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4년 4월

사실 지금까지의 글들은 조금은 이론적인 것에 불과하다. 글에 담긴 내용이 실제로 필자 자신에게 생활 속에 얼마나 적용이 되고 있는지 한 번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생활을 제외한 출근 전과 퇴근 후에 집에서 하는 생활을 한 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운 면이 많이 있지만 회개하는 의미에서 한 번 적어보면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침대에서 졸린 눈을 부비고 일어나서 찬물을 한 컵 가득 들이킨다. 학부 시절 일반화학 선생님께서 해 주신 당신의 경험담이 계기가 되어서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건강 유지법 중의 하나인 것으로서 잠에서 깨고 나서 찬물을 두 세컵 마시면 위장에도 좋고 변비도 걸릴 염려가 없다고 하시는 말씀이다. 잠시 기도와 묵상을 하고 성경을 읽고나면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저녁 인사를 나누고 막 백일이 지난 아들의 하루 일을 들으며 가슴 가득히 메어오는 아쉬움을 간직한 채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한국에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아들 녀석의 냄새와 웃는 얼굴과 막 시작한 옹아리 모습이 그립기만 하다.

얼마 자라지 않은 수염에 비누칠을 하고 몇 달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면도기로 면도를 한다. 비누를 두 세 번 칠하고 물 세기를 약하게 해서 샤워를 하고 나면 조금씩 허기가 밀려온다. 요즘 가뜩이나 운동을 안한 탓에 체중이 많이 불어서 지방간이 있다는 경고를 받고 식사량을 조절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왕성한 식욕을 절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체중조절 노력의 일환으로 아침을 토마토 한 개, 사과 한 개, 작은 빵 하나, 지방을 제거한 우유 한 잔 정도로 간단하게(?) 하고 학교로 향한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는 차가 없기도 하고 딴에는 도보출근을 실천하며 건강을 유지한다는 생각에 25분 정도 걸어다녔는데 최근에 학교 건물을 옮기고 나서 거리가 좀 더 멀어진 이후로는 많이 나태해진 탓에 35분 정도 되는 거리를 차를 타고 4분만에 출근한다. 출근할 때마다 마음이 괴롭다. 학교로 가기 전에 요즘 조금 추워진 탓에 조금 높게 맞춰놓은 난방기와 백열등이 꺼져 있는지 확인한다.


가끔씩 잊고 학교에 갈 때는 하루 종일 자동조절 온도계의 도움으로 주인 없는 방이 훈훈해지곤 한다. 이렇게 생각과 글과 말과 생활이 달라서야 어디 글 쓰고 가르칠 자격이 있나하는 자책감에 시작하는 하루가 늘 괴롭게 느껴지곤 했는데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안위를 삼고 있다.

그러나 가슴 한 구석에서는 게으름을 채찍질하고 있다. 자신이 미국 영화나 텔레비젼에 나오는 배불뚝이 주인공처럼 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학교에서 일을 하고 오후 퇴근시간이 되면 체육관으로 향한다. 작심 삼일이 되지 않기 위해 체육관에서 50분 이상 걷기도 하고 윗몸 일으키기도 하고 체조도 하면서 체중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땀이 비오듯 하여 입고 간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 버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여전히 차를 몰고 있다. 사실 체육관에 등록을 한 것은 벌써 지난 학기 초인데 본격적으로 걷기운동을 실시한 것은 한국에 갔다가 나름대로 경고를 받고나서 미국으로 돌아온 두 주 전부터이다. 이렇게 게으르니까 생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부끄러운 맘에 그저 숨고만 싶어진다. 집으로 돌아와서 젖은 옷들을 모아 며칠 째 쌓여 있는 빨래통의 옷들과 함께 세탁기에 넣고 합성세제인 세탁액을 적정량의 3분의 2 정도를 넣고 세탁기를 돌린다. 목욕할 때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가능한데 빨래를 할 때 천연세제를 구하거나 만드는 것이나 비누를 칠해서 빨래를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합성세제를 사용하곤 한다. 빨래하는 마음 한 켠이 늘 아리고 죄송스럽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현미와 잡곡을 고루 섞은 쌀을 씻고 쌀을 씻은 물을 모아 둔 후 압력솥에 넣고 밥을 한다. 현미밥을 장기적으로 먹으면 여러 질병이 없어진다는 연구보고를 읽은 이후 식단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다. 장모님과 어머니의 배려로 미국에 올 때 가져온 김치와 밑반찬들과 된장찌개로 저녁을 먹는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넣는 야채들은 대부분 South Side Produce라는 곳에서 거의 도매값으로 산 것들인데 유기농산물은 아니다. 대규모로 지은 농산물들인데 대부분 주변 지역에서 온 것들이지만 오렌지를 비롯한 몇몇 농산물들은 캘리포니아나 멀리 다른 지역에서 온 것들도 있었다. 교통이 발달해서 가능해지긴 했지만 농산물은 가능하면 주변지역의 유기 농산물을 이용해야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땅의 힘을 보다 강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혼자서 먹는 식탁이 재미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빨리 많이 먹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늘 위험을 느낀다. 식사를 하면서 가끔씩은 음악을 듣기도 하고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는데 식구가 함께 둘러 앉아 오손도손 음식도 나누고 하루를 지낸 이야기도 하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이 꿈같이 느껴지곤 한다. 언제나 이러한 꿈이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바쁜 가족들에게 실현될지 자못 기대된다. 물론 다분히 우리 개개인들의 강한 의지와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야하겠지만…

위 글은 필자가 학교를 한국으로 옮기기 전인 지난 해 12월경에 써 놓은 글인데 게을러서 제 때에 투고하지 못하고 상황이 많이 변한 지금에서야 글을 내보내게 되어서 송구스럽다. 한국으로 옮긴 후 필자는 가족과 주말에 상봉하면서 나름대로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생활을 함에 있어서 무늬만 결혼 신세를 면한 것은 물론 빨래도 이제 손수 하지 못하게 된 것은 좀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집에서 할 수 있는 환경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살펴 보았다. 줄이기, 다시 쓰기, 다시 만들어 쓰기, 다시 생각하기 등으로 나누어서 각각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실천방안들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있어 보완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한국적인 상황에 맞는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서 지금까지의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종합 체크 리스트는 줄이기, 다시 쓰기, 다시 만들어 쓰기 중에서 실천 가능하고 실제적인 항목을 중심으로 작성하고 실천여부를 묻는 여백은 표의 맨 마지막에 넣는다.


 

 

수질 오염 줄이기

기름류

쓰고 기름은 그냥 흘려 보내지 않고 모아서 비누를 만들거나 분리수거통 (만일 있다면) 넣는다.

음식

찌꺼기

분리 수거

반드시 체로 거른 따로 모아서 분리수거통 (만일 있다면) 넣는다. 

수분제거

분리 수거통이 없을 경우는 짜거나 신문지에 펴서 수분을 제거한 다음 배출한다.

퇴비화

썩을 있는 것은 퇴비화 발효용기를 사용하거나 땅에 파묻어서 퇴비로 만든다.

정화조

일년에 이상 정화조를 점검하고 보수한다.  아파트에 사는 경우 이러한 사실을 확인 또는 요청한다.

쌀뜨물 또는 국수 삶은 이용

쌀을 씻거나 국수를 삶을 나오는 물을 모아서 기름묻은 그릇을 씻거나 화분이나 정원에 뿌린다. 

합성세제사용자제

샴푸를 비롯한 가정용 합성세제의 사용을 가능한 자제한다. 대신 비누나 천연세제 (밀가루, 쌀뜨물, 또는 약한농도의 식초 등)를 이용한다.  

음식 쓰레기 줄이기

반찬 가지 줄이기

계획 식단을 실시하여 식사 때마다 나오는 반찬의 수를 제한한다. 가족의 영양공급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뷔페형 잔치상 차리기

가족에서 잔치를 상에다가 음식을 각각 차리지 않고 뷔페형으로 음식을 차려서 음식낭비를 줄인다. 

냉장고

냉장고에 보관하는 음식의 수를 줄이고 가능한 싱싱한 음식을 먹도록 식단을 짠다.  계절에 나는 음식을 때에 적당히 먹으면 냉장고가 필요없게 된다.

덜어 먹는 음식 문화 가꾸기

음식을 먹을 때 빈 그릇에 덜어먹으므로써 불필요하게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한다.

기타 쓰레기

플라스틱 일회용 제품

물건을 구매할 플라스틱 용기로 것들이나 일회용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가능한 피한다. 만일 구매해야만 하는 경우 여러 사용하고 가능한 재활용하도록 한다.

자원 절약

수세식 변기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수조 안에 벽돌 1장을 넣어서 물의 낭비를 막는다.

수도

필요할 때만 틀고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잠근다. 

샤워: 샤워할 때는 물의 세기를 중간정도로 한다. 

세수 양치: 이를 닦거나 세수를 때는 컵이나 넓은 접시를 이용하여 필요한 만큼의 물만 사용.

설겆이: 그릇을 처음 씻을 때는 물을 받아놓고 하며 적당한 양의 물을 틀어서 헹군다.

전기

냉난방 시설

여름: 에어컨의 온도를 너무 춥지 않게 하고 선풍기도 적당한 만큼 사용한다.

겨울: 실내의 온도를 낮게 하고 옷을 입고 생활하도록 한다.

전열기구

사용하지 않는 전열기구 (전기장판, 전기난로, 전기렌지 ) 꺼둔다.

조명기구

집안이나 복도의 조명등을 필요하지 않을 때는 꺼둔다.

냉장고

묵은 음식은 정리하고 적당한 양의 음식을 넣어 두도록 한다. 그리고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도록 한다.

가스

가스렌지

음식을 하지 않을 때는 언제나 가스렌지의 밸브를 잠가둔다.

교통수단

걷기와

대중

교통

가까운 거리는 가능한 걸어다니고 자가용 차의 운행은 가능한 자제한다. 일하러 갈 때나 사무 약속이 있을 경우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토양오염방지

유기농업육성

유기농산물 구매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먹거리가 나오는 것을 알아서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유기 농산물을 구매한다. 유기농을 하고 있는 농가와의 직거래를 통해서 좀더 신뢰성 있는 먹거리를 유통하여 농지의 토양오염을 원천적으로 방지한다.

유해 쓰레기

쓰레기 처리

가정에서 나오는 유해 쓰레기들을 농가나 빈터에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버려서 토양 오염을 시키지 않는다.

다시쓰기

생활용품

가구류 , 주방용품

나무로 만든 제품을 버리거나 다시 사려고 다시 있는 지를 확인한 가능하면 중고제품  판매처에 넘기거나 중고제품판매처에서 구매한다.

다시 만들어 쓰기

생활용품

종이, , 기타

종이, 알루미늄, , 유리, 플라스틱, 등으로 제품을 사용한 버릴 경우 다시 만들어 있도록 분리하여 모은다. 

         

—– 위의 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일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관계로 각 개인의 특수한 상황에 맞지는 못한다. 따라서 각자 자신에게 맞는 표를 만들어서 실제의 삶에 적용하면 좋겠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필자는 자괴감으로 인해 많이 괴롭다. 왜냐하면 환경보호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돌아본 필자의 삶은 환경보호와는 아주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인할 수 밖에 없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시스템이 무한소비를 조장하고 편하고 빠른 문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한 시민으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스스로 위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가 이러한 핑계를 대고 있을 만큼 세상은 한가롭게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벌써 미국에서는 먹는 물값이 기름값보다도 비싸게 되었고, 우리의 강은 물놀이는커녕 냄새가 나서 접근하기 어려운 지경이 된지 오래되었고, 공기는 점점 탁해지고 오염되어가고 있다. 일례로 서울하늘은 일년 대부분 스모그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리의 어린 아이들이 기관지 질병을 앓는 빈도가 많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새롭지 않은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땅이 좁은 한국에서는 쓰레기 처리장이나 기타 우리 생활의 부산물을 처리하는 시설들이 들어갈 곳을 찾지 못해 온 국민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조금 부유하여서 좋은 공기와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다고 자만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삶의 행태를 바꾸지 않고 지금 이 상태 그대로 앞으로 몇 십년이 지나면 환경문제는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되어 부메랑처럼 온 인류를 향해 돌진해 올 것이기때문이다. 그 때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아직 늦지 않은 이 시기에 가능한 한 편함과 빠름을 추구해가는 개인의 가치관을 변화시키면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소비하도록 삶을 정돈해야 한다. 지금까지 익숙한 생활을 근본적으로 되돌이켜 볼 수 있는 여유가 아직 남아있을 때에…


환경계획 및 정책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한국에 돌아와 몇 가지의 각오를 하고 있다. 첫째, 집과 일터에서의 생활을 간소하게 한다. 둘째, 가능한 한 개인 차를 갖지 않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한다. 셋째, 먹는 음식을 최대한 친환경적인 것을 선택한다. 넷째, 생활 후에 나오는 쓰레기의 양을 최소화 한다. 다섯 째, 사용하는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며 가능하면 재활용한다.

우리는 매 예배 때마다 주기도를 암송하면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시길 바란다.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가 곧 하나님의 통치가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임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실감나게 느끼고 기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주기도문이 예배의 형식으로 전락한지 너무도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루터도 이러한 탄식을 하고 있다. 우리가 진심으로 하나님 나라가 임하시길 바란다면 바로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 하나하나에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담아내야 한다. 필자를 비롯하여 독자들 모두 가족과 함께 환경보호에 대해 함께 얘기하면서 대안을 찾아가면 좋겠다. 가정예배 시간에 그리고 가족회의 시간에 적극적으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환경보호를 의제로 채택하여 보다 건강한 가정의 삶을 꾸려갔으면 한다.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삶의 현장에 임하시길 기도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