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5년 4월호

유학기간: 선교적 사명을 준비하는 기간
– 몽골국제대학에서의 강의를 준비하면서

지난번 글에서 나는 유학 기간 동안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것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요함을 언급하였고, 특히 이것이 차후 타문화권의 사람들에게 복음과 사랑을 전하게 되는 귀한 준비임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문화적, 직업적 사명과 더불어 일생 동안 선교적 사명에 대해 소명을 받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예수님은 부활후 승천하시기 전에 마태복음 28장 18-20절 말씀을 통해, 바른 소명 인식을 깨달은 주님의 제자들은 온 민족에게 나아가 그들을 새로이 제자 삼는 사역에 동참해야 함을 말씀하고 있다. 선교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어떤 형태로든 동참해야 하는 또 하나의 소명임을 말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님을 나의 구주로 영접한 후, 신앙훈련 과정을 거치면서 선교에 대한 사명을 깊이있게 깨닫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하나님이 나를 선교사로 부르시는 것이 아닌가 하고도 생각하였었다. 그때 우리를 지도하시던 옥한흠 강도사(지금 사랑의 교회 원로목사)께서 “앞으로는 선교사라는 신분보다 평신도로서 자신의 직업을 통해 선교하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또 선교에 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해 주셨다. 이 조언으로 인해, 나는 평신도 특히 나의 은사로 여기던 가르침의 직업을 통해 이 사회도 섬기고, 또 기회가 되면 선교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 속에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는 유학 생활을 하는 중에 섬기던 교회에서 선교의 중요성을 역설 함으로서 교회가 해외 선교를 지원하게 하였고, 이때 성경번역 선교회 (위크리프 선교회) 소속 선교사를 한 가정 지원하게 되었다. 지원 선교사와 소식지를 주고 받으며 선교 현장의 어려움과 더불어 오랜 준비의 기간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 귀국하여 섬기던 교회에서도 선교의 중요성을 인식한 목사님과 함께 선교사 지원사역(재정적 및 기도의 후원)에 열심히 동참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옛적 직장 동료가 선교사로 나가게 되어 개인 후원자로 자청하여 섬기고도 있다. 그러나, 이전에 가졌던 결심처럼 내 자신이 선교지에서 얼마간이나마 직접 섬길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1년전, 학교로 부임한 후 처음 갖는 연구년(안식년)을 준비하면서 이러한 선교적 사명에 동참할 기회를 찾던 중, 한국 교회들이 몽골에 선교적 차원에서 대학을 세우고 여기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 요원들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단기적 기간밖에 되지 않지만, 해당 학교들(몽골 국제대학과 후레 정보통신 대학)에서는 너무나 반기는 상황이다. 이제 4월 한 달 동안 주당 15시간 이상을 영어로 강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서 학생들에게 비젼을 심어주고, 또한 저녁시간에는 영어 성경 공부반을 통해 몇 명이라도 가난한 심령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유학생들이 차후에 이러한 상황을 위해 준비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첫째로, 유학중에 섬기는 미주 대부분의 한인교회들에는 많은 선교사들이 들리게 되는데, 이런 기회를 선교지의 현장 상황을 좀 더 상세히 접하는 기회로 삼아보도록 권하고 싶다. 선교가 단순히 열정과 기도로 준비하는 것 외에 선교지의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들을 충분히 이해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유학기간은 이것을 위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나도 이 기간 중에 태국 선교사님, 성경번역 선교사님, 인도네시아 선교사님, 아프리카 케냐 선교사님 등 여러 곳의 선교적 상황을 많이 듣고, 실제적 환경에 대한 좋은 이해의 기간이 되었었다. 많은 사람들이 선교에 대해 막연한 형태의 상상적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를 보면서, 실제 사람들의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형태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둘째로, 유학 기간은 나의 직업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영어로 복음도 전할 수 있는 준비 기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 자신은 이 면에서 부족함이 너무 많다고 느낀다. 유학을 마치고 뉴욕지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중에, 한국 대학생 CCC 모임에 특강 세미나로 몇번 초청을 받았었다. 그런데, 한국말이 편한 유학생 중심모임에서 신앙 특강을 하면 나름대로 상당한(?) 반응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1.5세 대학생들을 위해 영어로 특강을 해달라고 해서 오래고 힘든 준비과정을 거쳐 전했지만, 전하는 나도 언어적인 제약으로 충분히 표현하지 못함을 느꼈고, 듣는 학생들에게도 별 감흥을 주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들을 겪으면서 이 부분에서 준비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고, 지난 년도에는 학교가 학부 강의를 영어로 가르치는 것을 적극 장려하는 기회에 용기를 내서 영어 강의를 진행하였다. 이는 이번에 몽골에 가서 영어로 강의해야 하는 좋은 준비의 시간이 된 것이다. 또한 저녁시간에는 영어 성경공부 그룹을 만들어 복음을 위해 준비된 자들을 만나 마음 문을 열어주고자 하는데, 이러한 사역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자세로 영어로 전하는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셋째, 유학 생활중에 복음을 모르는 자들에게 복음의 핵심을 조리있게 전하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전도 훈련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보면, 교회생활을 오래했거나 훈련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도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면 준비되지 못한 측면으로 인해 오히려 복음에 거부감만 심어주는 경우가 꽤나 많다. 복음은 값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싸구려 물건 팔듯이 전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또한 각 사람의 상황이나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담대함이란 명목하에 거부감만 전달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마10:16절에 보면,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는 말씀이 있다. 이는 복음을 전할 때 복음의 핵심을 전하되, 뱀이 하와에게 접근하는 방식처럼 지혜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라는 것을 말해준다. 즉, 지혜롭고 조리있게 잘 준비하여 증거하여야 함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선교의 가장 중요한 동기가 주님의 십자가 사랑에 감격함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 선교를 그리스도인의 책임이나 사명으로 여기는데, 이것만으로 선교를 하기보다 주님이 내게 베풀어주신 사랑이 나를 선교의 현장으로 이끌어 가야 지속적이고 쇠하지 않는 선교의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가 마침 고난 주간이라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다시 새겨보는 귀한 기회인데, 내 마음도 이전 같지 못함이 부끄러워진다. 유학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우리가 경험했던 주님과의 첫 사랑의 감격을 다시 회복하고, 이 감격이 선교의 터를 준비하는데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