하는 등의 내용들은 전통적인 한국사회의 문화적 테마, 즉 세계관의 주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남성선호 혹은 남성우위 사고는 가정이나 학교나 직장이나 음식점이나 길가에서나 어디에서든지, 한국 사회 전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화적 믿음(cultural belief)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중엽 문화인류학자 중 한 사람인 Morris Opler는 한 사회의 문화적인 테마는 대충 여섯 개에서 열두 개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하였다. 내가 현장 조사를 한 Swahili 이슬람 문화권에서 발견한 세계관 주제 역시 열두 개 이하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관의 주제들은 각각 그 하위 구조를 갖음으로써 실제로는 그 내용에 있어서 복잡한 것을 볼 수 있다. 그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Theme은 가장 큰 범주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각 주제는 그 밑에 하위 구조로 Sub-theme을 몇 개 가질 수 있다. 또 이 Sub-theme은 Paradigm이라고 하는 하위 구조를 갖는다. 그리고 이 paradigm은 sub-paradigm이라고 하는 하위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구조는 Kraft의 이론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Kraft는 sub-paradigm 아래의 하위구조들을 말하고 있지만 나는 이 정도까지로 분석하게 되면 상당히 그 문화권을 깊이 이해한 것이라 보고, 여기서는 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으려 한다. 그러면 그 실제적인 예를 Swahili 사회의 것을 중심으로 하여 설명해 보기로 한다.


6.2. Swahili 사회의 세계관 주제들


동아프리카 동해안에 위치한 Swahili 이슬람 사회의 세계관은 다음 몇 가지의 주제들로 설명될 수 있다. Swahili 세계관은 Supernaturalism(초자연주의), 조상숭배, 과거지향주의, 집단주의, Baraka(축복, 혹은 능력의 개념), 사건 및 사람 중심주의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좀더 연구하면 몇 가지 범주가 더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 여섯 가지의 주제만 해도 엄청난 내용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주제들을 깊이 분석하면 스와힐리 사람들의 믿음들과 가치들, 그리고 충성의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 설명된다고 보인다. 그럼, 각 주제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1) 초자연주의


스와힐리 사람들은 하나님과 영들이 존재하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하나님과 영들은 인간의 삶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고 믿는다. 이 진술은 스와힐리 사람들이 믿는 세계관의 대 주제가 된다. 이 믿음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입력되어 믿어지는 내용으로서 스와힐리 사람들의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제 이 대 주제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하위 주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


Sub-theme 1. 뭉구(하나님의 스와힐리 말)는 전능하시다. 그러나 그분은 엄격하시고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멀리 계시다.


이것은 분명히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내용이다. 전통적으로 스와힐리 사람들이 이슬람이 들어오기 전에 어떠한 신관을 갖고 있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다른 아프리카 반투족의 신관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이슬람의 영향으로 신에 대한 친근감은 훨씬 약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이러한 믿음은 다음 하위 주제들 즉, Paradigm들로써 설명된다.


Paradigm 1. 하나님은 인간 마음의 모든 것들을 아시고 모든 행위들을 아신다.


Paradigm 2. 하나님은 모든 일을 작정하시고 인간들이 따라야 하는 규칙을 정해 놓으셨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그의 규율을 어김으로써 하나님을 화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Sub-paradigm 1. 하나님은 악행하는 자들을 벌하실 준비가 되어 있다.


Sub-paradigm 2. 하나님은 매우 엄격하셔서 사람들은 반드시 그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Paradigm 3. 하나님은 인간의 삶에 다른 영들이나 조상들보다 덜 관여하신다.


Paradigm 4. 보통사람들이 하나님께 부탁을 할 일들이 있으면, 사람들은 이슬람 성인들이나 조상들에게 중보를 부탁해야 한다.


이 첫 번째 Sub-theme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스와힐리 사람들의 신관이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설사 늘 의식적으로 신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리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들의 무의식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믿음은 신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감인 것이다. 이것은 현지 스와힐리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알 수 있었는데, 나는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다른 스와힐리 사람들에게 재차 물어보았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동일한 내용과 느낌으로 대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믿음 혹은 지식은 그 사회의 세계관의 주제로 설정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 호에도 계속 이어서 이 스와힐리 사람들의 주제들과 하위 주제들의 내용들을 다루도록 하겠다. 바라기는 나의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독자들 역시 스스로 자신의 문화권의 세계관 주제들을 한번 찾아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나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이들이라면 분명 대부분이 한국 사회 내지는 한인 사회에서 성장한 사람들일 것이다. 자신이 enculturation된 사회를 객관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놓고 세계관의 주제들을 찾아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