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5년 12월


해마다 8월 중순이면 저는 뉴욕뉴저지 찬예사(찬양과 예배사역 연합모임, 대표 박규태 목사)가 주최하는 예배 컨퍼런스를 다녀옵니다. 작년 여름에 있었던 일입니다. 석양이 뉘엿뉘엿 지고 있는 주일 오후 5시 경, 아내가 섬기고 있는 God’s Image 아이들과 스텝 60여 명을 태운 대형 버스, 그리고 미니 밴과 Jeep 한 대가 함께 출발했습니다. 목적지는 뉴욕에서 서쪽으로 2시간 떨어진 로잔데일이라는 소도시의 산중턱에 있는 수양관이었습니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운전기사의 착오로 1시간을 헤매었습니다. 그러다가 새벽 한 시 즈음 겨우 위치를 찾았습니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비좁은 산길을 올라가다가 갑자기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것은 눈앞의 진흙길에 버스 앞바퀴가 빠져버렸습니다. 최근의 홍수로 인해 도로가 진흙 밭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1톤이 넘는 대형 버스의 앞바퀴는 진흙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아직도 1마일 정도는 더 가야 하는데 칠흑 같은 밤중에 지쳐있는 60명의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 가방까지 들고 걸어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미국인 기사는 더 이상 나아가면 버스가 그 진흙 속에 가라앉는다고 난리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늘에서는 억수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진퇴양란입니다. 마침 진흙길 위쪽에는 차를 돌릴 만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새 벽 두 시, 겨우 연락이 되어 급하게 불려나온 미니 밴들이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진창이 되어 깊게 파인 진흙길을 걸어 올라가 미니 밴에 올라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의외의 광경을 보았습니다. 8시간 넘게 버스 안에서 지쳐있어야 할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짜증도 없었고 불평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생동감과 흥분된 미소를 보았습니다. 새벽 2시 반, 수양관에 도착하여 짐을 찾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도 여전히 밝았습니다. 의문점을 갖고 있다가 나중에 제 딸에게 그 당시 아이들의 반응에 대해 물었습니다. 대답인즉슨 아이들은 너무 오래 버스 안에 있어서 오히려 심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비록 불편했을지라도 그들에게는 오히려 활기를 준 모양입니다.


아 이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변화를 즐깁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변화를 불편해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싫어합니다. 이미 신앙생활을 오래 동안 해 온 신자들도 신앙의 타성에 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영적인 도전보다는 현재에 만족하여 안주하는 경향이 커집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계속적인 변화를 요구하십니다. 때로는 마치 개벽과 같은 엄청난 변화를 기대하십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은 생명이시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자라지 않으면 그것은 죽은 것입니다. 생명이 들어가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은 변화의 시작입니다. 고후 5:17에서 바울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다”(Therefore, if anyone is in Christ, he is a new creation; the old has gone, the new has come!)고 했습니다.


예 배사역에도 끊임없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현대 예배라 해도 구태의연한 자세는 또 다른 구세대적 전통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그래서 예배사역에는 평가가 필요합니다. 사역 평가를 포기하는 것은 예배갱신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이미 드린 예배를 평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더 나은 예배를 위해 어떻게 하면 더욱 정련된 사역이 가능할지에 그 초점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께 한 번 드린 예배를 정죄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번 드린 예배는 정죄해서도 그 자체를 평가해서도 안 됩니다. 이미 하나님께서 받으신 예배를 우리가 도마 위에 올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배 사역은 반드시 평가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욱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릴 수 있을지 프로그램과 시스템적인 접근, 즉 사역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변화를 포기하면 우리의 예배사역은 생명을 잃습니다. 더 나은 예배 사역을 위해 변화를 기대합시다. 그 변화를 통해 우리의 삶에도 구체적인 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