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사역 리포트


시카고의 F2 기도모임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마18:20)’


내가 대학부에 다니고 청년부에 다닐 땐 ‘모임’이란 것은 너무도 당연히 교회 안에 존재하는 것이었고 모임의 종류도 다양하고 모여야 할 팀도 많았다. 교회 안 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이 모임 저 모임을 가질 수 있었고 그 모임들 모두 서로에게 가르침과 도전과 격려를 주고 그리스도 안에서의 교제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내가 그런 모임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교회라는 배경(Background) 혹은 울타리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 모임과 함께 한 사람들을 떠나서 온 이 곳은 상황이 달랐다. 물론 이 곳도 이민교회가 있고 나이에 따른 선교회도 있으며, 나 자신이 꿈꾸던 머릿속의 큐티모임도 항상 존재해 왔었다. 하지만 이민교회의 선교회는 친교도 공부도 충분히 할 수 없는 실정이었고, 내 머릿속 큐티모임은 현실로 승화되기 참 힘들었다. 그랬지만 마침내 동네 유학생 아내들과 함께 한 기도모임을 시작하여 1년 간 지낸 이야기와 그 모임의 결과로 얻어진 많은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


한 유학생과의 결혼으로 시카고에 오기로 결정한 후 난 결혼에 대한 기대와는 또 다른 어떤 감격으로 벅찼었다. 마치 선교사라도 된 양 시카고를 위해 기도하는 한 자매와 함께 시카고를 향한 중보기도를 하며 시카고를 마음에 품었다. 또한, 남편될 형제가 중보를 부탁한 한 비기독교인 부부를 위해서도 그들이 복음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를 기도하였다.


시카고에 와 보니 내 주변의 이웃은 유학생 배우자(아내)들이었다. 처음 하는 살림을 익히느라 남편이 학교에 간 후 에는 느릿느릿 집안 일을 하고 도시락 싸서 남편이랑 함께 식사하고 돌아온 오후 시간이면 나 자신도 누군가 만나서 티타임(tea time)을 갖고 싶었고, 이웃에서도 전화가 오곤 했다. “내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대상이다!” 무턱대고 생각하며 좀 친해진 사람들에겐 성경공부를 같이 하겠느냐, 예수님은 이러이러한 분이시다…하며 무조건 말해 보았다. 결과는 나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오기전 기도한 대상이든 친하게 된 자매이든 별로 관심 없었다. 섬김에 앞서 말로 전도를 해보고자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나 자신이 영향력 있는 훌륭한 전도자가 되기 위해선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척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한참 멀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도, 일대일이든 성경공부 모임이든 모임을 만들고 싶었던 소망은 가시지 않았다.


이 곳은 예수님 이름으로 모이는 어떤 모임이든 필요한 곳이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유학생들이 교회로 몰려들어 교회가 친교의 중심이 되는 여느 캠퍼스도시(Campus town)과는 달리 이곳, 특히 우리 아파트의 한인 유학생들은 정말 교회와 상관이 없었다. 또한 모두가 알듯이 유학생의 아내들은 낮에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다. 특별한 직업이나 일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육아를 하는 때이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는 티타임은 좋은 것이다. 다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사람의 얘기가 주제가 없을 땐 한도 끝도 없이 바람직하지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시카고에 온 지 반년쯤 지났을까, 이 곳으로 이사온 한 유학생 배우자가 기독교인임을 알고 정말 반가웠다. 통할 것 같았고, 신앙 안에서의 얘기 상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잔뜩 기대가 되었다. 잘 알게 되고 친하게 되면서 왠지 일대일 제자 양육으로 만나면 좋을 것 같아 기도도 하고 프로포즈도 해 보았다. 역시 별로 내켜 하지 않아서 할 수 없었지만 그 친구를 만난 지 6개월만에 그 친구에 대한 내 기도를 응답하신 하나님께서 그 친구와 일대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그 친구를 위해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할 때마다 나 자신의 부족함과 나 먼저 해결하지 못한 유학생 배우자로서의 이 곳 생활의 어려움들, 그리고 하나님께 대한 게으름으로 힘들었다. 일대일을 하면서 양의 인생이 말씀으로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가늠하기도 힘들었다. 양은 자신의 생각과 삶을 바꾸어 보려다 넘어지는 일을 반복했고, 많은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의 무력함을 보며 좌절과 기도를 함께 했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반가운 일이 생겼다. 2001년 코스타의 어느 저녁 집회 때 집회 장소에서 같은 동에 사는 한 부부를 만나 우리 이웃에 코스타 집회에 나오는 가정이 있었구나 하며 반가웠는데 며칠 후 그 아내되는 언니가 나를 만나서 아파트 내 기도모임을 함께 만들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 언니도 어떤 모임이든 모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었는데 나를 코스타에서 만난 후 동역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음을 생각한 것이다. 나는 너무나 반가워 내 양과 시카고 오기 전부터 기도했던 자매에 관해 얘기했고, 그 두 사람에게 프로포즈했을 때 둘 다 모임에 나오기로 해서 고대했던 한 모임, 기도모임이 시작되었다.


모임은 무겁지 않게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우선 구도자(seeker)들인 자매들은 사람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생각이나 고민을 나눌 수도 있고 이것을 말씀에 조명하여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맛보게 된 것 같다. 자매들은 먼저 이야기의 주제를 교회에 두었다. 교회를 믿음의 출발이라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각이 있었기에 교회에 가는 것, 남편을 교회에 데려가고 적응시키는 것 등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기도하였다.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에 우리는 매주 3장씩 말씀을 읽어 와서 모임 때 토론을 하기로 하였다. 구도자들은 말씀 읽기를 거의 처음 해보거나 읽었어도 전혀 뜻을 생각하지 않아 왔던 터라, 말씀을 읽은 후 나오는 질문도 많았고, 차츰 이해해 가면서 말씀이 우리 삶과 결코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하나님의 마음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면서 함께 감동 받는 시간들은 우리 모두를 하나님 앞에 겸손하여지며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만들어주었다. 또한 서로의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에 대해 깊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서로가 해 주는 기도 가운데 힘을 얻었고, 응답해 주시는 주님의 손길을 맛보며 함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도모임을 마친 후 가진 식사교제는 우리 관계를 더 묶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섬김의 실천이었고 재미있는 시간들이었다. 겨울에는 우리를 위해 자원하여 영어를 가르쳐 주시고자 하신 어떤 한인 1.5세 자매분을 통해 영어 성경공부도 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의 결과로 나의 시카고 오기 전부터의 기도 대상은 예수님을 믿고 교회에 다니게 되었고, 그의 남편 또한 함께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또한 늦게 우리 모임에 참여한, 서울에선 남편은 다니지 않았지만 혼자서 시댁의 종교인 기독교를 따르고자 교회에 다녔던 한 자매님은 남편이 교회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남편이 교회에 잘 적응하고 교회성경공부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되었다. 이외에, 말씀에 재미를 붙인 일과 말씀을 깊이 이해하려 한 노력은 말씀이 결코 경전이 아니라는 것과 예수님께서 자신들과 연관이 있고 가까운 분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해주었다.


예수님을 믿기 위해, 교회에 나가기 위해 한 발짝 씩 내딛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모임이 있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었다. 모임을 가지고 싶어했고, 어떻게든 예수 믿는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었던, 하지만 너무나 부족했던 나에겐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사람을 섬기기 위해선 아주 많이 겸손해져야하며 많은 나의 시간과 힘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짐하게 된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것들로 어디든 내가 다른 곳으로 갔을 땐 더 성숙하게 이웃사역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우리 모임 가운데 거하신 하나님, 당신의 사랑을 깨닫게 하셔서 우리를 위로하신 하나님, 한 명 한 명 관심 가지시고 보살피시며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시면서 당신의 손길을 따뜻이 보여주신 하나님을 진정으로 찬양한다.

강정현
단국대 작곡과 졸.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에서 화학(Chemistry)으로 박사과정 중인 남편과의 결혼으로 도미. 현재 McCormick Teological Seminary에서 MATS 과정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