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nc Dimittis- 서툴지만 길게 예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가복음 2:29-30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 도다.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오 스 기니스의 ‘소명’이란 책을 보면 재즈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에 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유명한 색소폰 연주자였던 존 콜트레인도 이와 매우 비슷한 말을 했다. 1950년대 초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과다한 약물 복용으로 거의 죽을 번 했다가 가까스로 건강을 회복한 후 마약과 술을 끊고 하나님을 믿게 되었다. 그의 최고의 재즈 연주 중 몇 가지는 그 이후에 이루어 졌는데, 그 중 하나가 ‘지극히 탁월한 사랑'(A Love Supreme)으로서 32분간 정열을 쏟아 하나님의 축복에 감사하고 자신의 영혼을 그 분께 바친 연주였다. 한번은 콜트레인이 매우 뛰어난 솜씨로 ‘지극히 탁월한 사랑’을 연주한 다음 무대에서 내려와 색소폰을 내려놓고는 ‘눈크 디미티스'(Nunc Dimittis)란 말 한마디만 했다. 콜트레인은 그 곡을 그 때보다 더 완벽하게 연주할 수는 없으리라고 느꼈다. 그의 전 생애가 그 열정적인 32분간의 재즈 기도를 위해 살았다 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 그는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Nunc Dimittis(Release me). 참으로 멋진 말이라 생각했다. 길지 않은 인생. 짧고 굵게, 그리고 구차하지 않게 주님 앞에 멋지게 한번 사용되고 나서는 장엄하게 마감하는 인생. 그런 인생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던 젊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비겁하게 하루하루 연장하는 시한부 환자의 마음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예정일을 앞두고 주소록을 정리하는 사람의 심정으로 나의 인생을 떳떳하게 드리고 싶었다. 이만하면 후회스럽지 않게 남들에게 내 인생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발자국 하나 남기고 싶었다. 곡을 쓰고 찬양을 하는 나로서는 그게 아마도 멋진 앨범 하나 정도가 아니었을까. 재니스 조플린이나 커트 코바인처럼 몸 안에 가진 정열을 어찌하지 못해 결국 자살하고 말았던 젊은이들이나 아니면 윤동주나 전태일처럼 불꽃같은 인생으로 사라진 젊은이들을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인생의 불꽃이 될만한 불꽃 하나 가지고 있는지. 활활 한번 타오르고 나서도 후회스럽지 않은 인생이 되고 있는지 고개를 떨구곤 한다.


서른이 넘도록 무엇 하나 남기고 가는 것 없는 것 같아 아쉬워지곤 한다. 서태지가 나와 같은 동년배인 72년생이라는 사실이 그렇고, 칼빈은 스물여섯에 ‘기독교 강요’를 출판했다는 사실이 그렇고, 역사를 채워간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20대 초반에 인생을 헌신하여 19세기 대 선교의 시대를 열어갔다는 사실이 그랬다. CCM 쪽에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데뷔하는 음악인들이 다 형들 누나들인 것만 같았는데 요즘에는 나보다 나이 든 사람이 오히려 눈에 띄는 것 같다. 왠만한 단체나 교회의 워십 리더들이면 요즘엔 어지간히 ‘라이브 워십 앨범’을 출반해서 자신의 프로필에 들어가는 모습이 괜스레 밉사리 보이는 것은 분명히 열등감일 게야. 오 주여, 콜트레인이 남겼던 그 한번의 연주처럼 내게도 “눈크 디미티스”하고 외치는 날은 과연 오겠습니까. 그런데 요즘엔 오히려 바로 그 말씀이 내게 위로가 되곤 한다.



눅 2:25-32 “예루살렘에 시므온이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사람이 의롭고 경건하여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는 자라 성령이 그 위에 계시더라. 저가 주의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 죽지 아니하리라 하는 성령의 지시를 받았더니 성령의 감동으로 성전에 들어가매 마침 부모가 율법의 전례대로 행하고자 하여 그 아기 예수를 데리고 오는지라. 시므온이 아기를 안고 하나님을 찬송하여 가로되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 도다.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이는 만민 앞에 예비하신 것이요 이방을 비추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니 이다 하니.”


시 므온. 한평생, 아마도 60-70년 동안 변변한 대접이나 화려한 주목 없이 평생을 그저 하나님 앞에서 의롭고 경건하게 살았을 한 늙은이. 떠오르는 스타 선지자들을 지켜보며 살았을 그의 삶이 때론 무료하고 지극히 평범함 속에 갇혀 버린 인생이었으리라. 그런데 바로 그런 늙은이에게 한 특권이 주어졌다. 바로 인류를 구원할 그리스도를 처음으로 대면할 수 있는 특권이다. 눈크 디미티스! Paid-off! 기나긴 빚쟁이 생활을 마치고 마지막 수표를 보내는 사람의 후련한 마음이 이에 비할 수 있을까. 50년 분단의 아픔 속에서 드디어는 반세기만에 기다렸던 아들을 상봉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이에 비할 수 있을까.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요 즘 가수의 인생이 6개월이라는 농담이 있다. 그래서 한 두 곡이라도 뜨는 날에는 열심히 방송도 출연하고 광고도 찍고 불러주는 곳에는 무조건 가서 인기가 식기 전에 본전이라도 건지자는 생각들이 팽배 하다고 한다. 태양이 지기 전에, 장이 파하기 전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남은 하나의 물건이라도 더 팔려 하는 보따리 장사처럼. 내 마음속에 혹시라도 이러한 보따리 장사의 마인드가 자리 잡지 않았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이제 와서 조금씩 깨닫게 된다. 나의 인생은 One-Night-Stand가 아니라 Long-Run 해야 한다는 사실을. 뛰어난 음악성으로 주목 받는 찬양 사역자가 아닐지라도, 서툴지만 잠잠히 그저 매주 만나는 한 회 중들을 고요히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로 모시고 들어가는 예배 인도자가 되고 싶다. 늙은이 시므온에게 아마 반드시 있었음 직한 흰머리와 수염을 간직하며 롱런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