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공동체는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 요구하시고 기대하시는 중요한 주제이다.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램이기도 하다. 늘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만 있어서 사랑을 마음껏 주고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의 공동체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목사님의 설교나 좋은 책들, 또한 구역이나 셀 모임에서 그렇게 많이 강조하였건만 여전히 우리들에게는 풀리지 않는 숙제들이 남아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 교회는 지난 이십여 년 동안 기독교 상담의 좋은 영향을 받아 왔다. 그리하여 공동체 가운데 자기를 개방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며 서로 이해하고 용납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고 또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결여된 것이 있다. 바로 ‘신뢰성(faithfulness)’에 대한 문제이다. 신뢰성은 믿을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주는 타인의 믿음으로, 공동체가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만약 어느 공동체에서 서로 마음을 열고 섬기고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데, 어떤 사람이 거짓말로 이간질 하거나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더욱이 얌체처럼 말만 잘하고 이기적으로 자기의 실속만 차리며 져야할 공동체적 책임을 회피한다면 과연 그들이 깊이 있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신뢰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공동체는 시간이 가면 무너진다. 처음에 서로 잘해 줌으로 친밀한 모양새를 갖출 수는 있지만 얼마가지 못하여 곧 갈등과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신뢰성이란 무엇일까? 수업시간에 신학생들과 ‘신뢰할 만한 사람’의 특징에 대해 토론했는데 다음과 같은 대답이 나왔다. 정직한 사람, 겉과 속이 같은 사람, 비밀을 지키는 사람, 자기가 한 말을 지키는 사람, 성실한 사람,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신이 책임지는 사람, 자기의 분수를 아는 사람, 옳은 일에 대해 바른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뒤에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사람, 자기의 유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해롭게 하지 않는 사람, 겸손한 사람,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 모두 맞는 말 이다.

성경말씀을 보면 하나님께서도 신뢰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신뢰성 중에서도 특별히 정직, 성실, 진실은 으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정직은 구체적으로 돈에 대한 정직과 말에 있어서의 정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선 돈에 대한 정직은 내 돈과 남의 돈을 구분하는데서 출발한다. 비록 남의 돈을 훔치거나 사기 치지는 않을지라도 공금을 개인 돈처럼 사용하거나, 마땅히 내야 하는 세금을 편법이나 여러 가지 옳지 않은 방법으로 내지 않는다면 정직하지 않는 것이다. 말에 있어서도 사실이 아닌 말을 하거나 혹은 내용을 빼거나 덧붙임으로 나의 목적을 위하여 본말을 왜곡시킨다면 정직하지 않은 것이다. 언젠가 아들이 운전면허를 딴 후 몰래 아빠의 차를 가지고 돌아다니다가 들켰는데, 그 후 언어의 정직을 스스로 훈련하면서 깨달은 것을 우리에게 나누었다. “엄마, 정직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마치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것 같아요.” 언어를 정직하게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언어에 정직하지 않았는지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을 경험하는 것 같다. “저희가 이웃에게 각기 거짓을 말함이여 아첨하는 입술과 두 마음으로 말하는도다. 여호와께서 모든 아첨하는 입술과 자랑하는 혀를 끊으시리니…”(시12:2)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도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중요한 덕목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의 성실함의 수준을 “사람을 의식하여 행하는 눈가림질”에서 “무슨 일을 하든 주를 두려워하여 주께 하듯”의 수준으로 올려놓으셨다.(골3:22-24)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하나님만 의식하며 성실히 행하는 자의 자유함을 나도 평생 누리고 싶다.

진실은 거짓이 없이 참되고 말과 행동이 같은 것을 의미한다. 수년 전 어느 교회에서 주일 오후 강의를 하였는데 그날이 찬양을 인도하시던 목사님이 유학을 위해 마지막으로 섬기시는 날이었다. 그 목사님이 찬양인도를 마무리하면서 교인들에게 작별인사하신 내용은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지금까지 찬양을 인도하면서 진실치 않았던 때가 너무나 많았음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지금까지 찬양을 하며 많은 멘트를 했지만, 솔직히 제가 멘트 한 내용의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어떤 때는 그것이 너무 괴로워 눈을 감고 찬양을 하기도 했고… 그래서 20분이 2시간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진실을 향하는 그의 간증이 참으로 귀하게 여겨졌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진실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며 따르고 의지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연약한 공동체를 세우며 나아가 그것을 사랑과 성숙한 공동체로 만든다. 하지만 돈이나 말에 정직하지 않고 맡은 일에 무책임하며 진실치 않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공동체를 깨트리고 무너트린다. 그러므로 성숙한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서로 용납하는 것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도 매우 시급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