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 초. 그냥 성경공부하는 게 좋아서 따라다니던 내게 소그룹 성경공부 리더를 하라는 명을 선배로부터 받은 때는, 아직은 뭐가 뭔지 모르던 혈기만 넘치던 시절이었다. 물론 내게만 떨어진 미션은 아니었고, 함께 있던 동기들 몇 명에게 동시에 주어진 소그룹 리더라는 위치였지만, 겁을 먹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너무도 쟁쟁한 선배 리더의 틈바구니 속에서의 리더라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리더 훈련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명목상으로는 내가 리더였지만, 대선배 리더가 함께 그 소그룹을 이끄는, 이른바 ‘섭정’식 성경공부반! 그 누가 나와 성경공부를 하려고 했겠나 싶다. 그런 상황이 딱하게 생각되었던지 당시 4학년 누나 2명과 정말 상황 잘 모르던 1학년 후배 한 명만이 나와 성경공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한 소그룹 성경공부 리더 생활이 이젠 14년이 넘어간다.
그 당시 내게 주어진 성경공부의 내용은, 이번에 소개하려고 하는 ‘바울서신’이었다. 당시 난 바울이 쓴 서신이 도대체 모두 몇 권인지도 정확히 모르던 터라, 그 정신적인 부담은 실로 엄청났었다. 더구나, 내게 참고하라고 주어진 책은, 번역이 좀 이상했던 ‘바울신학’ 한 권과 ‘새시대를 위한 바울’이라는 책, 그렇게 두 권. 그리고 매 주 공부할 내용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만 했으니…
그렇게 그 성경공부팀에서 6년이란 시간동안 몸을 담았었다. 정해진 기간동안에 적절한 분량을 소화해내는 커리큘럼으로 진행하려는 모임이었기에, 3 4개월마다 한번씩 새로운 성경공부 내용을 만들어 내야만 했고, 또 그와 관련된 문제를 만들어야만 했다. 내 기억으론 단 한번도 선배 리더들께 이전에 만들어 놓은 ‘문제은행’을 받은 적이 없다. 그 이유를 물으면, 늘 이렇게 대답하셨다. ‘선배가 만들어 놓은 문제를 참고하면 넌 편할지 몰라도, 그 때마다 살아서 움직이는 성경의 숨쉬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니, 고생스럽더라도 스스로 만들어 보아라!’ 내게는 너무도 귀한 가르침이었고, 난 그 후 늘 성경공부 문제는 새로이 만들어 왔다. 비록 같은 본문이 반복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이전에 만들어 놓은 문제를 참고하지는 않는다. 언제나 상황이 바뀌어 있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바뀌어 있기에, 지금의 ‘우리’를 위한 문제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 때는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그 선배님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성경공부와 함께 놓치지 않고 늘 해오던 것이 한가지 더 있다. 역시 당시 선배 리더들에 의해 전수 받은, 일명 ‘life sharing’! 함께 모인 구성원들끼리 지나온 삶을 솔직히 나누는 시간이다. 그냥 그런 호구조사(?)정도의 나눔이 아니라, 정말 솔직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나누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들 할 말이 없다고들 빼지만, 보통들 1시간 30분씩은 이야기한다. 가족 간의 갈등얘기, 예수님을 처음 만난 이야기, 또 실패해서 울던 이야기 등에 함께 울고 함께 웃다 보면 어느새 우리 사이에 있던 벽들이 허물어져 내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예상했겠지만, life sharing을 위해서는 성경공부 시간 이외의 자리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좋고, 늘 리더가 먼저 솔직한 나눔의 본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대학부 시절, 내 머리 속에는 늘 이 말이 있었다. ‘나는 언제나 저 선배들같은 리더가 되려나?’. 그리고 그 후, 난 많은 신앙의 선후배들을 만났다. 그 중에는 내가 꼭 닮고 싶은 신앙의 선배들의 모습도 있었고, 반면 대학 3학년 때의 나처럼 성경공부에 대한 열정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접할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나의 작은 경험들을 나누기 원한다. 여기서는 성경공부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방법적인 내용들을 주로 다루겠지만, 그 과정을 인해 소그룹을 통해 영혼을 살리려는 열정이 구체화되었으면 한다.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들. 그 때 함께 성경공부를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마땅해 해야 할 일들을 감당해 주고 있슴을 본다. 현대 기독교가 고객만족을 위한 ‘소비자 기독교’로 전락한 상황이지만, 한 영혼을 위해 함께 삶을 나누고 성경공부를 하며 도전을 주고받는 진정한 교회가 있기에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감사가 있는 것 아닐까?
유학생활이라는 특수한 삶의 형태는 소그룹을 위해서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가까운데 모여 살고 있고, 또 가족과 떨어져 있기에 서로 집을 오픈하기도 쉬운 상황이 소그룹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는 제격이다. 나름대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고 있기에, 서로 위로해 주고 도와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또 공부를 하고 있기에, 체계적인 방법을 원하는 시기. 이런 좋은 시기에, 공과공부식 교재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우리에게 맞는 성경공부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나의 경험을 나누는 동안 다른 지체들의 귀한 나눔도 듣고 배우고 싶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살짝 공개해 주기를 기대해 보며, 첫 이야기를 시작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