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7년 3월호

일단 감사합니다. 참 감사합니다. 생활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허락하시고, 그 안에서 잘못된 부분, 작지만 소중한 부분, 들려 주시려는 하나님의 음성,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을 보게 하시고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들을 생각해보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지난 달인 12월 말 즈음에 시작하여 이런 저런 나름대로의 깊은 생각을 하며 한 해를 정리하고 새 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인도하심에 감사합니다.


제자로서의 삶’에 대한 글을 부탁하시는 말씀을 들었을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내 평소 생활을 생각하면서 써보면 어떨까’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깊은 회개의 기도를 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득, 하지만 선명하게 들었던 생각은 ‘제자가 자신의 생활을 생각하면서 써야지 ‘제자로서의 삶’이지, 제자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생활을 적어보면 그건 ‘제자의 삶’에 대한 글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아직도 자신있게 ‘나, 제자입니다’ 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부끄러운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빡세게’ 기도 한번 하고 잘 써보자’라는 생각도 들고,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한 달㈏?시간이었습니다. ‘제자의 삶’이라는 것을 ‘제자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 내지는 ‘제자의 삶이란 이런 것일 것이다’ 라는 글이 아닌, 제 생활을 돌아보면서 어떤 삶이 제자의 삶인지 생각해 본 것을 짧게 나눠보고 싶습니다. 제자의 삶에 대한 중요한 내용들은 이미 eKOSTA게시판에도 여러 좋은 글들이 있고, 많은 신앙의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이 많이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여기저기에서 인용해서 다시 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제자의 ‘삶’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긴 시간과 많은 분량으로 다가와 부담이 든 나머지, 부끄럽지만 저는 제자로서의 일상의 생활이 어떤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생활하는가, 제 생활을 생각해 보면서 나누겠습니다.


약 3년 반 전에 결혼을 하고, 저의 하루하루의 생활은 어느 정도 단조로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보통 우리들이 살면서 겪어보지 않을 수 있는, 그리고 그렇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는, 그런 힘든 일들도 그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있었습니다만…) 저의 생활에서의 주 활동 반경을 생각해 보면 크게 가정, 직장, 그리고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캠퍼스 정도가 되더군요. (사실, 교회가 집에서 좀 멀어서 거의 주일에만 교회를 가고, 유치부 교사로 섬기는 일 외에는 여러 주 중의 다른 활동에 참여가 많지 않아 주 활동 반경에 포함하기는 조금 힘듭니다. 요즘 들어서 많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에게 하듯이 하지 말고, 주님께 하듯이 진심으로 하십시오” (골3:23)


제가 늘 마음에 두는 말씀들 중의 한 구절입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California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Thousand Oaks라는 곳에 있는 Amgen이라는 한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학부 때 전공이 Biochemistry여서 동부에 살 때는 주로 Lab안에서 조용히 일을 했는데요, 이 회사에서 IT쪽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그것도 management쪽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환경 가운데에 있습니다. 지금은 IT Project Management Consultant로 일하고 있구요. 사는 곳이 Southern California이고 다니는 직장이 Biotech에 IT라 그런지, 회사안에서의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이 꽤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힌두교도인 인도인들인데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 가끔 성경의 한 부분들을 나눠보곤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주로 금요일 성경공부를 위해 준비하는 본문의 말씀들을 금요일 성경공부 전에 또는 후에 주변 사람들과 나눠보기도 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성경공부 준비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말씀을 들여다 보는 시간도 있고, 본문 말씀이나 다른 자료들을 프린트해서 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옆에서 그걸 본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고 물어보기도 하고 (한국말로 써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말씀을 놓고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참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제 주변의 사람들에게 말씀으로 다가가게 하신다는 것이지요. 자연스럽게 말씀을 생각하며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생각해 보게 되고, 또 그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게 되고, 그러면서 함께 일하는 부분들이 좀 더 자연스러워지더군요. 문득, 어느 날 제 마음 한 켠에 두려움이 급습을 한 날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제가 크리스챤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크리스챤으로서, 우리가 흔히 세상에서 생각하는, ‘잘 할 것’을 저한테 기대한다는 것을 안 것입니다. 사실, 그것을 알게 된 후에 더욱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조심하게 되고 하는 일에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더군요. 저는 솔직히, 너무 제 안의 교만함이 많아서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이 잘 될 때, 많은 주변의 사람들이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좋게 평가하며 함께 나누었으면 할 때, 너무나도 무서운, 평소에 늘 있으나 제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제 안의 무서운 점을 보게 됩니다. 그 때 마다 늘 골로새서 3장23절의 말씀을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일 을 할 때 조심합니다. 저는 또한 개인적으로 제 일에서 만족을 누리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지금하고 있는 일이 나한테 정말 맞는 일인가 묻는 경우도 꽤 있기는 한데요, 그러면서도 만족을 누리려고 하는 이유는이제는 제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이 직장에서의 제 생활이 제 자신안에 형성된 하나님의 디자인을 발견하는 의미있는 사역의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어떤 자리로 어떤 모양으로 인도하실지는 모르지만 이런 직장과 이런 일에 저를 허락하실 때에는 그 위에 하나님의 뜻이 함께 하심을 확신합니다. 만족이라는 것이 일을 성취할 때의 희열이라던지, 나의 시간과 노력과 노동을 투자한 후에 얻는 금전적 또는 정신적 보상 등의 것으로도 물론 표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무슨 일을 하든지 진심으로 헌신과 정열을 다해 할 때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그런 작은 일이지만 그 일을 하고 있는 나와 하나님께서는 함께 해 주신다는 감사함이 들 때 꽤 깊은 만족을 누리게 됩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을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우리는 쓸모 없는 종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여라.” (눅17:10)


California에서 살게되면서 UCLA에서 UCLA학생들, 또는 말씀을 함께 공부하고 싶어하는 UCLA주변의 자매님들, 형제님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3년여가 지난 지금은 LA서쪽의 Santa Monica에 있는 Santa Monica College(SMC)라는 Community College에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함께 사랑과 헌신으로 섬기시는 많은 지체들과 각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열정과 계획을 갖고 참여하는 지체들로부터 많은 격려와 도전을 받습니다. 성경공부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성경공부를 통해서 만나게 된 여러 자매님들, 형제님들과 교제를 나누며 삶의 많은 부분들을 배우기도 하구요. 성경공부를 함께 하다보면, 성경공부에 참여하는 지체들의 숫자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고, 저를 포함해서 성경공부 식구들이 나름대로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듯 하다가 멀어지는 듯 하기도 하고, 멀어지는 듯 하다가 가까이 나아가기도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가운데서, 믿음이 잘 성장하는 경우도 있고, 안타깝게도 아직은 때가 이르지 않아서 성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구요. 함께 성경공부를 통해 섬기시는 간사들 가운데에 저는 딱히 UCLA에 소속을 두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서, 지금은 옆 동네 학교인 SMC에서 섬길 수 있는 특권도 누리고 있는데요, 이 성경공부 모임은 이제 막 (2006년 가을 학기부터 시작) 시작한 모임이라, 서로간에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나누기를 소망하며, 그런 날이 올 것을 믿으며, 서로 ‘모이기에 힘쓰는’ 모임입니다. 캠퍼스를 섬기며 갖게되는 작은 소망은 이런 저런 작은 모임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귀하게 쓰실 일꾼들이 길러지는 하나님의 귀한 캠퍼스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사실 저에게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살에 미국에 와서, 처음에 영어에 익숙하지 않고, 문화에도 익숙하지 않아 적응이 쉽지 않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에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많은 신앙의 선배님들의 보살피심이 있어서, 쉽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고생스럽지 않게 적응할 수 있는 감사함이 있었습니다. 캠퍼스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올바로 하나님의 말씀을 알고, 그 말씀을 통해 자신에게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함께 발견하고, 또 발견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바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에 이 정말 쓸모 없는 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조용히 사라져 또 어느 곳으로 옮기실 지는 모르지만 그 준비를 겸손하게 하고 싶습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그 곳을 향하는 나그네로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께서 저에게 원하시는 거룩함과 겸손함과 순종함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여러 곳에 여러 모양으로 흩어져서 곳곳에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한 마음을 품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계속하여 세우시고 성령의 끈으로 연결시켜 주시는 그 일에 계속 동참하고 싶습니다.


“너의 헛된 모든 날, 하나님이 세상에서 너에게 주신 덧없는 모든 날에 너는 너의 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즐거움을 누려라. 그것은 네가 사는 동안에, 세상에서 애쓴 수고로 받는 몫이다.” (전9:9) “당신들은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 내가 오늘 당신들에게 명하는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언제든지 가르치십시오.” (신 6:5-7)


저는 제 아내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제 아내가 UCLA에서 공부를 하는 중이어서, UCLA학생 아파트에서 약 3년 정도 살다가 지금은 LA에서 약 30마일 정도 떨어져있는, 제가 다니는 회사로는 좀 더 가까운 곳에 있는 Calabasas라는 꽤 시골 분위기가 나는 조용한 곳에 살고 있는데요, 제 아내가 공부를 해서 그런지, 아직 아이가 없어서인지 집안 분위기는 꽤 조용하고 차분한 편입니다. 항상 서로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하고요. 매일 금요일에 있는 성경공부를 서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경공부가 있는 금요일 전 후로 그 주에 주어지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하구요. 제가 좀 TV를 오래 보거나 잠깐 졸려고 하면 가차없이 지적을 (꽤 부드러운 표현입니다만) 하기도 하구요. 사실 결혼을 하면서 전도서 9장 9절의 말씀이 새삼 감사하게 받아들여 졌습니다 – 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사는 동안에 애쓴 수고로 받는 몫이라는 말씀. 이 구절, 사실은 저희들의 주례설교를 해 주셨던 목사님께서 주신 칼라 성경책에 빨간색 밑줄이 쫙 그어져 있는 구절이거든요. 꽤 오랜 기간 교제를 하고 결혼을 해서 그런지, 전 제 아내를 많이 사랑합니다. 제 아내도 저를 많이 사랑하구요. 저의 생활의 다른 주된 공간인 직장에서나, 성경공부를 하는 캠퍼스에서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어도 아내와 함께 있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쉼을 허락하실 때에 참 깊은 감사가 있습니다. 기쁘고 즐거운 일들을 함께 나눌 때도 물론 그렇구요. 그런데, 전도서 9장 9절의 말씀이 전도서라는 책의 본문의 위치나 앞 뒤의 내용 구조를 볼 때, 그리고 또 그 때에는 아내와 더불어 즐기는 것이 아닌 다른 첩들 내지는 다른 방법으로 즐기는 것들에 대한 시대적인 배경에서 나오는 잠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내가 원하는대로, 이 한 구절 말씀만으로 ‘가정에 대한 의미를 ‘힘든 삶 속에서의 쉼터’, 내지는 ‘아내와 즐기는 곳’으로 한정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의미는 믿는 사람의 가정에 대해서 생각할 때에 당연하게 매우 기본적이며 또한 당연히 그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서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말씀의 다른 부분들을 생각할 때, 가정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배우는, 바로 그 도를 전수하는 터이며 (신4:9-10, 신 6:5-9), 함께 하나님을 경외하며 예배하는 (행10:2), 바로 ‘부부’라는 두 사람이 동역하며 하나님 앞에 헌신하는 사역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기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딤후4:7)


제 생활의 주된 부분의 단면들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며 제가 하고 있는 생각들입니다. 이런 생활을, 이런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정말 많은 것들을 제 삶에서 허락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별 큰 어려움이 없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시면서도,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원하시고 바라시는 점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하십니다. 그런데, 그것들 마저도, 하나님의 자녀로서 제가 ‘잘 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한 표현임을 깨닫게 됨을 고백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시는 그 사랑의 바탕위에서, 직장에서 진실되게 충성하기를 원하시고, 저에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일들 가운데에서 거룩하고, 겸손하고, 순종하며, 사랑을 실천하기를 원하시고, 제 가정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며, 예배하며, 헌신하는 사역의 출발점이 되도록 지키기를 원하십니다. 저는 주님께서 저를 데려가실 때에 디모데후서 4장7절의 고백을 할 수 있기를 늘 원합니다. 그리고 밑에는 제가 참 좋아하는 찬송, 434장입니다. 1, 2, 3절 다 감사하고 좋은 데요, 1절 만 적습니다. 어렸을 때,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중간 중간의 말 뜻도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던 때 부터 좋아하던 찬송이라, 어른들께서도 이상해 하셨던 기억이 있는데요… 함께 하고 싶습니다.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내 주 안에있는 긍휼 어찌 의심하리요
믿음으로 사는 자는 하늘 위로 받겠네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하리라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하리라


항상 인도하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