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6년 2월호

1. 자신의 소개를 간단히 해 주시겠습니까?


조혜진: 저는 현재 indianapolis에서 1년 반 정도 살고 있습니다. 제약회사에서 biostatistician으로 일하고 있고요. University of North Carolina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이 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아직 싱글이고요. 교회는 인디애나폴리스 한인 장로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North Carolina에서는 한마음교회라는 한인교회를 다녔었고요.


최규진: 제 이름은 최규진입니다. 작년에 NC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과 동시에 버지니아로 옮겨왔습니다. 현재는 Korean Bible Studies 라는 단체에서 소그룹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출석하고 있는 교회는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져있고, 미국인보다는 저와 같은 (International)이 더 주를 이루고 있는 교회입니다. 코스타와의 인연은 2003년부터이고, 작년까지 jjKOSTA 6지역(NC, SC) 코디네이터로 섬겼습니다.


김재신: 저는 아내와 딸, 아들과 함께 시애틀에 살고 있고, University of Washington 에서 환경공학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Westgate chapel이라는 약 3 4천명 정도 규모의, 약간은 오순절 계열의 성향을 지닌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2. 자신의 삶 속에서 외국인들과 가깝게 접하면서 하시고 계신 활동이 있으시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최규진: 우선 외국인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만일 외국인을 한국사람을 제외한 다른 민족으로 정의한다면, 성경공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생활은 모두 외국인을 접한다고 봐야 하겠지요. 특히 이곳에 이사 와서 나가고 있는 교회에서 점점 외국인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재신: 저도 학교와 교회, 모두에서 외국인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속한 연구실에는 중국인과 한국인이 주로 많기 때문에, 실제로 외국인은 교회에서 주로 접하게 됩니다. 교회에서 매주 성경공부를 참석하고, 그 중의 몇 명과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최근 두 학기는 못하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는 international student들을 위한 성경공부를 돕기도 했었습니다.


조혜진: 제가 다니는 회사는 제법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저희 통계 부서에, 한국 사람은 저를 제외하면 한 명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통계에 관련하다 보니, 중국사람은 상당히 많은 편이고요. 제가 한국 사람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죠. (웃음) 정말 한국사람으로 본이 되어야만 해요.


3. 혹시 이런 활동 속에서, 주류 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겪은 갈등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조혜진: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이 곳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우리를 이방인 취급당하는 경우가 있겠고요, 또 한가지는 제가 동양인이기 때문에, 저를 중국인으로 간주하고 대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문제이겠지만, 중국사람으로 오해 받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거든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중국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으로 한국 사람들을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받곤 해서요. 제가 가진 나쁜 편견이겠지만요. 그러다 보니, 어쩔 때는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다시 말해 ‘마음 붙일 때가 없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참 힘이 드는 것 같아요.


최규진: 저는 미국 생활이 이제 3년째 입니다. 체류 기간이 짧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류 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겪었던 갈등은 특별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있던 학교의 chairperson이 동양인이었는데, 학교 Faculty 선정에 있어서 불합리하게 면책을 당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민족주의를 가장한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김재신: 저 같은 경우도 학교에서나 교회를 통해 특별히 차별을 당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단지 언어의 차이로 인해, 마음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건 언어 장벽만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하다 보면, 함께 몇 개월씩 만나 교제를 하다가도, 얼마나 지나서 다시 만나면,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무시를 당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이런 점은 미국의 개인주의를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갈등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다시 말해, 우리가 차별을 당한다고 여기는 많은 부분들이, 사실은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로 인한 것을 수도 있겠다는 거죠.


4. 일반적으로 볼 때, 소수민족으로서 미국 주류 교회에 다니게 될 경우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최규진: 일반적으로 볼 때, 미국교회를 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기존의 익숙한 신앙환경에서 벗어남으로써 예배의 본질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경험한 한 미국 교회에서는 Ash Wednesday에 재를 이용해서 이마에 십자가를 긋는 의식을 했었죠. 처음에는 그런 의식이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예수님의 고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단점은,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인 것 같습니다.


김재신: 이민교회나 미국교회나 모두 성경을 이해 하려하고, 복음을 해석하려는 점에서는 공통적으로 열심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이해한 것을 실천하는데는, 방법론적인 면에서 자라난 문화적 배경에 영향을 받는 듯 싶고요. 미국교회는 목적을 향해 상당히 합리적으로 일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일의 진행이 각각 독립적으로 잘 되어가고, 상당히 깔끔해 보이죠. 하지만, 그 합리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서로 권면하고 도전하는 면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반면 한국 교회는 일 진행이 덜 합리적이지만, 그런 가운데 서로 도전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는 좋은 것 같고요.


eKOSTA: 현재 섬기시는 교회에 다민족 사역이 잘 되어 있나요?


김재신: 주로 백인 중심이기 해요. 하지만 선교 지향적인 교회이기 때문에 타민족에 대한 차별은 거의 없는 것 같고요. 때로는 필요에 따라 각 민족별 사역이 이루어 지기는 하더라고요.


조혜진: 저는 미국에 와서 한인교회만 2곳을 다녔습니다. 왜 미국교회를 가지 않고 한인교회를 고집하냐고 묻는 질문에 답을 한다면, 그것이 제가 생각하고 있는 한인교회와 미국교회의 장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제가 한인교회를 나가는 이유는, 우선 한국인으로 언어의 장벽이 없고, 같은 정서를 가진 한국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규모가 작은 교회를 섬김으로써, 내가 교회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공동체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다시 말해 공동체 자체에 깊이 관련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민교회에 아쉬운 점은 젊은 사람을 키워내기 보다는 교회 봉사 쪽에 비중을 둔다는 점이고요. 음… 반면에, 미국교회에 한번 가 볼까 하는 생각 드는 점이 미국교회의 장점일 수 있겠는데요, 그것은 환경을 바꿈으로써 내 사고 안에 갇혀 있을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허상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자기 안에 있는 벽을 꺨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것 같습니다. 반면, 미국교회의 단점이라면, 공동체성의 결여랄까요, 멤버십의 결여랄까요… 특히 외국인으로써 그들 가운데 주인의식을 갖기는 쉽지 않을 듯해요.


김재신: 공감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성경적인 가족적인 공동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eKOSTA: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미국교회는 공동체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왜 미국교회에는 공동체성이 부족할까요?


김재신: 분명 미국교회에도 자신들만의 공동체성은 존재합니다. 물론 교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건 사실인 것 같고요. 하지만, 이런 개인주의적 성향을 반드시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는 것이, 미국교회의 성숙한 크리스챤들의 경우에는, 여유시간을 이용해서 책 읽기나 기도 등에 사용함으로써 신앙의 깊이가 더욱 깊어지기도 하거든요. 반면, 한인교회에 속하면, 여러 가지 모임에 참석하고 봉사하기 위해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요. 또 한가지를 보자면, 한국사람들은 모여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는 반면, 미국사람들은 개인적인 기도가 깊어지는 장점도 있는 것 같고요.


eKOSTA: 그렇군요.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은 미국교회는 자신의 교회에 참석하는 한국 사람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을까요? 예를 들면, ‘저 사람들은 자기 민족의 교회가 있는데 왜 여기에 나올까?’라고 다소 이질적으로 여기나요, 아니면 ‘미국에 왔으면 당연히 미국교회를 나와야지, 왜 자기들끼리 모이려고 할까’라는 태도를 보이나요?


김재신: 미국교회의 개인주의 성향으로 볼 때, 별로 관심이 없을 것 같은데요.


조혜진: 이곳에 처음 이사 왔을 때 있었던 일이예요. 회사 사람들과의 대화 중에, 내가 교회를 찾는다고 하니까, 그들이 ‘이 지역에 한인 교회가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런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미국인들도 예전의 경험 상으로 한국인은 한국교회를 나간다고 이미 알고 있는 듯 싶었어요.


최규진: 미국인들은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미국교회를 나갈 때, 그들의 눈에 띠게 되는 건 사실이고요.


조혜진: 저희 회사에서는 다민족들의 차이점을 이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요. 서로의 문화 차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지요. 이처럼, 크리스챤들도 서로의 다른 점을 문화적인 차이로 이해할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5. 일반적으로 볼 때, 직장이나 학교 생활을 하는 가운데, 소수민족으로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혜진: 아주 단순한 이야기부터 한다면, 이름 부르는 문제부터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미국 이름이 없어서, 사람들이 제 이름이 잘 기억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때로는 만날 때마다, 제 이름을 묻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다른 어려운 점이라면, 한국사람이 너무 없기 때문에, 제가 한국사람 전체를 대표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의 작은 행동 하나를 가지고 ‘한국 사람은 저렇구나’라고 쉽게 판단해 버리는 걸 보면, 정말이지 적잖은 부담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김재신: 사실 사람들은 우리가 소수민족으로 와 있지만, 우리에게 미국적 사고를 기대하곤 하죠.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를 하니까요. 개인주의의 또 다른 형태라고나 할까요. 그런 점은 우리 자신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우리의 기준으로 쉽게 평가하고 단정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최규진: 일반적으로 볼 때, 소수 민족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기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즉, 그 동안 자기가 중심이 되어서 세상을 바라보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주위를 맴돌면서 중심이 아닌 주변에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eKOSTA: 그렇다면, 우리가 타민족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조혜진: 문화적인 것 뿐 아니라, 역사적 환경에 기인할 것 같고요. 지극히 제한된 선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문화를 쉽게 평가하는 것도 큰 편견으로 작용하겠지요.


최규진: 우선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가능한 한 벗어나야 한다는 거죠. 결국, 자신의 IDENTITY를 이 땅 위에 있는 어떠한 기준에 둔다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6. 교회나 직장 (학교)에서 생길 수 있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한민족이 가진 장점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규진: 우선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가능한 한 벗어나야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의 identity가 이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있다는 것을 계속 인식해야 하겠죠. 그렇게 하늘에 소속을 둔 자만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 들일 수 있을테니까요.


김재신: 저도 공감입니다. 한국인으로써의 identity를 버리고,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크리스찬이라는 identity를 가져야만 민족 간의 벽을 허물 수 있습니다. 그런 크리스찬의 identity를 가지고 타민족들을 바라보면, 개인주의 속에서도 남모르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요. 그렇게 할 때, 우리 한민족이 가지고 있는 따스한 정의 문화가 그들의 외로움에 다가가는 큰 도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면에서 화해자로서의 삶을 사는 데는 동양인이라는 인식이 더 성경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조혜진: 두 분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한가지만 덧붙이고 싶어요. 모든 문제가 다 그렇겠지만, 문제는 일방적이라기 보다는 늘 쌍방향으로 일어나기 마련이잖아요. 상대방이 저희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도 많이 있겠죠. 하지만, 상대방에게 이해를 받기 보다는 먼저 이해하려고 애써야 할 것 같아요. 상대방에 대해 민족적인 벽을 만들고, 정죄하고 판단하기 보다는, 그 사람을 그리스도께서 사랑하시는 한 영혼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겠지요.


김재신: 맞아요. 물론 민족 간에 다른 점이 많지만, 같은 성정을 가진 부분이 생각보다 많으니까요. 그리고, 주류와 비주류라는 개념 자체를 버릴 필요가 있어요. 소수 민족이라고 먼저 위축될 필요도 없고요.


조혜진: 다른 민족의 크리스찬에겐 ‘복음’ 자체가 벽을 허무는 도구가 될 수 있어요. 한 사람을 다른 민족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한 인간으로 바라본다면 벽을 허물 수 있겠죠. 재신 형제님도 말씀하셨지만, 주류 비주류의 개념이 아닌,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과장하지도 않고 축소하지도 않고 말이죠.


eKOSTA: 오랜 시간 좌담회에 임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