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7년 4월


2월 10일 토요일 5시 반, 남부 플로리다 제일감리교회 예배세미나 및 찬양 집회 차 마이애미 지역에 도착. 비행기 연착으로 8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한 남부 플로리다… 비행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훅 하고 느껴지는 열대아 열기에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마이애미 근교라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다. 마중 나오신 집사님이 1년 내내 관광지인 이곳에 있는 8천 명 정도의 교민들이 대부분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이곳저곳 반팔에 반바지 차림의 현지인, 관광객들에 비해 추위에 찌들어 중무장했던 우리 옷차림이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저 녁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기다리던 10여명의 찬양팀과 바로 세미나 시작. 주제는 “20분짜리 찬양 디자인 실재”. 처음 이런 세미나를 접하는 이들의 눈빛이 유난히도 초롱초롱 빛났다. 세미나 끝나고 바로 연주팀과 보컬팀으로 나누어 미리 준비한 주일찬양 연습시작. 나름대로 쉽게 디자인한 프로그램이 이들에게는 생소해보였다. 기존에 뛰어난 실력을 가졌던 키보디스트가 타주로 가면서 새롭게 조인한 키보드주자는 팝 스타일 코드연주에 익숙하지 않아 잔뜩 위축되어 있었고, 드럼이나 신디사이저 등 그 외의 연주자들도 기초가 약한 상황이었다. 그 마음 그대로 하나님께서 받으신다고 격려하고, 기도하면서 연주하자고 했다. 모두들 이런 시간이 너무 귀해서 더 하기를 원해 11시 가까이 끝났다.


지 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돌아왔다. 아들 예훈이는 샤워하자마자 혼자 침대에 누워 잠에 빠졌다. 와이프도 무리한 여독에 지쳐 보였다. 나도 피곤했지만 주일에 있을 아침 예배 찬양과 오후 세미나, 그리고 저녁 찬양집회에 필요한 이런 저런 준비를 끝내고 나니 새벽 1시 반… 하나님께 약간의 불평어린 기도가 흘러나왔다. ‘하나님 왜 이렇게 벅찬 일정을 허락하셨나요. 일단 순종하고 가지만… 저희에겐 이번 일정을 온전히 감당할 힘이 없습니다.’잠들기 전, 이용규 선교사님의 ‘내려놓음’을 읽으면서 몽골 베르흐 지역 예배처소의 벌러르 자매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잃어버린 소를 찾다가 예배에 늦을까봐 그냥 교회로 뛰어온 자매이야기이다. 내려놓았을 때 하나님께서 소를 다시 찾게 해준 실재 사건이다. 남부 플로리다 연합감리교회를 위해 불평까지 내려놓기로 했다.


주 일 오전, 다시 한 번 기도… ‘주님, 힘주세요. 왜 이 교회로 부르셨는지 깨닫게 해주세요.’ 아침 식사 할 시간도 없이 교회로 향했다. 어제 연습 때와는 사뭇 다른 정돈된 연주팀, 보컬팀의 모습에 놀랐다. 예배시간 10분전, 찬양팀 기도 시간에 성령께서 강하게 임하셨다. “내려놓을 때 하나님께서 채우신다, 우리가 예배 나아가기 전에 우리 안에 높아있는 것들.. 다 내려놓자.” 모두들 뜨겁게 기도했다. 그 순간 성령께서 새 힘을 주심을 느꼈다. 지쳐 있었던 몸에 새로운 힘이 솟아났다.


주 일 예배 때 전 성도들이 찬양팀과 하나가 되어 뜨겁게 찬양했다. 눈앞에 성가대원들이 누구보다 뜨겁게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통과 현대가 무리 없이 조화된 예배, 예배 전체가 물 흐르듯 은혜가 충만했다. 1시간 30분간의 예배에 온 성도가 푸욱 빠진 느낌이었다.예배 후 1시 40분, 와이프는 “찬양팀 운영의 실재” 세미나, 나는 “성가대 사역, 전통적인 관점 바꾸기” 세미나를 시작했다. 와이프는 지역교회 찬양팀 운영의 원리와 구체적인 노하우를 다루었다. 성가대 세미나의 포커스는 2가지… 성가대와 찬양팀이 지역교회에서 서로가 동역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 연주에 집중하는 전통적 성가대의 역할이 회중을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인도하는 예배인도의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강조점은 하나의 봉사 차원을 뛰어 넘어 사역이라는 관점의 변화를 깨닫게 하는 것이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성가대원들의 눈빛을 보며 이 교회의 예배사역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아내의 세미나는 오후 4시 반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보너스로 보컬팀은 물론 연주팀까지 한명 한명의 소리 만들기와 블렌딩 노하우도 터치했단다. Oh my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이들의 열정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저 녁 식사 후 집회를 위해 7시에 다시 교회로 도착, 아내나 나나 많이 지쳐있는 상황에서 겨우 힘을 내어 집회준비에 들어갔다. 몇 곡 돕기로 한 찬양팀들도 많이 지쳐 있었고, 한 자매는 도저히 설 힘이 없어서 회중석에 남기로 했다. 키보드로 섬기는 자매 한 명은 서로 약속 시간이 빗나가 교회 밖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한다. 서너 곡 연습하려고 리허설을 했지만 무리였다. 무리하지 않고 쉽게 가기로 했다.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내려놓고, 찬양팀과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가운데 또 한 번 성령께서 강하게 역사하셔서 새로운 힘을 주셨다.


집 회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면서 예수님께 모든 포커스를 두고 찬양과 간증을 진행했다.아내는 특유의 입담으로 7년 만에 새 앨범을 제작하게 된 동기와 과정을 간증했다. 아내의 “아침안개 눈앞 가리듯”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고, 회복되었다. 내 간증에서는 언투유에서 경험한 Simple Life, Simple Ministry의 포커스는 바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과 그 사랑으로 양을 먹이는 것임을 말하며 “아버지 내 삶의 모든 것 되신 주”의 아버지 대신 예수님으로 바꾸어 찬양했다. 그리고 아직도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복음을 전했다. “당신을 향한 노래”를 부르며 예수의 사랑으로 서로를 축복하는데, 순간 억제할 수 없는 예수님의 사랑이 내 온 마음과 전신을 적셨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더 이상 멘트도 노래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은 개인적으로 처음이었다. 회중들에게도 주님의 사랑이 임했지만, 바로 눈앞에 있던 반주자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 집회 초반부터 계속 눈물이 보였는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신하는 것은 바로 예수님의 사랑이 충만하게 역사했다는 것이다.


그 때 주님께서 이런 마음도 주셨다. 사실 그 지역의 개 교회 관계들이 초창기에는 좋았는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깨어졌다고 들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 교회에 가득 부어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통해 남부 플로리다 지역의 한인교회들이 하나 되고, 부흥하는 초석이 되기를 회중에게 부탁했다. 최근 동부지역에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부흥의 조짐들을 담대하게 나누었고 이 교회가 또 하나의 부흥의 불씨가 되기를 도전했다. 뜨거운 기도와 찬양으로 집회를 마쳤다. 집회를 마치고 많은 교우들이 찾아와 기쁨을 나누었다. 처음 집회 시작할 때와는 너무나도 달라진 교우들의 밝은 얼굴모습에 담임이신 장찬영 목사님도 기뻐하셨다. 조금씩 하나님께서 왜 이렇게 힘든 일정으로 부르셨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의 약함을 들어서 강하게 사용하시는 하나님… 그런데 더 세미하신 하나님의 사역은 다음 날에 이어졌다.


다 음날인 월요일은 사실 가족과 함께 쉬기 위해 추가로 잡은 일정이었다. 교회 측에서는 한 번이라도 더 세미나를 했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우리 가족도 오랜만의 쉼이 그리운 상황이었다. 잘 설득해서 월요일 하루를 쉬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상황은 ‘꿈 깨’였다. 일단 그렇게 화창했던 날씨가 주말부터 갑자기 비구름이 끼면서 월요일은 세찬 비바람까지 동반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예배사역 책임자이신 양 권사님 내외분과 찬양팀 리더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찬양팀 상황을 듣게 되었다. 풀어야 할 숙제들이 보였다.


아 침에 권사님께 전화 한통이 왔다고 했다. 바로 어젯밤 그토록 눈물을 흘리던 반주자였다. 어제 집회 때 남편이 큰 은혜를 받고 눈물을 흘리며 와이프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그동안 아내의 반주사역을 이해 못하고 핍박만 하던 남편이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아내를 이해하게 되었고, 전적으로 지원해주겠다고 했단다. 반주자가 흘렸던 어제 눈물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찬양팀 적응도 쉽지 않았지만, 가정에서도 고통의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그 어려움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을 섬기려는 그녀의 중심을 하나님께서는 그날 축복해 주셨다.


마 침 찬양사역에 관여하고 계신 전도사님 부부와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교제했다. 오후엔 플로리다 지역에서 가장 크고 젊은 교회인 갈보리 채플과 전도폭발의 창시자인 제임스 케네디 목사로 유명한 코랄릿지 장로교회를 방문했다. 만 오천 명 교인인 갈보리 채플의 예배사역 자원봉사자 규모가 우리교회보다 작은 것을 보고 의아해 했지만 전문적인 미디어 사역과 찬양사역, 방대한 건물과 교육시스템의 규모에 놀랐다. 코랄릿지 장로교회는 전형적인 백인교회인데 전통예전을 고수함으로 성도 대부분이 장년층과 노년층이다. 미국교회의 전형적인 구세대와 신세대 교회문화가 교차하는 재미있는 지역이었다.


저 녁 때 찬양팀과 식사를 함께 나누고 교회 강대상 카펫에 둘러앉아 나누는 자유토론 시간을 가졌다. 시작 전까지 육신적으로 지치고, 마음도 잡히지 않아 막막했는데 막상 발제를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내용이 ‘관계’ 이슈였다. 어떤 부분은 아주 깊게, 매주 구체적인 사례로, 때로는 터져 나오는 폭소로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토론이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드러나는 문제들의 대부분이 결국 팀워크와 리더십의 이슈들이었고, 경배와 찬양 사역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일어나는 혼란들이었다. 지난 4년 동안 언투유 예배사역의 핵심원리가 팀 사역이었고, 그동안 사역과 관계에 대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온 터라 이 찬양팀의 상황 하나하나가 더더욱 피부로 다가왔다. 모든 문제를 주님께 올려드리고 통성으로 눈물로 기도하며 향후 이 교회의 예배사역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세 미나를 마무리하면서 찬양 팀원들의 한결같은 반응을 보았다. 그냥 집회만 하고 떠나지 않고 이렇게 마지막 날까지 자기들과 삶을 나누고, 사역을 나누며, 문제를 들어준 것이 너무나 힘이 되고, 구체적인 회복과 도전이 되었단다. 우리 부부에게도 지역교회 예배사역을 어떻게 컨설팅하고, 회복하며, 섬겨야 하는지 정리할 수 있었던 참으로 소중한 2박 3일이었다.


모 든 순서를 마치고 호텔 로비까지 따라온 드러머 형제를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이번 주말에 자기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혼 승낙을 위한 중요한 미팅 때문에 뉴욕으로 가야 했었단다. 그런데 왠지 성령께서 그것을 포기하고 이곳에 남도록 하셨는데, 이번 2박 3일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자신의 삶의 모델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여주셨다며 예배사역에 재 헌신한 마음을 구구절절 나누었다. 비전을 품고 자신을 헌신한 새벽별과 같은 젊은이를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지 흥분이 되었다. 두 손을 잡고 이 젊은 청년의 앞날을 마음껏 축복해주었다.


남 부 플로리다 제일감리교회의 필요에 대한 성령의 세밀한 음성을 듣지 못하고, 쉴 생각만 했던 아직도 부족한 우리 부부의 인간적인 성향들을 날씨까지 움직여 막으시고, 예배 팀 회복에 올인 할 수 있도록 하신 세밀하신 하나님의 역사에 전율이 느껴졌다.


(진짜 후기)


버지니아에 돌아온 뒤, 한통의 전화가 왔다. 찬양팀 부장이신 양 권사님이셨다. 우리가 떠나자 마자 화창한 날씨가 회복되었단다. 플로리다 년중 놀기에 가장 좋은 날씨로…?&%


1 주일 후, 또 한통의 전화가 왔다. 제일감리교회 담임이신 장찬영 목사님이셨다. 내년도에 언투유 예배컨퍼런스를 그 지역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예배 컨퍼런스를 통해서 플로리다 지역을 위해 교회를 오픈하고, 관계 회복을 위한 계기로 삼고 싶다는 고백을 하셨다. 놀라웠다. 주일저녁 집회 때 주님께서 주신 마음을 나눈 것이 실재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성령님께 자신을 내려놓고 순종할 때 역사하시고 열매를 맺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