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직장인의 삶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5년하고 한국을 떠난 뒤 일반 직장에 다니지 않은지 8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런데 1년 전 대도시로 이사하면서 다시 직장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대가 변한만큼 나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나는 선데이 크리스천이었고, 아무도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는데 크리스천으로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 때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나 자신 조차도 굳이 크리스천이라고 밝히지 않는데, 어려움이 있을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지금 다니는 직장은 젊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여름 내내 인턴들이 있어서 코스타에 모인 젊은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열기가 가득찼었다. 여기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나는, 또 여기에서 유일한 크리스천이다. 사실 이민 사회에 살다보면 어찌어찌한 기회로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교회에 한 번 정도는 발을 디뎠을 법도 한데 이곳에 있는 젊은 청년들은 단 한명도 교회를 가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기독교를 싫어하기까지 한다. 나는 여기서 아직까지 내가 크리스천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8년 전하고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이다.

그들이 기독교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만 최고라고 인정하며 다른 것은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교만함이 싫단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교회에 가라고 지나치게 푸쉬하면서 정작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더 사람들을 잘 속이고 나쁜 짓도 많이 하더란다. 이 부분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느 부분은 사실이기 때문에…그러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말로만 교회를 다닌다고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것은 이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을까?

예수님을 진정한 나의 주인으로 모시게 된 나는 8년전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일반인들이 다니는 직장이라는 공간에 던져졌다. 단지 식기도를 하고,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이들에게 크리스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그것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중이다. 회사에서 가끔 회식을 할 때가 되면 더욱 난감해진다. 술을 안마실 수 있지만 음주가무가 있는 이 분위기에 전혀 동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분위기를 깨는 역할만을 하게 된다. 왜 술을 안먹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웃기만 한다. 크리스천이라서 마시지 않는다는 말은 전혀 이유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수많은 크리스천들이 술을 먹는 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술을 안먹는 것이 꼭 크리스천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단편적인 모습일 뿐 그 사람의 신앙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좋은 공동체를 만나고 교제하며 그 안에서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좋은 교회는 말씀 뿐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공동체(소그룹)이 형성되어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사회 속의 공동체도 중요한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말씀을 전하는 제자로, 선교사로 부르셨다. 내가 속한 이 사회 공동체 안에 하나님께서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젊은 영혼들이 잘못된 시각으로 크리스천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사랑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는 관심없어 한다. 나의 무엇이, 어떤 말과 행동이, 그리고 작은 선한 실천의 모습들을 통해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게 할 수 있을까?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부담감이 밀려오는 하루하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나 자신에 묻고 또 묻는다. 나는 오늘 어떻게 이들에게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여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