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철훈] 광야에서 새해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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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새해를 바라봅니다





태평양 큰 바다를 건너 시에라 언덕을 이제 막 넘어온 바람과
더 이상 마를게 없이 메말라 버린 대서양을 건너온 바람이 만나는 곳에서는
수 천년의 숨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전설과 같은 약속이 있습니다.


이 둔덕 저 계곡을 넘어가며 빗살무늬 그려내는 그 허망한 바람소리는
세상의 하늘빛과 땅의 물을 아무리 우려내어도 그 흔한 꽃 한 송이 못 피워내고 있더니만,


어느 날 그 새벽,
하늘을 풀어내는 천둥소리와 땅 속을 뒤흔드는 한 줄기 빛이
손바닥 두께 휘장을 가른 후 그 황무지도 이제껏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예비하신 또 다른 2002년 한해를 우리에게 풀어 내시고
꼭 내게 알맞은 하루 하루를 주실 것입니다.


올 첫날 안자 보레고 광야에는 그 때의 모래 바람과 천둥 소리가 어제처럼 그 꽃들을 피어내고 있습니다.


[함철훈] Be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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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Still!
내 앞에 잠잠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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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느림과 11월 Give Thanks로 연결 시켜본 캄보디아의 영상을 이 사진으로 마감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두려움과 생소함 앞에 당황해 하는 우리들을 고아와 같이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가장 좋은 것들을 시간이라는 놀라운 방법으로 축복해 주시는 하나님을 느낄 때 나와 만물들은 그분의 영광 아래 잠잠할 지어다. … Be Still! …


*1998년 5월 World Vision의 official photographer로서 오재식 회장님과 김혜자 대사님 그리고 SBS 팀들과 캄보디아 취재를 마치고 기아 대책 기구 팀들의 깜뽕솜 어촌 하기훈련에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푸놈펜 중앙 시장 바닥에서 본드를 흡입하며 뒹구는 가여운 아이들, 아직도 킬링 필드 내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바탕방의 지뢰밭 위에서 논과 밭을 갈며 살아야 하는 농민들, 4바퀴 차길이 없어 3시간 오토바이 꽁지에 메달려 엉덩이 얼얼하도록 들어가본 농촌 축. 그곳 농촌 교장 선생님의 16살 짜리 아들 아바트낙이 어느날 지뢰로 두 눈을 실명한 후 일년 반 동안의 본인과 가족들의 얼굴과 마음의 상처. 정글 숲에 감춰져 있던 앙코르 와트의 유적들과 통네 호수의 수상 가옥을 본 후에, 캄보디아의 아픔은 전이 되어 깊은 숨이 쉬어질 때의 깜뽕솜 남지나 海(해)의 해(일)는 숙연함을 넘어선 큰 위로였습니다. 내 앞에 잠잠할 지어다.


Be still, ye inhabitants of the isle; …(Isaiah 23:2)

[함철훈] Give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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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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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sion에서는 부모를 잃고 버려진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서 사랑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주었고 또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비록 그 아이들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쓸만한 것을 찾아내는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지만 그 속에서도 웃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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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른들의 보살핌을 못 받고 본드를 흡입하며 길바닥에 뒹구는 아이들과, 보살핌을 받고 있는 이 아이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차이는 어른들의 아주 작은 사랑이었습니다
주신 것에 감사(Thanks giving)하는 오늘의 삶에 추수 감사절을 맞아 Give thanks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못다한 말.
제가 캄보디아를 취재하기 얼마 전 베트남 비행기가 푸놈펜 인근에 추락했습니다. 그 비행기에는 우리나라 등 여러 나라의 선교사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언론들은 충격적인 현장 사진을 내보냈습니다. 아직도 연기가 나고 있는 비행기 잔해 위에서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무언가 줍고 있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시체 더미를 헤치고 지갑을 꺼내고 반지와 시계를 빼는 장면 이였습니다. 그 기억 위에 킬링 필드의 현장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만난 캄보디아 사람들의 선하고 맑은 눈동자를 사진에 담으며 겪었던 제 마음의 갈등과 혼란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내가 캄보디아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양면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문제를 볼 수 있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를 헤치고 다닌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나를 위해 모든 선한 일을 계획하시고 다 이루셨습니다. 그래서 두 장의 사진을 더 찍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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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곳보다 사랑이 더욱 필요한 곳을 두 손으로 포근히 보담아 주시는 보이지 않는 손의 형상을 캄보디아 바탕방 하늘 크게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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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나머지 다른 사진도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함철훈] 느림

[함철훈] 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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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

World Vision의 사진작가로 지뢰 피해가 심한 내전 중인 캄보디아를 취재할 때입니다.
서로 다른 쪽을 겨냥해 매몰 시켜 놓은 지뢰였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파내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프놈펜에서 앙코르와트로 갈 수 있는 육로가 막혔기 때문에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수로가 있었습니다.


세시간을 전속력으로 달린 보트가 메콩강 상류의 마지막 고비를 넘자 하늘과 물의 경계가 아스라한 호수 퐁네샾에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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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보트 안에서의 긴장과는 다른 평안함이 하늘과 물위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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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새들이 천천히 날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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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자 바람이 불고 물결이 일자 무언가 무거운 것으로 지붕을 짓쳐 놓으려 집집마다 배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어른들을 쫓아 올라간 여자아이들은 춤을 추듯 사뿐 사뿐 바람을 맞으며 두 팔을 들어올린 아이들의 겨드랑이 사이로 옷깃이 날릴 때 그 아이들은 눈을 감고 바람을 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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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기계도 없고 전기도 없이 느리고 작게 살고 있는 퐁네샾 사람들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함철훈] 물에도 흔적을 남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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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도 흔적을 남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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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Mission San Juan Capistrano 안뜰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연꽃도 고왔지만 하늘을 비춰내고 있는 물빛이 먼저 내 심상에 새겨졌습니다.
물이 이렇게 하늘까지도 넉넉히 담아낼 수 있음은 자기 색을 고집하지 않고서도 물일 수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렇게 사셨던 주님이 생각납니다.

[함철훈] 우리들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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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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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다 태평양을 건너온 씨앗의 뿌리 내리기는 남의 얘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풀들이 무엇을 남겨야 한다면 씨앗입니다.
그런데 그 풀들이 씨앗 속에 담겨진 지울 수 없는 꿈을 터뜨리기 위해 이곳에 모였습니다.


다시 살아나신 주님의 꿈이 바로 우리들에게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 꿈을 꿈꾸었기 때문입니다


KOSTAN들이 이루어낼 그 꿈들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