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사역


한국 유학생 사역의 컨텍스트(Context)


1. 들어가는 말


2001년 코스타 수련회 이후로, 캠퍼스 현장과 지역 교회 내에서의 유학생 사역의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사역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호부터 시리즈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유학생 사역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글은 한국 유학생 사역의 컨텍스트(context, 배경)가 되는 미국 내의 ‘외국인 학생 사역'(international student ministry)의 중요성에 대해 고찰해 보자 한다. 우리 사역의 장(場)인 미국 캠퍼스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 이를 선교학적, 전략적 관점에서 재조명해 봄으로써, 한국 유학생 사역을 자리 매김하고 이 사역의 중요성을 되새김해 보고자 한다.


코스타 사역이나 지역 교회 내에서의 유학생 사역은 넓은 의미에 있어서 ‘외국인 학생 사역’의 일부이다. 현재 미국 내에 있는 50만 명이 넘는 유학생들을 위해 ISI (International Student Inc.)와 IVF(Inter Varsity Christian Fellowship), CCC(Christian Campus Crusade), Navigators 등에서 수 백 명의 간사들이 전적으로 유학생 선교를 위해 전임(full-time)으로 캠퍼스(campus)와 지역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고 중국 학생들과 교수들 선교를 위한 전문 연구 기관이 있는데, 중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은 (코스타와 비슷한 형태의) 자국 학생들을 위한 수련회를 매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대적 조류와 필요에 맞게 이 사역들이 효과적으로 되어지고 서로 협력하기 위해서 전문적으로 네트워킹(networking)을 하는 ACMI(Association of Christian Ministry among Internationals)라는 사역도 있다.


2. 미국의 캠퍼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1) 증가하는 유학생들


지난 44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56년의 약 30,000명에서 1999-2000년도 학기에는 190개 나라의 514,723명으로 증가했다. 한국 유학생은 중국 (54,000명), 일본(46,000명), 인도(42,000명)이어 4번째인, 41,191명으로 파악되어 있다(자료: 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환 교수들, 정부 관료들, 해외 파견 근무자(지상사), 전문인들(J, H비자 소지자)이 미국에서 수 개월에서 수 년까지 머무르고 있다.


IMF 이후 한국 유학생 숫자가 줄다가 최근에 와서 다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대학원 과정에 진학하던 전형적인 유학의 패턴에서 벗어나 단기 언어 연수와, 조기 유학, 만학 유학이 붐을 이루고 있고, 학부 유학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외에도 박사후 과정(Post-Doc)과 교환 교수, 그리고 정부와 기업에서 파견된 유학생과 연수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유학생의 경우 졸업 이후 미국에서 직장(job)을 잡고 정착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교환 교수나 연수로 왔다가 자녀 교육 문제로 엄마와 애들은 미국에 남고 아빠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돈을 벌어 송금하는 일명 ‘펭귄족'(다른 말로는 ‘기러기족’, ‘한총련'(한시적 총각들의 연합))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 외면 당하고 있는 선교의 장


미국 내 외국인 학생 사역(international student ministry)은 세계 선교에 있어서 가장 외면 당하고 있는 영역중의 하나이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의 0.5%만이 유학생 선교 사역을 하고 있다. 그리고 유학생들의 0.5% 정도에게만 효과적으로 복음이 전하여지고 있다. 외국에 나가서 선교 사역을 하는 것만 선교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미국 교회 내에 편만해 있는 것이다. 이는 90년 초반에 한국에 밀려 들었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선교 사역을 외면하고 외국으로만 선교사를 보내려고 했던 한국 교회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 교회에가 복음을 전도한 외국인 유학생이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에게 지속적인 접근하는 그리스도인의 숫자도 극소수이다. 평범한 미국 가정에 한 번도 발을 들여 놓지 못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도 허다하다.


한국 교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민 교회에서 유학생들을 위한 사역은 항상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 담임 목사님은 주로 1세 사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교회의 역량이 될 때 1세 이민자의 자녀들을 위한 2세 영어권 사역을 시작한다. 유학생을 위한 전문 사역자나 전임 사역자는 아주 드물고, 유학생의 삶의 장인 캠퍼스를 무시하고 지역 교회 안으로만 학생들을 끌어 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학생 사역이나 선교의 개념이 부재하고 유학생들은 한국어권 청년부나 청장년부로 편성되어 자체로 운영되거나, 주변에 신학교가 있으면 파트타임(part-time) 사역자를 배치하는 정도이다. 유학생은 있다가 떠날 사람이라는 심리가 팽배하여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을 위한 전도와 양육의 사역은 부재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운영을 위한 봉사나 열심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민 교회에서 한국 유학생은 하나님 나라를 위한 선교적 대상이 아니라 개 교회를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많은 유학생들이 감히 내뱉는 한탄이다.


3. 유학생 사역의 중요성


1) 선교학적 고찰



  • 잘못된 선교의 개념 –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선교를 지정학적 개념으로 생각하여 외국으로 나가는 선교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성경적 선교 개념은 지정학적 개념이 아닌 ‘사람'(people) 중심의, 사람을 향한 개념이다. 오늘 날의 미개척지 선교(Frontier Mission)는 티벳, 몽고, 사우디 아라비아, 파푸아 뉴기니에 제한되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유학생들이 몰려 있는 미국의 캠퍼스와 도시들도 미개척 선교지역이다.


  • 선교 메카니즘(Mechanism) – 선교학자들은 선교의 메카니즘을 ‘구심적’ 선교와 ‘원심적’ 선교로 구분한다. 이스라엘 백성의 공동체로 이방인들이 들어와서 참 되신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것은 구심적 선교이고 포로기에 이방인 가운데 흩어져서 우주와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증거한 것은 원심적 선교에 해당된다. 이 메카니즘은 성경의 역사와 기독교 역사 가운데서 병행하여 이어져 왔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시고 흩으시기도 하신다. 구심적 선교에 의해 약 190개국에서 50만 명이 넘는 유학생들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 살고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타문화 선교에 직접 동참하게 되었다.


  • 선교 유형(Type) – 선교학자 Ralph Winter는 선교의 유형을 HM(home mission)과 FM(foreign mission)으로 나눈다. 그리고 각 유형을 다음과 같이 3개의 그룹으로 나눈다.

    Home Mission
    (1) HM1 – 본국에서 동일한 문화와 언어 집단 전도 (미국 학생→미국 학생)
    (2) HM2 – 본국에서 유사한 문화와 언어 집단 (미국 학생→아일랜드 학생)
    (3) HM3 – 본국에서 완전히 다른 문화 언어 집단 (미국학생→중국 학생)


    Foreign Mission
    (1) FM1 – 외국에서 동일한 문화 언어 집단 (미국에서 한국 학생→한국 학생)
    (2) FM2 – 외국에서 유사한 문화 언어 집단 (미국에서 대만·홍콩 학생→중국 학생)
    (3) FM3 – 외국에서 전혀 문화와 언어가 다른 집단(미국에서 한국 학생→중국 학생)


이를 통해 보면 미국 내 한인 교회에서의 유학생 사역과 코스타 사역은 FM1 유형에 해당되고, ISI 사역은 HM3 유형에 해당되며, 한국 유학생 중 중국 유학생 사역을 하고 있는 사람은 FM3 유형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2) 미국 내 복음 전도의 장점들


미국 내에서 유학생 사역은 복음 전도상 여러 면에서 장점들을 갖고 있다. 첫째로, 유학생들은 본국에서보다 훨씬 더 복음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다. 그들은 언어적·문화적 장벽과 경제적 압박, 학업의 스트레스로 인해 정서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많은 도움들이 필요하고, 영적으로 갈급한 상태에 있다. 둘째로, 미국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유학생들과 학생이라는 공통된 신분과 관심사가 있고 많은 시간을 강의실과 기숙사, 도서관과 식당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기 때문에, 생활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전인격적으로 ‘특유의 생활양식을 공유하는 복음주의 사역'(Lifestyle Evangelism)에 동참할 수 있다. 셋째로, 구심적 선교지에서는 언어나 비자나 음식과 기후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 넷째로, 유학생들은 2-5년 정도의 기간 동안 미국에 머무르기 때문에, 복음 전도와 양육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한국 유학생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유학생 중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교회에 출석하게 되는 학생들이 전체 유학생 출석자의 25% 이상이 된다. 실제적으로 믿지 않는 한국 유학생들의 상당수가 실제적, 정서적, 영적인 필요로 갈급해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보다 복음에 대해 열려 있다. 많은 수의 한국 유학생 구도자(seeker)들이 진정한 진리를 찾기 위해 한국 교회 문을 넘나 들고 있다.


3) 전략적 중요성


미국에서의 유학생 사역은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 유학생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 – 유학생들은 본국이나 미국, 혹은 다른 나라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미래의 지도자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제3세계에서 온 유학생의 경우에 더 확실하다. 전통적으로 선교사들은 제3세계로 파송되어, 그곳에서 의료나 기술, 또는 교육의 도움이 필요한 중하층을 상대로 많은 사역을 하였다. 그러므로 제3세계의 유학생들은 본국에서는 복음에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집단 출신인 셈인 반면, 가까운 미래에 정치 경제와 교육과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인물들이다. 매년 12월 콜로라도에서 미국 IVF가 주최하는 외국인 학생 수양회(International Students Conference)에 참여한 한 아프리카 학생은 유학 후 본국으로 돌아가 아버지를 이어 차기 대통령이 될 학생이었다. 내가 지금 교제하고 있는 이디오피아 유학생 아저씨는 그 나라에서 도시 개발을 책임지고 있던 장관급 인물이다. 내가 대학 3학년이었을 때 나에게 학생 사역과 유학생 선교에 헌신하도록 도전을 준 IFES의 Eli Lau 간사의 말이 떠오른다. “등소평이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있을 때 복음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께 헌신하였다면 중국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 평생의 유일한 기회 – 수많은 유학생들이 복음에 문을 닫고 있는 10/40 Window 나라들에서 왔다. 실제로 많은 유학생들에게 있어서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은 그들이 복음을 들을 수 있는 평생 의 유일한 기회가 된다. 미국의 전체 유학생 중 14%가 회교권에서 온 학생이다. 이들이 본국에서 복음에 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학교 아파트 왼쪽 옆집은 이란에서 온 유학생 부부인데, 출석하는 미국 교회에서 작년에 세례를 받았다. 몇 달 전에 이사 온 위층 오른쪽 집은 이라크에서 유학 온 부부이다. 말 그대로 “The world is at your door step”인 것이다. 10/40 Window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이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자들을 본다는 것,은 수십 년에 걸친 그들의 사역 동안 정말 드문 일이다. 이것에 비하면 미국에서의 유학생 사역은 바로 선교의 ‘노다지’라 말할 수 있다. 일례로, 아이오와 대학교(University of Iowa) 중국 학생들의 캠퍼스 성경 공부 모임에는 매주 100명 이상의 본토 중국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20명 정도가 세례를 받고 있다.

많은 수의 한국 학생들이 유학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복음을 듣고 있다. 주일 학교나 중고등부에 다녔던 경험이 있거나, 성탄절에 친구 따라 교회 갔던 일이 있거나, 군대에서 의무 종교 행사의 일부로 세례를 받은 적이 있는 유학생들은, 유학 시절에야 비로소 진지한 마음으로 교회의 문을 두드리거나 유학생 성경 공부 모임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들에게도 이러한 기회가 복음을 듣고 말씀으로 양육될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이들은 가까운 장래에 한국 사회와 미국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지역 교회에서 평신도 지도자로서, 제3세계에서 선교사로 섬기게 될 잠재된 일군들이다. 또한 정부 관료로서, 대학 교수로서, 대기업 간부로서, 의사로서,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영향력을 발휘해 오던 사람들도 있다. 고지론이든, 저지론이든, 미답지론이든, 그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들이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대단한 것이다.


4. 나가는 말


현장과 컨텍스트를 무시하는 사역이자 성경적 전략이 없는 사역은 실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제 한국 유학생 사역을 지역 교회나 코스타 수련회의 좁은 관점에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미국 전역과 더 나아가 전세계에서 열방으로부터 쏟아져 나온 유학생들에게 행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적 안목을 가지고 전략을 짜고 구조를 만들고 내용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절실히 요구되는 바는 지역 교회와 코스타가 동역자의 관계로서 현장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 내 외국 학생을 위한 목회(International Students Ministry)를 하는 기관들과 Jama, Urbana 선교 대회, 해외 선교 기관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학원복음화 협의회나 선교 한국과 같은 단체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효과적인 사역 방안들을 모색하고 협력 사역을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고 코스타 사역도 일회성 부흥회의 성격에서 벗어나 지역 교회와 현장의 유학생 사역을 지원하고 실제적으로 섬기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열심이 우리의 헌신과 순종을 통해 이 일을 이루어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