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4년 1월호

매번 무엇인가를 해야할 때면 똑같이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것은 내가 과연 이런 일을 할 준비나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입니다. 하지만 늘 들려오는 대답은 너는 아직 부족하지만 하나님께서 필요하니 하거라. 네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부터 나눌 내용이 필요했던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은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뿐이니라 (고린도전서 3장 6 7절)


지난 여름에 졸업하기 직전까지 저는 박사과정 학생으로 있으면서 캠퍼스에서 소그룹 성경공부를 인도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그룹 성경공부 인도자로서 그리고 유학생으로서 배운 것들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첫째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십시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 말씀 듣는 지체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우리를 통해 흘러가게 되므로, 하나님께 말씀을 받는 자로써 은혜를 받고 또한 그 받은 말씀을 전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우선, 소그룹 성경공부를 인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시는지 조금 더 알게되었습니다. 성경공부 인도자로서 가장 감사했던 경험은 성경공부 식구들이 마음을 열고 삶의 자세한 내용까지 믿고 나누어 준다는 것입니다. 많은 시간 그 일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의견을 나누며 시간을 함께 하면서, 때로는 뻔히 보이는 실수를 반복하는 식구들을 보면서 속상해하고 만류도 해보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갈 때, 나를 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나는 응답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내게 요청하지 않았다. 누구든지 나를 찾으면, 언제든지 만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내 이름을 부르지도 않던 나라에게, 나는 ‘나 여기 있다. 나 여기 있다’ 하고 말하였다( 이사야65장1절)… 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며, 그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가 들어주겠다(24절) 표준새번역


마음속에 아픔과 고통을 가진 식구들과 대화할 때, 때로는 그 마음에 제가 들어간 것과 같은 타 들어가는 아픔과 슬픔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그 마음에 힘든 것을 없애주고 싶은 마음을 경험하면서 또한 우리의 아픔과 고통보다 더 아파하시는 하나님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저희와 함께 거하시리니 저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저희와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요한계시록 21장 3 4절) 개역한글


영접하지 않는 형제/자매를 볼 때는 마음에 그리움을 또한 경험하게 하시므로 하나님께서 영접하지 않고 있는 그들을 얼마나 그리워하시는지를 알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속에 살게 하신 그 영을, 질투하실 정도로 그리워하신다 (야고보서 4장 5절)


언젠가 기도하면서 같은 기도내용을 계속 반복하는 저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순간 하나님께서 혹시 들어주시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초조함이 그 내면에 있는 것을 발견하곤,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 분에게 같은 것을 부탁했다면, 그 분에게 능력이 있고 그 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라면 나의 소망을 들어 주실까? 대답은 들어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통하여서 깨달은 것은 내 안에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완전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그 날 이후에는 감히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고 우리의 고통을 아시며, 우리를 그리워하십니다. 말씀을 전하시며 귀한 영혼을 품고 기도하시면,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을 피부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둘째로, 맡겨주신 학업이나 일을 하면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라 시면 가고, 서라 시면 서서 잠잠히 기다리십시오. 하나님께서 가라 하실 때 부족함을 핑계로 주저하거나 고민하지 말고 하나님께 그 결과를 맡기고 벼랑끝으로 몸을 던지십시오. 그러면 그 벼랑끝에서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품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주저하거나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동시에 하나님께서 서라 하실 때, 마음이 아무리 급해도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때(카이로스)를 기다리십시오.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저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로다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아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를 인하여 불평하여 말지어다(시편 37장 5절 7) 개역한글


부지런히 움직이는 자동차 바퀴가 멀리 가거나 아니면 땅을 깊이 파는 것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하나님께서 가라고 명하셔서 우리 삶의 영역을 넓히시기를 원하지만, 때로는 잠잠히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우리 삶의 깊이를 더 하시기를 원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두가 우리의 순종을 필요로 하며 우리의 순종은 하나님께 기쁨이라는 것입니다.


사무엘이 가로되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 목소리 순종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사무엘상 15장 22절) 개역한글


그러면 가라 하시는 것과 서라 하시는 것, 다시 말해 하나님의 뜻은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생깁니다.


너무나 명백하게도 우선 말씀을 매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젠가 들었던 만나에 관한 말씀 중에, 하나님께서 출애굽을 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루 먹을 분량의 만나 만을 허락하신 것처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을 통한 은혜도 하루분량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은혜를 받으시기 위해서 매일 말씀을 읽으십시오 라는 말씀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더불어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날 주신 말씀을 묵상함으로 마음에 새기십시오. 그리고 말씀을 암송하십시오. 그래서 그 말씀이 필요할 때, 떠오를 수 있도록 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기도를 통하여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민감할 수 있도록 깨어있으셔야 합니다. 당연하게도 말씀묵상과 기도의 과정은 완성이라는 것이 없어서 늘 계속되어야 합니다. 말씀과 기도는 우리가 세상의 framework과 하나님 나라의 framework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우리가 시험을 시험으로 이해하고 극복해나가는 데에도 근본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런 모든 상황에서 더욱더 감사한 것은 우리가 살면서 어쩌다 순종에 실패하고 시험에 걸려 넘어질 지라도,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에 우리의 삶의 목표를 고정한다면,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승리로 이끄신다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힘들고 슬픔과 고난이 찾아왔어도 이미 승리하신 예수님 은혜로, 이 모든 고난이 곧 사라질 것입니다. 고난의 때에는 가까이에서 동행해주시는 하나님을 느끼므로 감사하고 기뻐하며, 고난이 없을 때에는 그 것을 또한 감사하고 기뻐하는 우리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더 나아가서 예수님의 제자로서, 세상 속에서 복의 근원이 되는 우리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저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심은 산 자들로 하여금 다시는 저희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오직 저희를 대신하여 죽었다가 다시 사신 자를 위하여 살게 하려 함이니라 (고후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