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1년 5월호

유학온 지 5개월 된 박정은양, 오늘 룸메이트로부터 사소한 일이었지만 섭섭한 소리를 듣고 분을 삭이지 못하다가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수연 언니를 찾아갔다. “수연 언니, 글쎄 오늘 룸메이트가요 ….” 감정이 섞였는지 전후 과정 설명에 과장이 섞이더니 룸메이트의 험담이 더해진다. 사건의 전후 사정을 따져서 잘잘못을 가려주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고 단지 위로의 말, 이해와 수긍의 반응을 얻고자 찾아 갔던 것이다. 그러나 믿었던 수연 언니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정은아, 전후 사정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룸메이트 없는데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지, 내가 듣기엔 룸메이트가 정은이한테 평소에 좀 섭섭했던 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은양은 유학와서짧은 기간이지만 매주 성경공부를 통해 말씀을 배우고 삶을 나눠왔기에 무척이나 친했다고 생각했던 수연언니의 예기치 못한 반응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정은이 지난주에 성경공부하면서 ‘평소 매일매일 삶에서 죄짓는 것에 대해 잘 못느끼겠다’고 했지? 그래서 앞으로 죄에 민감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잖아. 하나님께서 이번일을 통해 정은이가 그동안 룸메이트한테 좀 섭섭하게 했거나 잘못한거 되돌아 보라고 하시는건지도 모르겠네.”


혹떼러 왔다가 혹붙이는 기분이라고 표현을 해야하나? 정은양은 잠시 멍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주 성경공부? 맞아.. 내가 그렇게 말했던 것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게 이일이랑 무슨 상관이 있지? 그건 성경공부고 이건 그냥 내 일상 생활인데 그렇게 연결을 시키다니…’


교회를 다닌지 11년, 그러나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의 깊이가 지극히 얕았던 정은양은 유학와서 우연히 한국에서 같은 교회를 다녔다는 수연언니를 알게되었고 성경공부를 함께하자는 제의에 썩 내키지는 않지만 호기심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그후 말씀을 배우는 재미와 힘든 유학생활을 나누는 즐거움에 계속 성경공부를 나가게 되었고 ‘배운 말씀의 삶으로의 적용’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을 받으면서 수연언니와 다른 조원들의 도움으로 결국은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말씀을 깨닫는것이, 기도의 응답을 받는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이야기는 1997년 가을 미시간 앤아버에서 생겼던 토요성경공부(이하 SBS:Saturday Bible Study)의 일원었던 박정은양의 예화이다. SBS는 개인적으로 적합한 성경공부 모임을 찾을 수가 없어서 제대로 성경공부를 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유학 생활을 유지해 나갈 때 영적으로 많은 갈급함이 있었던, 그래서 이런 영적 상태를 채워줄 수 있는 성경공부를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오던 몇몇 유학생들의 기도의 응답으로 생겨난 모임이다. 우연히 유학오기전 한국에서 같은 교회에 다니던 몇몇 학생들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그냥 사사로이 교제하던 중 우연히 다들 영적으로 힘든 상태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서 마음을 모아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6명이 모여서 인도자 없이 서로의 묵상을 나누며 진행되었으나 차츰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또 처음 같이 시작했던 연장자들이 졸업 혹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면서 자연스럽게 인도자의 역할을 하게된 김수연. 김요섭 부부(현재 북방 A국 선교사)를 만나보았다. 앞서 언급한 박정은 양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조원들이 SBS를 통해 예수님을 영접했거나, 하나님과의 만남을 개인적 차원으로 발전시켰으며 동시에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열매들이 맺어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중 하나가 김 선교사 부부의 사랑의 섬김과 헌신이라는 것에는 거의 대부분의 조원들이 동의하는데 대해, 정작 본인들은 그들이 성경공부를 인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하면서, 한국에 있을 때 교회에서 리더를 한 경험이 있었고, 또 부부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기에 싱글로 와 있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섬길 수 있는 여유 혹은 기회가 주어졌던 것 같다며 인도자가 아닌 도우미로서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과연 그들이 무엇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성경공부를 인도했는지를 물었다.


“가장 우선 순위에 두었던 것은 각 사람이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삶 가운데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모습을 나타내어서 힘이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는 점 이었습니다. 즉, 성경 공부 하는 것과 삶이 분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1주일에 한 번 모이는 모임이지만 각자 개인의 생활을 해 나아갈 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또한 타국 땅에서 공부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하나님께서 각자를 향해 가지고 계신 계획 가운데 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지식과 경험을 하나님 뜻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내어 드려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타국 땅에서 생활하는 특수 상황이 성경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겪었던 ‘광야’ 생활 같은 기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기에 하나님과 더 가까와 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실제적인 차원에서, 성경공부는 반드시 주중에 시간을 내어서 미리 해 가지고 오고, 모여서 나눌 때에는 삶에서의 적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진솔하고 또 열린 마음을 가지고 각자의 경험이나 상황을 나누었으며, 또 같이 모이는 사람들을 위해서 요일별로 기도해야 할 사람들을 정해놓고 중보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비단 매주 모이는 시간뿐 만이 아니라 살아 가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함께 공부한 내용에 있는 원리들을 적용시켜서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어느 한 사람이 특별히 인도자라고 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간 성경 공부였고 때마다 하나님의 뜻과 도우심을 함께 구하고자 했기 때문에 결국은 하나님의 이끄심에 따라 운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성령님께서 인도하시고, 하나님께서 주인이 되시는 성경공부, 그리고 삶으로의 적용을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SBS를 통해 맺어진 많은 열매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바쁜 유학생활중에 조원들을 향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섬김는 것이 쉬운일은 결코 아니었으리라 짐작하며, 성경공부를 도우면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 물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 사람의 인도 보다는 모두가 참여하는 성경 공부 모임 이었기 때문에 도우미로서 역할을 하기에 크게 힘들었던 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중에도 가장 아쉬웠던 것은 처음에는 6명으로 시작 되었던 성경공부 모임이 10명이 넘게 모이는 모임으로 되어지면서 각 구성원의 필요도 더 다양해 졌고 구성원 중에는 정기적인 성경 공부 외에 신앙의 기초부터 함께 1대 1 양육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는데 나 자신도 유학생이어서 시간을 내기 부족하다는 생각에 계속적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 음성에 순종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때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하나님께 더 순종했어야 했는데 라는 많은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또 구성원이 바뀔 때 유동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도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6명남짓한 모임안에서 김선교사 부부외에 모임을 섬기던 연장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후 새로 모임에 동참한 대부분의 조원들이 기초적인 양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김선교사 부부에대한 섬김의 요구는 증가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영적 성장이 지역교회이 성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김선교사 부부는 그동안 SBS를 통해 양육받은 형제, 자매들에게 지역교회로 파송(?)되어 그곳에서 섬기는 것을 권유하였고 현재 Ann Arbor내의 여러 교회들 뿐 아니라 D.C., California, 한국등으로 이동한 조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섬기는 이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한 두사람의 헌신을 통해 60배, 100배로 열매 맺으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역사를 실감하게 되었다. 1999년 김선교사 부부가 북방 A국으로 파송됨을 계기로, 조원들은 각 지역교회로 흩어져 청년부등을 통해 섬기고 양육받고 있으며 SBS라는 이름으로의 모임은 중단되게 되었다. 이를 인도자의 부재로 인한 모임의 와해가 아닌, 적정기간동안 훈련시키시고, 때가차매 흩으셔서 또다른 양육을 시작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인도자로서, 자신 또한 공급 받고 양육되어져야 하는 영적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켰는지가 궁금했다.


” 우선은 개인과 하나님과의 관계가 그 기본이 되었고, 두번째로는 우리 성경공부는 인도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인도자요, 모두가 적극적인 참가자 였기 때문에 서로 나누고 기도하고 응답 받고 변화 하는 과정에서 우리 속에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많은 도전과 힘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세번째로는 가끔 있는 KOSTA, 교회 부흥회 등도 때때에 맞게 적절한 공급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SBS를 하면서 얻은 경험은 너무나 값진 보배와 같습니다. 이런 경험을 갖게 된 것은 노하우나 이전의 경험이 아니라 그냥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축복이며 저도 이 소그룹 모임을 통해서 많이 하나님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하나님의 은혜로 일하였고 열매맺었음을 강조하는 모습에 많은 도전을 받았다. 지금 이시각에도 북방 A국에서 함께하는 영혼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고, ‘힘있는 그리스도인’을 양육하고 있을 김선교사 부부를 떠올리며 하나님께서 그들의 헌신을 얼마나 기쁘게 보고 계실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지금도 헌신된 한 명의 인도자를 찾고 계실 하나님을 생각하니, 김수연 선교사의 귀한 조언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 성경공부를 인도하거나 섬기는 이로서 한 가지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늘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분께 촛점을 맞출 수 있는 눈과 동시에 나와 함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함께 있어야 하며 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