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OSTA 서평


고든 맥도날드의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제 달력의 마지막 한 장만이 남게 되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으며, 세월의 빠름을 인식할 뿐 아니라 훌쩍 지나가 버린 한 해를 회상하며 이제는 지난 일년을 결산하고 마감해야 될 때임을 절감하게 된다. 한 해 중 가장 바쁘고 정신없이 보내는 달이 바로 12월인 경우가 많고 많은 모임과 행사로 분주한 삶을 살다보면 한 해를 제대로 돌아보거나 정리하지도 못하기도 하고 다음 한 해를 계획해보지도 못한 채로 이 마지막 한 달을 보내기 쉽상이다. 자칫하면 다음 해에까지 그 여파가 계속되어 새로운 출발을 하는데 있어서 타격을 받기도 하고 덕분에 허덕거리며 한 해를 시작하기도 한다.


특별히 기말고사가 있고 한 학기를 마감하는 이 달은 우리 유학생들에게 가장 바쁘고 중요한 달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기말고사가 끝나고 지친 몸과 마음에 허탈함이 더해 또 새로운 한해를 어떻게 맞아야 될지 암담해 하기도 하여, 오랜만에 주어지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비교적 한가한 시간들을 제대로 활용도 못하여 재충전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냥 의미 없이 보내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달 추천 양서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일년을 맞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인 고든 맥도날드(Gordon MacDonald)의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Ordering Your Private World)을 선택해 보았다. 어떻게 보면 새 해에 읽기에 적합한 책일 것 같기도 한데, 그 보다는 이 달에 미리 읽어야 새 해가 되기 전에 자신의 내면 깊숙한 삶의 동기를 재점검하고 주님께 ‘부름 받은 사람으로서의 삶’의 기반과 질서를 정립하고, 새해에 새로운 기대와 소원과 결심으로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더 이상의 추천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어서 추천도서나 양서 목록에 항상 빼 놓지 않고 올라오는 기독 스테디셀러 중 하나로 현 시대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책이다. 고든 맥도날드는 한때 미국 IVF 총재로 섬긴 바 있으며, 현재는 미국 보스턴 근교의 Grace Chapel 교회의 담임 목사이자 많은 신앙 양서를 써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저서가 바로 이 책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이며 ‘IVP 장기 베스트 셀러’라는 표제를 달고 있다. Insights for Living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설교자인 척 스윈돌(Chuck Swindol)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를 ‘심오한 인격, 해박한 성경지식, 실제적인 통찰력이 풍부하게 조화된 보기 드문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이 책은 그 세 가지의 조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면서 고든 맥도날드 목사님과 이 책을 추천하고 있다.


저자는 ‘함몰 웅덩이 증상’이라는 표현으로 외부 지향적인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갑작스런 자아 붕괴를 언급하면서, 신자들에게 있어서 삶의 ‘조종실’인 내면 세계의 질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아주 적절한 예화를 들어가면서 글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쫓겨다니는 사람’과 주님께 ‘부름받은 사람’들의 차이점과 특성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심지어 자기 자신을 진단하는 법까지 알려준다. 계속해서 그는 ‘부름받은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하여 구체적인 삶의 부분들을 시간 사용, 지혜와 지식, 영적인 힘, 그리고 회복과 안식으로 세분하고 그 항목들을 각 단원별로 자세히 다루는데, 각 장마다 성경말씀과 적합한 예화, 그리고 다른 책들을 인용해 가면서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려줌과 동시에 아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들까지 제시해 준다. 대부분의 방법들이 저자가 고민하면서 실제로 터득하고 실행해 왔던 경험적인 방법들이라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효과적인 방법 중에 ‘일기 쓰기’가 있다는 것을 여러 전기를 읽으면서 깨달은 저자 자신이 어떻게 일기 쓰기를 시작했는지, 어떤 유익이 있으며 그 의미와 중요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심지어 자신의 일기 쓰는 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공개해 가면서까지, 즉 어떤 공책을 사용하고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그 공책을 써 나가고 얼마나 자주 그 공책을 바꾸는지 등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우리를 강권하고 있기에 아주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 비록 습관으로 만들기까지 성공은 못했지만 이 책을 두 번째 읽었을 때 나도 강한 도전을 받고 조그만 스프링이 달려있는 공책을 사서 일기 쓰기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


그 외에 이 책의 몇 가지 좋은 점들을 더 소개하자면 저자가 많은 독서, 그 중에서도 특별히 많은 신앙 위인들의 전기를 읽으면서 인용해 놓은 많은 글들과 그 분들의 삶을 접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각 장 끝에 연구과제를 두어 개인적으로 또는 그룹으로 토의하면서 우리에게 머리로 알고 이해할 뿐 아니라 훈련을 통한 습관으로까지 정착하는데까지 도움을 주려고 한다. 거기에 세 아이의 엄마이며 아프리카 케냐의 선교사의 아내로서 글을 번역하고 쓴 역자의 후기까지도 짧지만 감명을 주기도 한다. 저자가 목회자로서의 경험들을 다루기에 이 책은 영적 지도자들에게 아주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동시에 영적 성장을 바라고 그 영적 훈련의 방법들을 알기를 원하는 모든 신자들에게도 너무나 적절한 책인 것 같다. 특별히 우리 유학생들에게는 시간 사용의 원리나 원칙들, 지성의 계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제시, 방어적인 공부와 공격적인 공부, 그리고 ‘일 중독증’에 대한 위험과 더불어 휴식의 참 의미와 그 중요성 등은 우리의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뿐만 아니라, 현재의 학문을 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미래의 직업 현장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90년대 초반 그러니까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지 얼마 안 된 시기에 친구 한 명이 이 책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는데, 제목을 보고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었다. 꼭 나를 보고 ‘내면세계의 질서가 잡히지 않았으니 이 책을 읽고 정돈된 삶을 살라’는 말을 이 책을 선물하면서 대신하는 듯 했다. 물론 선물을 해 주는 친구의 마음이 고마웠고 그 친구를 신뢰했기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 친구에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는 내 자신의 자부심이 산산이 깨어지면서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부끄러운 기억이 난다. 책을 읽은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 다시 생각해 보니 내 삶의 습관들이 이 책으로 인해 많이 바뀌지 않은 것과 여전히 바뀌어야 될 수많은 부분이 있기에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음으로써 최소한 나의 사고방식과 관점에 전환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다시 나의 삶의 습관들도 주님 보시기에 합당한 삶의 청지기로서 바뀌고 영적으로 꾸준히 자라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고, 기회가 되면 누군가와 함께 이 책의 각 장 뒤에 있는 연구과제들을 함께 토의해 가며 서로 도전 받고 격려하며 때로는 채찍질해 가면서 영적 성장에 필요한 훈련을 해 나갔으면 한다. 아무쪼록 우리 이코스타 독자들도 한 해를 마감하며 각자의 삶을 점검하고 새로운 계획과 결심을 하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기도한다. 고든 맥도날드의 또 다른 저서들은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 <격려와 책망>, <영적인 열정을 회복하라>, 그리고 <탓>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