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OSTA 서평


가트 린(Garth Lean)의
부패한 사회를 개혁한 영국의 양심
<윌리암 윌버포스의 생애>
<God’s Politician : William Willberforce’s Struggle>


‘회복되는 하나님 나라, 치유되는 자아’란 주제로 열 일곱번째 코스타가 이제 다음달이면 시카고 근방의 휘튼 컬리지에서 열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치유되는 자아에 대해서는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지만, 사실 하나님의 나라가 회복되는 것에 대해서는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첫째로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이고 어떤 모습일지를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본인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지역이나 공동체, 혹은 족속, 민족, 국가에 회복된 경우를 역사에서나 현시대에 보아온 예가 매우 드물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가트 린의 <윌리암 윌버포스의 생애>는 한 정치가와 그의 친구들을 통해 바로 하나님의 나라가 한 국가 전체에 걸쳐 회복된, 역사에서도 많지 않은 예임이 분명하다. 특별히 선교사나 목사 등의 전임 사역자가 아닌 평신도였던 정치가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한 국가, 아니 국가를 넘어 온 세상에 회복되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윌버포스와 그의 동역자들의 삶은, 특별히 정치에 환멸을 느끼며 소망조차도 갖기 힘든 조국의 현실을 생각할 때에, 우리 코스탄들이 2002년 코스타를 준비하며 ‘하나님의 나라가 회복’되는 영역이 개인의 삶과 지역 교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전문 분야와 사회 구석구석에까지 미치게 되는 거룩한 꿈들을 꾸며 비전을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저자 가트린은 서문에서 이 책을 엄격한 연대순으로 쓰지 않고 주제 중심으로 썼으며 그 이유는 윌버포스와 그 친구들이 독특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시대정신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자질들과 방법들을 살펴보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이 책은 많은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 주고 있으며 좀 더 객관적이며 비교 분석적이라 다른 일반적인 전기와는 다르게 전반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별히 첫 몇 장은 윌버포스가 살았던 당시의 영국의 배경과 노예무역 상황, 그리고 영국의 의회제도와 윌버포스의 정치입문 등을 서술하였는데,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자칫 따분할 수도 있으나, 그 시대 전반을 이해하고 윌버포스와 그 친구들을 이해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더불어 그 시대의 역사와 정치 등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도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가 분명히 했듯이 이 책이 비록 윌버포스의 전기이지만, 한 개인의 전기라기보다는 윌버포스를 중심으로 그의 친구들과 공동체로서의 동역에 강조점을 두어, ‘윌버포스는 한 사람이 그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지만 혼자서는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장했다’는 존 폴록(John Pollock)의 말을 인용했다. 첫째는, 자신을 변화시키시고 동기를 부여해 주시며, 인도해 주시고 힘을 주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또한 자신과 함께 계획하고 일하며, 목표와 동기를 명확히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 맞는 친구들을 필요로 했다. 그들은 서로 힘을 합해서 필요한 지도력을 창출했으며, 그 지도력을 효과 있게 해주는 전국적인 여론도 만들어 냈다. 그런 면에서 때때로 하나님은 의인 한 사람을 찾고 계신다고만 알고 있기 쉬운데,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맞지만, 어떤 면에서는 틀리다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헌신과 카리스마를 중심으로 하나님 나라를 갈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동역을 통해 하나님은 역사를 통치하고 계시는 것 같다.


윌버포스는 작은 키에 천성적으로 다정다감하며 열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이었기에 사람들을 모을만한 매력이 있었고 그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넘쳐났다. 거기에 그의 목소리는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음역을 갖고 있었고, 의회에서 유창한 표현력과 통렬한 풍자로 가득찬 연설을 할 때에 ‘아무리 적대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즐겁게 들었을 정도’로 천부적인 목소리의 연설가이자 정치가였다. 10대 초반에 윌리암 윌버포스는 조지 휫필드의 친구였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의 영향력을 많이 받았으며 노예선 선장이었다가 회심한 존 뉴턴 목사의 설교와 간증을 듣고 크게 감명을 받으며 감리교도가 되어 자라왔으나,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반대로 고향인 헐로 돌아와 더 이상 신앙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고 정치인들과 관계를 맺으며 정치에의 꿈을 꾸었고, 열 일곱 살에 캠브리지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보다는 사교에 관심을 두며, 후에 친한 친구이자 수상이 되었던 정치 동지 피트와 만났을 뿐 아니라, 다른 신앙의 동역자들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피트와 함께 21세에 의원으로 출마해 윌버포스는 헐에서 당선되고, 24세에 영국내 가장 크고 중요한 요크셔 주에서 의원으로 당선되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탄탄대로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그해 누이가 아파서 따뜻한 지방으로 여행할 때 친구 아이작 밀너(Isaac Milner)와 동행을 하며 토론을 할 기회가 주어졌고, 성경적인 기독교에 지적 동의를 하게 되며, 그 이후 런던으로 돌아와 짧은 시간을 방황을 하나 결국 회심하게 되고, 친한 친구이자 수상이었던 정치 동역자 피트와 존 뉴턴 목사와의 면담을 통해서 ‘교회의 유익과 국가의 유익’을 위해 변화된 새로운 삶과 사고로 살아가는 신앙인인 동시에 정치인으로서 공적인 생활을 계속 유지할 것을 권유받는다. 그 이후 18개월간 동안 정치가로서의 공적인 삶과 내면에서의 도덕적이고 영적인 갈등과 삶의 목표로 고민하게 되고, 그 고민과 갈등의 여정을 통해 결국에는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내 앞에 두 가지 커다란 목표를 두셨다. 하나는 노예 무역을 근절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습을 개혁하는 것이다’라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소명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는 그 두 가지 목표를 위해 50년 동안이나 그는 수상직을 포함한 여러 공직도 포기하고 클래펌 공동체를 형성하며 신앙의 동역자들과 함께 수고하다가, 죽기 이틀 전에 드디어 노예 해방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나서야 운명을 한다.


윌버포스와 그의 친구들은 타락한 시대에 새로운 정치적 순결 운동의 선구자가 되었으며, 정치인들로서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에서 공공복지라는 큰 문제를 책임지는 집단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으며, 여론을 환기시키는 새로운 방법들을 개발하여 그것으로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새로운 민주주의가 신앙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영국과 전 세계에 확신시켜준 사람들이었다는 평을 받는다.


후기에서 저자 가트린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요한 문제 제기를 한다.


첫째는 개인의 무기력 증후군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시대에 가장 보편화된 오해중 하나는, 개인은 무력하며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기독교는 이런 견해에 대해서 언제나 반대하며 개인의 무한한 가치와 잠재력을 선언한다. 그러나 헌신되었다는 그리스도인 들도 종종 다음 두 가지 그릇된 대안들에 의존하는 것 같다. 하나는 세상 문제들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개인적 신앙의 게토(ghetto)속에 도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심할 필요가 없어 보일 정도로 거의 완전하게 정치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둘째는, 이런 일들이 18, 19세기 영국에서는 일어날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조직이 방대하고 권력이 비인간적이어서 한 개인이 더 의상 그런 사회나 국가를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는 하나님의 영원 불변하심과 능력을 제한하는 것에서 기인할 뿐이며, 저자는 개인적으로 상황의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을 통한 변화를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려왔고 그 변화중 일부는 국제적 규모의 변화였다고 고백한다. 문제는 윌버포스와 그 친구들처럼,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막다른 골목과 같은 상황에서 문제들과 씨름할 일단의 헌신된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도전한다.


이제 우리 나라에도 윌리암 윌버포스와 그 친구들 같은 정치가들이 속속들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무너진 성벽을 재건할 느헤미야, 에스라, 모르드개 같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삶의 구석구석 모든 분야에 걸쳐 나오되, 특별히 정치분야에 그런 일들이 있기를 바란다. ‘노풍’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성령의 바람이 우리의 조국을 휩쓸며, 우리 코스탄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회복되는 일이 있기를 2002년 코스타를 준비하면서 기대하고 기다리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