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3년 8월호

한국에서 이민 온지 얼마 안 되는 분이 언젠가 교회 친교 시간에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가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어서 이 지역을 잘 모르는데, 음, 이 지역 학군은 어때? 우리는 아이가 둘이 있는데, 애들 교육문제에 대해서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네. 뭐 이 동네 학군 괜찮아요. 지금 사시는 곳에서 적합한 공립학교에 보내세요. 아마 아이들을 위해서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program도 잘 되어 있고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들과 친구하기도 좋을 거에요.” 그러면서 이 지역에 있는 여러 초, 중, 고 공립학교 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근데, 이야기를 한 참 듣고 계시던 한 40대 초반 자매님께서 “에구, 무슨 공립학교야? 이왕 미국까지 왔는데 …… 공립학교는 학문적으로 수준이 너무 낮아. 그리고 워낙 못 사는 애들을 비롯해서 가정환경이 안 좋은 애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안 좋아. 더군다나 좋은 대학 보내려면 어렸을 때 부터 college prep school을 보내서 기초를 튼튼히 해 주어야 좋은 대학 가서 훌륭한 사람 되고 부모들이 이민 와서 고생한 보람 있지. 또, 대부분 이런 사립학교 들은 성경 공부도 시키기 때문에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심어 줄 수가 있어서 아주 좋다고. 그러니까 돈이 좀 들어도 사립학교 보내. 알았어?”


유난히 한국인들은 그 어느 민족들 보다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정규 수업 이외에 어려 서부터 비싼 사교육비를 들여 아이들을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입시 경쟁이 그렇게 치열하지 않는 미국에 있는 한인들 역시 이와 똑같은 현실임을 발견합니다. 미국은 초, 중, 고 공립학교가 무료인데 비해서 사립학교는 대학등록금 만큼이나 학비가 비싸고 장학제도나 어떤 특혜도 다양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립학교를 선호하고 특히 college prep school을 선호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첫째, 사립학교는 높은 학문적인 수준과 대학 진학 시험인 SAT (Scholastic Aptitude Test)나 ACT (American College Test)를 위주로 공부를 시키고 둘째, 사립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로 오로지 대학 진학을 목표하는 아이들만 있기 때문에 많은 한인 부모들은 제정적인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도 어떻게 해서든 자녀들을 사립학교에서 교육시키고 싶어합니다.


물론 그들의 의견에 저도 처음에는 많이 동의 했고 나중에 저 역시 가정을 이루어 자녀가 있으면 그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공립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해 보고 또 이번 코스타 2003을 다녀와서 저의 생각은 아주 많이 바뀌었습니다. 공립학교, 특히, 미국의 공립학교는 미국 사회와 문화를 배우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처럼 단일 민족국가가 아닌 여러 이민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사회와 문화는 참으로 다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살고 있는 조지아는 아직도 미국 남부의 전통을 그대로 갖추고 있어서 남부 사람들의 훈훈한 인정미Southern Hospitality를 쉽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 보다는 중산층 혹은 그 보다 못한 사람들의 자녀들이 많고 그렇다 보니 결손 가정이나 마약 및 알코올 중독, 그리고 범죄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도 있을 수 있고 대학 진학 목표 보다는 기술 교육을 받아 취업 일선으로 가는 아이들도 있으면 또 일반적인 교육 자체도 제대로 따라오지 못 해서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해 GED (General Educational Diploma)을 받는 학생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특수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있기도 합니다. 사회학자인 밴더라 (Bandera)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그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고 배우려는 경향이 있다고 그의 학설에서 이야기하는데 많은 부모님들이 이런 이유로 사립학교를 선호할 수도 잇습니다. 물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인데, 한 번 이렇게 생각을 해 보았으면 합니다.


학교 교육은 단지 학문적인 교육만이 이루어 지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주입식, 입시 위주의 교육에 비해서 미국의 교육은 전인 교육이고 그러다 보니 다양한 행동 수정 (Behavior Management) 방법과 가르치는 방법 (Teaching method)이 매우 창의적이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림으로써 사회 생활의 기초를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즉, 학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한 작은 사회라고 볼 수가 있는데, 우리들이 지금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다양한 문화와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고, 그렇다 보니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인 이슈들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커다란 사회에 좀 더 잘 적응하고 살아가려면 어려서부터 올바른 훈련이 필요하고 그런 훈련의 장소는 공립학교 입니다. 사립학교는 어떤 특정한 사회 계층의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이 모여 추구하는 목적의식이 거의 비슷하나 공립학교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사회 계층의 아이들과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환경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가질 수 있고 또 세상의 그릇된 환경을 보면서 그것이 옳지 못함을 판단하고 자기의 자아와 정체성을 발견하여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 코스타 2003의 주제 말씀인 마태 복음 10장 16절을 묵상해 봅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 하라” 우리의 아이들이 속해 있는 대부분의 미국 공립학교가 갖고 있는 조건들은 이리들이 우글거리는 거짓과 그릇된 모습들만 갖춘 환경에 비유할 수 있는데,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아이들은 지혜롭고 순결함에 대해 “학교”라는 작은 울타리 속에서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물론 세상 속에 순결한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판단력이 흐린 이유로 교사나 학부모님들의 정성어린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학부모, 교사가 한 마음이 되어서 사랑으로 아이들을 섬길 때 그들은 이 험악한 세상에서의 삶을 지혜롭게 개척해 나갈 수 있고 그런 독립심과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어떤 한 사회 계층이 모인 장소 보다는 조그만 사회의 한 파트에서의 생활이 현명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