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를 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집에서 처음 여는 파티라서 긴장도 되지만 철저하게 준비해서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들뜬 마음으로 상상을 합니다.

‘파티를 열자!
그래 그럴싸하게 하는 거야.
음식도 모든 종류를 빠짐없이 준비하고 온 집안을 멋있게 장식하는 거야.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초대해야지.
오후 7시 반이라고 얘기했으니까 늦어도 8시쯤이면 한두 명씩 나타날 거야.
그러면 활짝 웃는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해야지.
아마도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우리 집에서처럼 멋있게 파티를 열지는 못할 거야. 이렇게 완벽하게 계획을 세우고 세심하게 준비를 하는데 안 온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생각만 해도 정말 신나는 일이야.’

7시 30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자꾸 시계와 바깥을 번갈아서 바라보게 됩니다. 8시가 되었습니다. 1명이 나타났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친구에게 이야기 합니다. “와 주어서 고맙다”
친구가 대답합니다. “내가 안 나타나면 네 얼굴을 다시 어떻게 보냐?”
반갑게 맞으면서도 마음은 실망과 걱정으로 눌려 있습니다.
8시 30분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한명이 나타납니다.
또 다시 생각합니다.

‘음…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벌써 8시 30분인데 왜 두 명밖에 오지 않은 거지.
나머지 11명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준비도 완벽하게 했고 모두 온다고 약속했는데 왜 오지 않는 걸까?’

캠퍼스에서 성경 공부를 한 번이라도 인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음 직한 일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집에서 파티를 여는 것하고 캠퍼스에서 성경 공부를 인도하는
것하고 비교할 수 있느냐고 누군가가 반문하겠지만 그 준비하는 마음과 기다리는 상황은 아주 흡사한 것 같습니다.

지난 5년 반 동안 캠퍼스에서 성경 공부를 인도하는
간사로 섬겨 오면서 매주 금요일을 같은 마음으로 보내 왔습니다. 금요일 저녁 7:30에 성경 공부를 한다고 모두에게 알리고
일주일 내내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름대로는 준비도 열심히 하고 찬양도 연습해 보고 기도하면서 그 날을 간절히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말씀을 준비하는 중에 그룹의 멤버들 얼굴을 떠 올리며 내 안에 부어 주신 귀한 말씀을 빨리 전하고 싶어서 못 견뎌 할
때도 있습니다.

드디어 금요일 오후가 되면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할
마음에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히며 캠퍼스로 향합니다. 운전을 하고 가면서 ‘오늘은 몇 명이나 나올까’ ‘아 참 아무개에게 다시
한번 연락을 할걸… 저번 주에도 온다고 해놓고 마지막 순간에 안 타나 났지’ ‘그래도 이번 주에는 많이 나오지 않을까’ 등의
생각을 하면서 그 날 전할 말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주차를 하고 등에는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기타를
들고 예약해 놓은 방으로 뚜벅 뚜벅 걸어갑니다. 금요일 저녁인지라 대개는 캠퍼스 전체가 한산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면 텅 빈 방안에 혼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방을 내려 놓고 그날의 성경 공부를 주관해 주시기를
간구하며 잠시 기도하고 책상들을 소그룹 성경 공부하기에 좋게 배열을 해 놓고 기타 줄도 다시 한번 맞추어 봅니다. 첫번째 학생이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이 무척이나 길고 때로는 외롭기도 합니다. 물론 그 방에 함께 와 계시는 예수님이 계셔서 위로가 되지만 눈은
계속 문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다가 복도쪽에서 낯익은 급한 발소리가 들려 옵니다. 한 자매가 들어옵니다. 시계를 보니까 7시
45입니다. 그래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는 시간을 잘 지키는 자매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잠시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8시가
다 되어서야 또 다른 형제 한 분이 나타납니다.

5 분 정도 더 기다리다가 찬양을 시작합니다. 비록 세
사람 밖에 없지만 큰 소리로 찬양을 합니다. 찬양을 하는 중에 문쪽에서 또 다른 자매 한 명이 나타납니다. 갑자기 찬양에 더 큰
힘이 갑니다. 저도 모르게 기타를 힘껏 치다가 줄이 끊어집니다. 순간 당황이 되지만 나머지 5개의 줄을 가지고 계속 찬양을
합니다.

찬양을 마친 후에 그 시간을 성령님께서 주관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말씀을 전하기 시작합니다. 비록 다 모이지 않았지만 함께 앉아 있는 귀한 영혼들 한 명 한 명
모두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그 영혼들을 위해서 말씀을 전할 때 힘을 주시는 것이 느껴집니다. 성경 공부가 거의 다 끝
나갈 때 즈음에 또 한 명의 형제가 조용히 들어옵니다. 비록 늦게 와서 성경 공부의 내용을 거의 다 놓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반갑습니다. 말씀을 다 전하고 나서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 기도 제목들을 나누면서 친교 시간을 갖습니다.

결국 멤버 중 다른 6명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중의 한 명은 이번 학기 들어서 한 번도 빠지지 않은 형제입니다. 내일 꼭 전화해 보아야지 하고 결심합니다.

집으로 가는 차에서 생각해 봅니다. ‘왜 그 형제가 안 나타났을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통화했는데.. 어쩌면 내가 조금 더 열심히 기도하지 못했기 때문일거야.’

이렇게 지난 5년 반 동안 매주 금요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파티를 연 자가 손님을 초대하여 놓고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고 말입니다. 그러나 파티와 캠퍼스에서 제자 삼는
일 사이에는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파티는 사람들이 안 나타나면 실망해서 다시는 안 열겠지만 캠퍼스에서 젊은 영혼들을 예수님께
복종시켜서 제자 삼는 일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꼭 올 건만 같았던 학생들이 몇 번이나 약속을 하고도 안 나타날 때마다 매번
실망하면서도 다음 주에는 그들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간절히 기다리며 또 다시 한 주를 보내게 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수십 번 아니 수천, 수만 번을 실망시켜드린 예수님께서도 나를 변함 없이 기다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점은 하루 저녁만 즐겁고 말아 버릴 파티가
주지 못하는 기쁨이 제자 삼는 일에는 있다는 것입니다. 매 번 실망을 시키면서 안 나타나던 어떤 형제 혹은 자매가 결국은
예수님의 사랑에 사로 잡힌 자가 될 때 느끼는 바로 그 기쁨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게 된 예수님을 증거하기 위해서 자신 스스로
도 매 주를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기다리는 사람이 결국은 또 다른 사람들을 기다려 주게
만드는 그 일 – 바로 제자 삼는 일이 계속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 기쁨이 있기에 나는 이번 주에도 캠퍼스로 변함 없이 발걸음을
향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