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 브레이킹 던>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소설 ‘트와일라잇’은 1억 50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총 3편의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전 세계 흥행수익 1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에서도 이 영화에 540만 명이나 몰렸다.
 
특히 20대가 이 영화에 안달이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되었다. 줄거리가 너무 뻔하다. 늑대인간과 불멸의 뱀파이어, 그리고 인간 여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 해프닝이다. 아주 유치한 판타지이다. 깊은 이성적 성찰도 없고, 반지의 제왕(Lord of Ring)이나 해리포터(Harry potter)처럼 복잡한 복선도, 외워야할 지식도 없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흐르는 감정이 있다. 바로 ‘친밀감’이다. 여기에 요즘 미국 20대의 코드가 담겨 있다. 그동안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던 뱀파이어를 너무나 따스하고 친절한 남성으로 그리고 있다. 인간 여성인 벨라의 내면적 연기도 짙은 사랑의 감수성으로 영화 후반부까지 진지하게 끌고 간다.
 
늑대인간은 자신의 마음에 누군가가 각인되면 그를 영원히 신실하게 지켜준다. 바로 그가 사랑하는 벨라가 그의 마음에 각인 되어 그녀를 향한 무조건적인 신적 사랑을 보여준다. 복잡한 복선도 없고, 아주 일상적이고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끝까지 손을 움켜쥐게 하는 긴장감과 친밀한 감수성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요즘 한국의 20대는 아주 독특한 세대이다. 한국 역사상 이런 세대가 없었다. 의식도 없고, 예의도 없고, 소명감도 없고, 사회, 정치, 환경에 대한 관심도 없다. 할 줄 아는 건 영어밖에 없고 오로지 성공의 가치에 모든 걸 거는 듯하다.
 
지금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20대’라는 키워드를 검색창에 넣고 클릭해보라. 첫 번째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책들이 출력될 것이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20대가 꼭 알아야 할 경제지식> <20대여, 지금 당장 주식에 투자하라> <대한민국 20대, 인테크에 미쳐라> <여자 20대, 몸값을 올려라> <20대에 시작해 평생 고수익 올리는 금융 재테크> <20대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돈 관리법> <대한민국 20대 여자의 재테크는 남다르다> <20대 직장인 부동산에 빠져라> <대한민국 20대, 내 집 마련에 미쳐라>. 경제 분야에 한정해서 검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모두들 20대가 경제에 ‘미치길’ 권유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사실 20대의 더 큰 필요는 다른 곳에 있다. 그들이 돈에 미쳐있는 이유는 단지 돈을 벌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미와 놀이보다 일과 스펙과 성공에 미쳐있는 20대, 그래서 오히려 이들은 더욱 친밀감을 원한다.
 
예배야 말로 친밀감의 원천을 제공한다. 교회는 예수를 머리로 한 몸 된 하나님의 백성이다.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됨과 같음이니 그가 친히 몸의 구주시니라.” (엡 5:23) 몸과 머리의 관계는 계산적이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중요하게 여기고 아끼고 보호한다. 이 보호는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것이 지상교회의 특징이다. 그래서 성도의 관계는 친밀한 가족관계이다.
 
오늘날 교회에 이 친밀감이 사라지고 있다. 교회가 무슨 비즈니스 회사같이 합리적인 시스템에 목을 맨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나와야 하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일하고 봉사하고 사역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 많은 예배 외에도 서너 가지는 기본인 봉사에 각종 위원회 회의, 행사 준비, 리더 훈련까지 받으니 매 주일마다 초죽음 아닌가? 성도는 교회성장의 부속물이 아니다. 담임목사의 꿈과 비전에 쓰임 받는 도구가 아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심각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바로 예배이다. 절대자 하나님과의 친밀감을 마음껏 누리는 가족 공동체가 되었을 때 교회는 비로소 20대를 품고 미래를 준비하는 선교적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 이유정 목사(예배사역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