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6년 9월호

자매님,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한 자매님이 다른 자매님께 다가가며 숙소와 이름을 확인하고 가방을 함께 들며 인사를 나눕니다.
“ 네..에, 안녕..하세요? … 일찍.. 오셨네요?”
“ 조장님들은 하루 일찍 와서 조장수련회를 하고 이렇게 조원님들 맞이하는 거라고 배웠어요. 저도 처음이라서 아는 게 없답니다, 호호호! 아, 그런데 얼굴이 많이 피곤해보이시네요… 혹시 어디 아프신 건 아닌지..”

이렇게 대화가 시작되고 오늘 처음 얼굴을 마주하게 된 두 자매님은 침대에 걸터 앉습니다. 조장 자매님이 다른 자매님의 무거운 어깨를 잡아주며 얘기가 계속되자 이 자매님은 벌써 눈에 글썽이는 눈물을 못 참고 힘든 말문을 열어 마음을 나눕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에서 오는 아픔과 분노와 갈등이 자매님을 괴롭히고 있었고, 결혼하고 겪는 이런저런 현실과 예수님을 잘 모르는 양가 가족들 사이에서 이제 막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새댁의 자리는 그 자매를 충분히 혼란스럽고 지치게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현실을 안고 – 아직 딛고 일어서지는 못한 상태였지만 – 있는 모습 그대로 가지고 하나님께 작정하고 한번 여쭈어 보려고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코스타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착한 첫 날, 처음 만난 조장언니가 한국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환하게 맞아 주어서 긴장했던 마음이 확 풀리고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쏟아졌다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쉽게 얘기하고 그러는 사람이 아닌데 마음에 걸었던 빗장을 이렇게 빨리 연것이 참 신기하다고 하며 눈물을 닦고 이제서야 작은 웃음을 보입니다.


2004년 코스타 화요일 저녁 집회에서 이 자매님은 예수님의 구원의 초청에 결단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주권을 인정하는 은혜를 경험합니다. 주님의 위로하심이 말씀 속에서 날마다 계속되고 기쁨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은참으로 살아계시고 선하신 분이심을 증거하게 됩니다. 지금 이 자매님은 하나님이 주신 아이와 남편과 모든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말씀의 씨앗을 뿌리시는 신실한 삶을 살고 계십니다.


읽으시면서 이미 아셨겠지만 그 조장이란 사람이 부끄럽게도 바로 저랍니다. 보시다시피 제가 한 건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조장수련회 마치고 숙소에 가서 조원님들을 기다리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앞세워 하나님께 기도하다가 가장 먼저 오신 그 자매님을 맞이한 것 뿐이었습니다. 제 얼굴이 그 자매님 어머니와 비슷하게 생긴 것도 아니고 (후에 결혼식 사진을 보았지요, 참 미인이셨어요), 어머니처럼 나이를 지긋이 먹은 사람도 아니고요 (제가 비록 세파에 시달려 좀 주름이 가긴 했지만요), 뭐든 말하세요 다 들어 드릴께요 – 그렇게 감히 말씀 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제 자신 또한 그 자매님과 하나 다른 바 없는 답답하고 절실한 상황에서 첫 문을 두드린 코스타 였으니까요.


처음 등록한 코스타에서 기혼조 싱글( 결혼하신 상태이고 이번 코스타에는 혼자서 오시게 된 분) 자매님들 조의 조장으로 섬겼습니다. 물론 조장신청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은혜를 누리라고 이끌어 주셔서 조장이 되었답니다. 그때는 참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당시 저에게 열심으로 이메일을 보내주셨던 간사님께 이제야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왜냐구요? 제가 다시 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삶의 오타를 연발하고 backspace를 눌렀지만 남은 흔적은 피할 수 없는 아픔이 되었습니다. 믿음 안에 있는지 믿음 밖에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 스스로를 차갑고 어둡고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내버려 두었고 하나님은 그런 저를 기뻐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때, 히브리서 11장 6절의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릴 수 없습니다 라는 말씀을 배우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믿음의 딸이라고 부르셨습니다. 참 난감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 믿음이 없는 자라고 스스로 선포하고 영혼의 파멸을 차처 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계속해서 에베소서 2장 8절 말씀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여러분은 믿음을 통하여 은혜로 구원을 얻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이 말씀으로 나에게 믿음을 선물로 주시는 하나님을 느끼기 시작하고 수면위로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다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빛 가운데로 나아가게 하신 일이 바로 처음 코스타 조장을 감당하면서 였습니다. 나는 여전히 자신없고 부끄럽지만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나를 먼저 말씀 앞에 드러내며 만나게 하시는 조원들과 나의 연약함을 나누게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이미 일하고 계셨던 것을 보게 하시고 서로가 서로에게 참여하게 되는 은혜를 나누게 하셨습니다. 부끄러운 나의 약함을 통해 주님의 강하신 능력이 모두에게 임하는 통로로 사용하심을 감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셨습니다.


수면위로 올라와 숨을 쉬니 참 좋더군요. 오랫동안 잊고 지낸 햇살을 다시 마주하며 흉터는 남아도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감사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코스타를 통해 받아 마신 한 바가지의 생수는 저를 살리셨고 다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하셨습니다. 그 생수는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수가성 여인처럼 남들의 시선을 피해 한낮에 물 길러 나온 저에게 생명수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목마르지 않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수제자였던 베드로가 주님의 고통 앞에서 세 번이나 주를 부인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결국 그는 그렇게 주님을 버렸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런 베드로가 회개할 때, 주님을 사랑한다고 다시 고백할 때, 내 양을 먹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누가 뭐래도 담대히 전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고 (벧전4:8). 그리고 여호와의 궤를 멘 젖 나는 어미소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치우치지 않고 벧세메스로 향하던 것처럼 저에게 충성하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삼상 6). 나에게 허락하신 분깃에 감사하며 마른 뼈에 생기를 불어넣으시고 강한 용사로 훈련시키시는 대장되신 예수만 바라보라고 하셨습니다.


오클라호마 gp코스타에서 귀납적 성경묵상을 시작하게 되고, 2005년 어린이 코스타에서는 아들 영광이를 향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하시며 위로하시고 자유함에 대해 가르치셨습니다. 시애틀 gp 코스타에서 follow-up 할 자매를 연결시켜주시고 한 영혼을 품으시는 아버지 마음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Korean Bible Study에 조인하게 하시고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원투원 제자양육할 자매를 만나게 하셔서 처음 원투원을 하면서 오히려 제가 하나님께 원투원 제자양육을 받습니다. 아리조나 gp 코스타에도 성령님의 섭리하심으로 잠깐 다녀오게 하시고, 2006년 코스타에서 3지역 코디로 기도하는 자리에 이끄셨습니다. 온라인 조장훈련과 조장코스타를 참여하면서 하나님의 저를 향하신 그 시선에 참 많이 황송하면서도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나를 회복시키셔서 존귀한 자로 다시 일으켜 세워시고 주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에 동역자로 여겨주심이 은혜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지어져 가는 성전에 묵묵히 서로를 받치고 서 있는 지체들을 허락하신 것은 더 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부르심을 알고 있었지만 응답하지 않았고 나를 사용해달라고 하면서도 훈련은 거절하는 교만과 불순종의 시간들과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알려고 하기보다 내 눈에 선한 것을 더 앞서 취해버리는 그런 믿음 없는 삶 속에서 메마른 진통을 겪으며 텅 빈 영혼과 마음과 육신이 소름끼치도록 싫어서 오히려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스스로 포기하는 저를 찾아오신 주님은 저를 먹이시고 위로하시고 치유하시고 힘주시고 사랑磯鳴?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코스타는 저의 로뎀나무가 되었고 저는 하나님의 그 사랑이 나를 살게 하는 처음과 마지막 이유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이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토록 나를 참아주시고 오래 기다려주신 주님과 절대 손을 놓치 않고 날마다 동행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유학생 신앙운동의 나눔터에 미주 학생 사역의 현장 보고를 생생하게 나눌 내용이 제게는 없습니다. 이곳에 감히 부탁 받을 자격도 없는 제가 원고부탁을 받고 순종은 했지만 사실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릅니다. 어쩌다 이렇게 저희 가족이 이 산골마을 샤이엔 와이오밍에 오게 되었는지 하나님께 떼쓰며 여쭙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캠퍼스 개척을 위해 보내주실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시면서 한가지 깨닫게 하시는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그건 하나님이 제게 원하시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주님을 닮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주님께서 목마른 제 영혼에 한 바가지의 생수가 되어 주셨던 것처럼 저도 한 영혼에게 그분이 주신 한 바가지의 물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마른 펌프에 힘을 실어 깊은 곳에서 물을 길어 올리게 되는 그 시작이 되고 싶습니다.


여기 한 영혼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길 가처럼 버려진, 고집 부리 듯 깊이 박힌 돌덩이 가득한, 손길이 멈춰진 땅에 덤비듯 솟아있는 가지덤불 같은 이 황량한 땅, 한 영혼에게 다함이 없는 사랑과 자비로 인내하신 주님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내가 바로 그 한 영혼임이 참으로 은혜입니다. 그리고 나의 연약함을 자랑하도록 믿음 주신 일도 감사 드립니다. 한 영혼과 씨름하는 그 현장에 바로 주님이 오신 이유가 있다고 믿습니다. 한 영혼의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합니다.


“인자는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눅19:10
“나에게는 사는 것이 그리스도이시니, 죽는 것도 유익합니다.” 빌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