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사역


나의 지경을 넓히소서


미국에 온 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 간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의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나의 모습은 아마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미국에 오기 전에 하나님께서는 내게 참 귀한 시간을 허락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몰랐지만 하나님께서는 미리 아시고 한국에서 날 준비시켜 주셨다.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준비 하면서 오랜만에 생긴 자유시간에 난 교회에서 세꿈이라는 모임에 가게 되었다. 세꿈이는 세계를 꿈꾸는 젊은이의 모임의 약자다. 우리교회의 선교 중보 기도모임이다. 매주 모여서 선교사, 선교지를 놓고 기도하는 아주 귀한 모임이다. 그곳에서 여러 나라와 민족을 놓고 기도했다. 그리고 직접 선교지로 떠난 선교사님의 기도편지를 받아 중보기도했다. 직접 가는 선교사도 있다. 그리고 남아서 기도하는 우리도 선교사라고 생각했다. 난 모든 크리스찬은 선교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가 현재 서 있는 땅이 선교지라고 생각한다. 직업적으로는 아닐지 모르지만 복음을 전하고자하는 열정이 있었고, 사명도 있었고, 소명도 있었고, 그래서 미국에 오면서 새로운 선교지에 대한 기대를 하고 왔다. 그래서 기도 편지도 쓰고, 기도 부탁도 드리고 왔다.


아리조나 주립대에 처음 왔을 때 학업 외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것은 캠퍼스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내가 하나님이 필요한 존재인 것을 깨닫고, 하나님 뜻대로 살기로 결심한 것은 대학교 4학년 때였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많은 훌륭한 믿음의 친구들을 허락하셨고, 그들 덕분에 하나님을 더욱 알게 되었고 믿음도 성장했다. 믿는 사람들과의 교제와 말씀을 배우는 것이 참 좋았다. 친구들 중 몇몇이 Intervarsity 나 CCC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서 내가 다시 대학에 가게 된다면 꼭 가입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리조나에 와서 처음 찾은 것이 그 두 단체였다. 당장에 가입하여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난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그것은 ISI (International Students Inc.) 였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듣고, 친구들을 따라 welcome party에 갔다. 그냥 저녁도 주고, 멋진 미국 저택에서 모인다고 하니 구경도 갈 겸해서 별 생각 없이 따라갔다. 정말 많이 모였다. 그때 약40개국을 대표하는 200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였다. 이렇게 해서 ISI를 알게 되었다.


ISI는 모든 외국 유학생에게 열려 있다. 주로 많은 문화체험을 제공하고, 필요를 채워주면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 단체다. 그래서 ISI에서는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하는데,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종교의 학생들이 많이 참여한다. 농장 마당에서의 스퀘어 댄스,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구경, 미국인 가정에서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 크리스마스 저녁식사, 하이킹, 여행 등등…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행사들이 많다. 언제든지 신청해서 참여하면 된다. 이런 행사를 통해 스탭이나 학생리더들은 안 믿는 학생들과 만나게 되고, 이 만남을 통해 그들은 기독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더 관심이 있으면 성경공부에 나오거나 일대일 성경공부를 시작한다.


내가 ISI에 학생리더로 섬기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는 한학기 정도 지난 다음 오월 여행에서였다. 매해 5월에 여행을 간다. 2000년 5월에도 콜로라도로 여행을 떠났는데, 약 30명 가량의 학생들이 함께 갔다. 대부분 안 믿는 친구들이었는데, 이 여행에만 처음 참여한 친구도 많았다. 14일을 함께 자고 먹고 하니까 처음 만났어도 금방 친해지고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었다. 그중 태국에서 온 자매가 있었다. 그들은 불교신자였는데, 내게 기독교인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기독교에 관해서 궁금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었다. 우리가 누구를 믿으며, 우리가 식사 때 기도하는 신은 누구냐고. 그래서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인간의 손으로 만든 신이 아닌 창조주 하나님을 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전했다. 하나님이 만드신 멋진 자연 속을 함께 걸으며 찬양도 함께 부르고 식사 때 기도도 같이 하면서 마음이 많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그때, 믿는 자가 안 믿는 이들과 친구 할 때 그들이 복음을 듣는 기회가 생기는 것을 보았고, 하나님이 우리의 여행을 통해 역사 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하나님이 참 사랑하시는 사역임을 보았다. 그래서 학생 리더십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매주 금요일이면 찬양과 기도 그리고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 각국 학생들 40여명이 모인다. 그 중엔 아직 믿음이 없는 친구들도 상당수 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사람이 좋아서, 저녁 식사 때문에, 이유도 다양하지만, 지속적으로 나오는 친구들 중엔 아직 믿어지진 않지만 무언가 있음을 알고 궁금해서 계속 나오는 이들이 많다. 찬양할 때 어떤 친구는 잠시 자리를 뜨는 친구도 있었다. 자신이 믿지 않는 신에게 찬양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참으로 그는 찬양이 단순한 노래가 아님을 제대로 아는 것 같다. 그 친구가 믿게 되면 그가 드리는 찬양이 얼마나 향기로울지 그려진다. 기도할 땐 참 다양한 기도제목이 나온다. 각국의 친구들이 모였으니, 각국의 그때 그때의 위기상황이나 사회적 정치적 현안이 기도 제목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사실 케냐에서 일어난 민족분쟁이 우리에게 먼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케냐에서 온 우리 친구와 관련된 일이므로 내 일처럼 마음을 다해 기도하게 되는 게 참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또 아픈 자를 위해, 재정문제의 해결을 위해, 또 중간고사, 학업 등등 여러 가지를 기도하고, 또 그 기도가 이루어 졌을 때, 함께 감사하며 하나님이 하신 일을 찬양한다. 성경공부가 끝나고 함께 식사하는데 그때 질문들이 참 많다. 특히 복음을 처음 듣는 중국 친구들은 궁금한 것들을 하나하나 진지하게 물어보는데, 대화를 통해 그들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성장하게 되는데, 대답하면서 나 자신이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들을 통해 나 자신의 믿음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중국에서 정부관리들이 교육차 몇 개월간 파견된 적이 있었다. 너무나 짧은 기간이어서 그 기간동안에 예수님을 영접했으면 하는 마음이 급했는데, 감사하게도 그중 세 명이나 돌아가기 전에 예수님을 영접했다. 어떤 경우엔 믿기까지 너무나 오래 기다리고, 어떤때는 결실을 즉각 보게 된다. 고국에서 처음 복음을 전해 듣고 여기에 와서야 영접하는 경우도 있고, 여기에서 복음을 들었던 이가 고국에 돌아가서 예수를 영접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기도 한다. 우리가 확신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방법대로 그분의 시간에 이루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이렇게 다양한 개개인의 삶에서 하시는 멋진 일들을 내게 보여 주시고 그 사역에 불러 주심이 너무 영광되고 감사할 뿐이다.


난 처음에 미국에 와서 참 많이 실망했던 사람중의 하나다. 기독교 국가로서의 미국에 대한 기대가 많았는데, 내 눈에 비춰진 미국의 대중문화는 기독교 신앙아래 세워진 국가다운 면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ISI를 통해 미국 크리스찬의 저력을 보게 되었다. 여기 피닉스지역 모임은 ISC (International Students Club) 라 부르는데, 이 지역의 후원자가 900명 가까이 된다. 그들은 기도로 물질로 식사 제공 등으로, 또 모임의 장소 제공, 영어 자원 교사 등등으로 후원을 한다. 또 대 다수는 학생의 host family로 학생들을 자식처럼 맡아서 그들의 가족 모임이나 행사에 초대하고, 교회에도 데리고 가고, 가족과 떨어져 외로울 수 있는 학생들의 현지 가족이 되어준다. 많은 지역 교회들이 새학기때 오는 학생들을 위하여 가구등을 모아서 기증하고 그것을 우리가 받아서 모아두었다가 새학기가 되면 새로 도착하는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다. 생활에서 베푸는 것이 생활화 되어있고, 자신의 교회의 사역이 아니라도 함께 협력하여 주님의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존경스럽다.


많은 미전도 지역의 학생들이 미국에 많이 온다. 그들이 고국에 돌아가면 대부분 영향력 있는 지도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그들이 복음을 받아들일 경우, 그들을 통해 믿게 될 많은 영혼들을 생각하면 참 전략적으로도 효과적인 사역이 아닌가 싶다. 미국에 오기 전에 내가 기대했던 선교지를 보여주시고, 학생으로 현재 선 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방법대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나의 믿음도 성장시켜 주시니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또 한국에서 막연히 기도했던 나라 사람들을 지금은 직접 친구로 사귀게 되었으니 그것도 참 복된 일이다.


한동안 ‘야베스의 기도’가 크리스찬 사이에서 많이 읽혀졌다. 야베스는 “주께서 내게 복에 복을 더하사 나의 지경을 넓히시고…”(역대상 4:10) 라고 기도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미국에 보내주셨다. 이미 물리적인 지경은 넓혀 주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에서와 똑같은 삶을 기대하고, 살려고 하고 있지 않은지, 하나님은 더 큰 축복의 계획을 가지고 계시는데 우리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그 땅을 못보고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야베스의 기도처럼 우리의 지경을 넓혀 주시길 기도해야 한다. 내 마음이 넓혀져서 나와 아주 다른 사람들도 품을 수 있게, 또한 우리의 지경을 넓혀서 한국 유학생뿐만 아니라 주님이 필요한 다른 민족의 필요도 볼 수 있게 기도해야 한다. 그래서 바울이 에베소서(3:19)에서 기도한 것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의 넓이-온 세계와 온 민족에게 미치는 사랑-가 어떠함을 깨달아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사역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우선, 팀사역을 권하고 싶다. 혼자도 좋지만 외국 유학생 사역에 뜻이 있는 믿음의 동역자와 함께 사역하면 서로에게 힘이 되고, 또 안 믿는 친구에게 영향력도 더 많다. ISC 같은 외국 유학생 전문 사역단체나, 다른 캠퍼스 사역 단체 (InterVarsity, CCC, Navi)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운동모임에 안 믿는 외국친구들을 초대하여 함께 운동도 하고, 식사도 하고 하면서 친구가 되는 것도 좋다. 또 불고기나 비빔밥 등은 거의 누구나 좋아하는 것 같으니, 이것을 대접하면서 집에도 초대하고, 그렇게 친구가 되면 된다. 우리에게서 그리스도인의 향기가 난다면, 그는 그것을 맡을 것이다. 그가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면 믿음을 강요하지 말고, 성심껏 대답해주고, 교회나 성경공부 모임에 초대하면 좋다. 한국 교회 중 영어예배가 있는 곳은 친구들을 교회에 초대하고, 교회차원에서 외국유학생 선교 사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금상첨화겠다.









박찬영
이화여대에서 영어영문(학사)을 공부하였고, 아리조나 주립대(ASU)에서 TESOL 석사를 마치고, 현재 언어 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International Students Club 학생 리더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