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4년 2월호

캐나다 위니펙에서 공동체 사역을 하시고 계신 이훈 목사를 통해, 공동체성이 회복된 진정한 교회에 대해 들어보자. 이훈 목사의 공동체에 관한 다른 글들은 www.christiantimes.ca의 ‘함께 걷는 순례자’라는 칼럼을 통해 볼 수 있다.


1. 목사님의 소개와 하시고 계신 사역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10년간 한국 온누리교회에서 사역하다가, 96년에 공동체를 배우기 위해 캐나다로 왔습니다. 현재 캐나다 메노나이트 교회에 소속되어 위니펙과 런던과 밴쿠버에 있는 다민족 공동체 교회가 잘 세워져 가도록 돕고 있고, Multicultural Leadership Education 프로그램을 돕고 있습니다.


2.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에 많은 관심을 가지시고 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특별히 공동체성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요?


한국에 있을 때, 소외층을 돕는 사역을 할 때 함께 더불어 살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편 대형교회에서 사역하며 공동체 회복에 대한 특별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3. 왜 현대교회에 이토록 공동체성이 상실되어 가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무엇보다 비교와 경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 즉 어느 누구 하나도 특별하지도 않으며 초라하지도 않고 모두가 동일하게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그 나라는 경쟁이 아니라 조화에 의해서 세워지는 것인데, 그것을 모르고 있거나 소홀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4. 공동체성이 회복된 ideal한 교회의 모습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수평적 관계: 그리스도 외에 모든 사람은 서로 형제와 자매로서 수평적인 관계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떤 수직적인 구조를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만이 머리이며 나머지는 모두 그 몸의 지체들이기 때문입니다.
-  작은 것의 가치: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깊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역보다 관계가 소중하며, 숫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만족하기 보다는 상처와 소외와 분열을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시대의 비극은 성공과 발전이라는 그럴듯한 목표 때문에 ‘생명’과 ‘사람’과 ‘관계’라는 더 중요한 가치를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  나눔의 정신: 물질을 포함하여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합니다. 삶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교회는 성경적인 교회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계획과 결정의 모든 과정도 충분한 의견 수렴과 대화라는 나눔의 가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섬김의 정신: 그리스도의 몸은 서로 섬기며 또한 세상을 섬길 때, 가장 그리스도를 닮습니다.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이기적이 되기 쉽고 배타적이 되기 쉬움을 기억하고, 스스로를 깨워서 servant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5. 그렇다면, 그런 교회를 위해 현실적으로 어떤 일들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교회의 수직적인 구조와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대화와 나눔을 모든 모임에서 장려해야 합니다. 건강한 공동체는 타율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율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자발성을 격려하고 싶습니다.


6. 현재 하시고 계신 사역이, 그런 ideal한 공동체적 교회의 모습에 얼마나 가까이 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현재 한걸음 더 나가기 위해, 애쓰시고 계신 일들이 있으시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보다 이상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노나이트 형제 자매들은 위의 가치들을 충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저는 우리 한인 크리스천들이 그런 정신을 갖도록 격려하고 실험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목회자직에서 벗어나 한 형제로서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서로 수평적인 관계를 세우기 위해 서로를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을 직분이나 직위가 아니라 형제와 자매로 부르는 선택을 했습니다. 목회자로 사역할 때도 사람들은 저를 형제라고 불렀습니다 그런 작은 선택이 공동체를 향한 작은 한 걸음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7. 바른 공동체를 이루어 가기 위해, 정말 힘든 문제 혹은 장애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요?


많은 다른 민족들도 그렇지만 단일 민족, 단일 문화권의 사람들이 갖는 약점이 있습니다. 인연이 특별하다는 것과 집단적인 정서가 있다는 것, 그리고 대개 수직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각 문화를 형성해 오는 데 도움도 되었지만, 하나님 나라의 문화와 상치되는 것이 많습니다. 그것이 지속적으로 장애물이 됩니다.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인연의 끈을 교회라는 공동체는 반드시 끊어야 합니다. “누가 내 어머니며 누가 내 형제와 자매냐?”말씀하신 예수님의 뜻을 깊이 헤아려야 합니다. 공동체에 어떤 특권도 없습니다. 그리고 각 지체는 개인적으로 홀로 하나님 앞에 머물러야 합니다. 결코 자기 편을 만들려고 하거나 집단적인 파워나 영향력을 가지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홀로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 정직하면서도 배려하는 마음, 세상을 본받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살리려는 마음이 각 사람에게 있다면,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기도하며 인내한다면, 어떤 장애물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8. 성경적인 공동체를 가꾸어 가고픈, 유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에게 꼭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시겠습니까?


어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꿈을 가지십시오. 그것은 남보다 앞서는 성공하는 삶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며 기꺼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 되는 열매맺는 삶입니다. 빠른 속도와 수많은 선택의 기회가 있는 시대에 인내를 배우기란 어렵습니다. 서두르지 마십시오. 한적한 곳으로 향하는 삶, 반성과 고민과 기도가 있는 삶을 살아가십시오. 수용력을 키우십시오. 그리스도를 따르는 영성의 가장 기초는 수용력입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받아 이기 어려운 사람을 적극적으로 품고 지속적으로 헌신하는 마음을 배웁시다. 무엇보다도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되십시오. 그리고 제한하지 말고 열린 마음과 실험정신으로 사십시오. 한가지 덧붙인다면 지구촌의 아픔을 알고 살리는 인생을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