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로터리를 지나다가 모델하우스를 철거하는 광경을 보았다. 그곳은 벌써 몇 번째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지어서 분양광고를 했다가 그 일이 다 끝나면 철거하고 또 새로운 아파트 회사가 다른 모델하우스를 지어서 똑같은 광고를 하는 것이다. 잘 지어놓은 모델하우스가 철거되는 광경을 보면서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허무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돈을 들여서 멋지게 꾸몄던 것들이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것을 보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사람들이 모여서 아파트 내부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도 했겠고, 이런 집에서 살아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거닐었을 그 공간이 하루아침에 폐허가 되어버린 것을 보니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델하우스가 아깝다고 그것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모델하우스를 짓고 철거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그 장소에 맡겨진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대사회의 일상사의 한 부분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주변에 있는 다른 건물들과 비교해보았다. (조금 옆에 ‘아크로타워’ 라는 건물을 짓고 있다.) 그 건물들은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곳이다. 그렇지만 둘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변에 있는 건물은 모델하우스처럼 자주 허물고 짓고 하지는 않지만 그 건물들의 자리에서도 지난 수백 년간 역사를 통해서 수도 없이 여러 건물이 지어졌고 또 철거되었을 것이다. 지금 서 있는 건물도 언젠가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서게 될 것이다. 지금은 멋진 실내 장식이 있고, 그 안을 많은 사람들이 출입하고 있고, 일하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언젠가 그 건물도 수명이 다해서 철거되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멋진 실내 장식들이 다 쓰레기가 되고 사람들이 왕래하던 그곳이 폐허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고 나서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건물이 또 지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기간이 좀 길기는 하지만 모델하우스의 변화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서 있는 건물도 언젠가는 허물어질 것이며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곳이 발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전체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영원히 이렇게 살게 될 것처럼 여기고 살고 있다. 그러나 모델하우스의 사용기간이 있듯이, 건물들이 사용되는 기간이 있듯이 사용기간이 있다. 언젠가는 철거가 되고 새로 지어질 것이다. 그 기간이 좀 길어서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주의 강림하신다는 약속이 어디 있느뇨 조상들이 잔 후로부터 만물이 처음 창조할 때와 같이 그냥 있다”(벧후3:4). 그러니까 지금 이대로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생애가 끝나기 전에 그날이 오지 않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지금 세상이 철거되고 새로운 세상이 세워질 때가 있다고 한다. “그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 우리는 그의 약속대로 의의 거하는바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도다.”(벧후3:12-13) 그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종말론의 진리이다. 다 허물어진 모델하우스를 보면서 나는 어느 회사가 또 멋진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짓게 될 것을 예상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도 건물이 철거되고 공사가 시작되고 있다. 그 허허벌판이 된 공사장을 보면서도 나는 ‘아크로타워’라는 이름의 멋진 건물이 세워질 것을 예상한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이 무너져버리고 하나님이 새로운 나라를 세우게 될 것을 예상한다. 그곳에 입주할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