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대를 나와서 한 육년 동안 엔지니어 생활을 하다가 신학교를 가게 되었고, 신학교를 졸업하고는 남들이 다하는 목회의 길로 가지 않고 문서사역을 헌신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직장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문서사역을 하고 있다. 그간의 삶이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직업의 변화가 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대학시절에 하나님이 주신 비전은 변함이 없다. 아니, 그 비전이 바로 이런 직업의 변화의 지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비전을 가지고 살게 마련이고 그 비전에 맞추어 직업을 선택한다. 돈버는 것이 비전인 사람은 어떤 직업이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그 직업을 택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전과 직업의 선택은 인생의 중요한 요소이며 서로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1.비전은 인생의 나침반이다.
과거에 모르는 곳을 여행할 때 반드시 가지고 다녀할 것이 두 가지 있는데 그것은 나침반과 지도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나침반이다. 그것이 있어야 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고 그래야만 지도가 제구실을 할 수 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아무리 상세한 지도도 제구실을 못한다.


인 생에서 비전을 발견하는 것은 마치 나침반을 가지고 바른 방향을 잡는 것과 비슷하다. 비전이란 어떤 특정한 직업을 말하거나, 특정한 사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직업이나 사역을 정하기 이전에 자신의 인생을 헌신 혹은 투자할 인생의 방향을 의미한다. 물론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특정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비전은 직업을 선택하는 방향이나 기준을 정해줄 뿐 이다. 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으면서 얼마든지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대학 시절에 함께 비전을 나눈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나눈 비전은 젊은이들을 키워서 장래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데 동역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학시절에 후배들을 키웠고 졸업후에도 그 일에 헌신해왔다. 지금은 다들 중년의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비전에는 변함이 없다. 그 비전은 지금도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택한 직업은 다르다.


엔 지니어로서 그 비전을 이루려고 했던 나는 목사가 되었고 주로 문서를 통해 그 일을 감당하고 있다. 한 때 신학교를 갈 것을 고려하기도 했던 박성수 형제는 기업의 경영자로 그 비전을 이루어가고 있다. 그가 기업을 경영하면서 많은 직원들을 키우며 기업의 이윤을 하나님 나라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교회를 개척해서 교회에서 그 사역을 하고 있다. 이들 친구들 외에도 대학부 후배들 중에 혹은 캠퍼스에서 교수로,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으로, 상사의 주재원으로 일하면서도 동일한 비전을 이루어가고 있다.


흔 히 세계선교의 비전이 있다면 다 신학교로 가거나 다 선교지로 가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우리 중에 한정국 선교사는 학생시절부터 선교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은 신학교엘 갔고 인도네시아로 선교사역을 떠났었고 지금도 선교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경우는 선교의 비전이 그대로 직업으로 연결된 경우지만 모두가 다 그럴 필요는 없다.


많 은 크리스쳔들이 각종 직업에 종사하는데 사실상 믿지 않는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이 일하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인생의 비전이 없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게 되면 그 일은 그야말로 직업이라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그 직업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받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크리스쳔으로 신앙적인 의미를 찾지 못하면서 일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 직업을 잃어버리게 될 때 삶의 의미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비전이 있는 사람은 직업을 바꾸거나 혹 직업을 잃어버리게 되더라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미지의 목적지를 떠날 때 나침반을 챙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인생의 여행을 떠나면서 먼저 비전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2.직업선택을 위해서는 지도가 필요하다.
흔히 선교의 비전을 가졌기 때문에 선교사가 되려고 한다는 말을 듣는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말은 나침반이 동쪽을 가리킨다고 무작정 동쪽으로 간다는 말과 같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했으면 그 다음에는 지도를 펴서 정확한 장소를 찾도록 해야 한다. 비전을 가진 크리스쳔이 직업을 택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지도를 펴야 한다. 물론 그 지도는 우리의 발의 등이요 길에 빛이 될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뜻이다.(시119:105)


크 리스쳔으로서 직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물론 하나님의 뜻이다. 그래서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이 뜻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때로 하나님은 초자연적으로 개인을 향한 뜻을 보여주시기도 하신다. 그러나 일반은총을 허락하신 주님은 삶의 순리대로 인도하신다.


직 업을 선택하는데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주로 인기가 있는가? 잘 팔리는가? 수입이 괜찮은가? 이다. 물론 그런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왕이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쳔에게는 무엇보다도 그 일을 “주께하듯”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주께하듯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단 객관적으로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일이여야 하며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적성에 맞는 일이어야 한다.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은사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일이라면 아마도 하나님의 뜻에 맞는 직업일 가능성이 많다. 물론 모세의 경우처럼 말재주가 없는 사람에게 아론을 붙여주면서까지 지도자의 일을 맡기신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도 모세가 가진 지도력을 높이 샀기 때문에 그런 일을 맡기셨으리라 생각된다. 자기의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실 때 각자에게 독특한 능력을 주신 하나님은 각자가 자기 속에서 그것을 발견해서 그것에 맞는 일을 하기를 원하실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현대 사회에 유용한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유익했지만 현재 유용하지 않은 직업은 굳이 택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회가 변하면서 직업의 종류도 많이 변한다고 한다. 이런 변화를 잘 알아서 현실적으로 유용한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은 인기있는 직업을 택하는 것과 혼동될 수 있지만 분명히 구별된다.


흔 히 목사가 되거나 선교사가 되려는 사람에게 소명을 확인한다. 물론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소명은 비단 목사나 선교사에게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에게 다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소명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 사역을 맡을만한 은사가 지금 내게 있는지, 그리고 지금은 우리교회, 사회가 과연 그 사역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별 생각없이 소명 하나만을 가지고 신학교로 몰려드는 것은 결코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모르는 곳을 찾기 위해서 지도를 잘 살펴야 하듯이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조심스럽게 하나님의 뜻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결론)
지도를 가지고 원하는 장소를 찾았으면 그 장소가 정말 맞는 장소인지를 알기 위해서 나침반으로 확인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직장을 선택한 후에는 반드시 나침반(비전)으로 확인해야 한다. 비전 운운하면서 직장을 선택하는 폭을 좁힐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일단 선택한 직업이나 직장은 비전으로 비추어보아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주님의 뜻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렇게 확인이 될 때 그 일을 주께 하듯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인생을 의미있게 살기 위해서는 직장 일을 주께 하듯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을 바로 선택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 앞에서 멋진 비전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은 그냥 멋있는 말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