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복음
사역이냐 고역이냐
1980년대만 해도 신학교를 졸업한 목회자들이 목회할 곳을 찾는 일이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지를 찾는 일이 더 어렵다. 비공식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소위 목회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는 무임목회자는 약 2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마다 신학교를 졸업하는 사람들이 1년에 약 3000명에 이른다고 하니 앞으로 목회지를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어떤 사람들은 신학교 졸업자들이 이처럼 많은 것을 두고 부정적으로 말하며 웃지 못할 대안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어떤 분은 신학교를 10년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버리면 목회자의 수급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군소 신학교나 무인가 신학교를 정리하라, 농촌 목회지로 가라, 신학교에 간 저의가 의심스럽다, 통일이 되면 해결된다 조금만 기다려라, 예수님 재림하시면 그 문제는 해결된다는 등 참으로 뼈있는 대안들도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분들도 많다. 사고의 틀을 바꾸라는 것이다. 그들은 신학교를 졸업한 후 사역할 곳이 왜 꼭 교회이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신학교 졸업한 후 병들어 가는 이 세상속으로 들어가서 한 10여년 일을 한 후 다시 신학대학원에 들어가 훈련을 하고 전담 사역자로 목회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강변한다. 나이드신 목회자들은 이제 물러나신 후 다시 세상에 들어가서 일하시고 젊은 분들에게 사역을 맡기라고 주장하시는 분도 있다. 평신도들로부터 이런 의견들이 나오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 성도들의 의식도 많이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회지도자들로 이런 평신도들의 의식의 변화에 맞추어 변해야 겠다.
신학교 졸업생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결국 목사들이 넘쳐서 무임 목회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신학교 졸업생들의 숫자가 많다는 것은 신학교에 입학하게 된 동기야 어찌되었든 간에 믿음을 전파할 수 있는 잠재력 역량이 그만 큼 많아지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결코 손해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부모들의 강요에 의해 들어갔던지 일반대학에 들어갈 실력이 없어서 들어갔던지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쌓이는 것은 신앙과 신학지식이 아니겠는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손해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사역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보통 그렇게 이해 하듯이, 사역이라는 개념을 교회안에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회 행정을 보고, 심방하는 그런 것에만 국한하고 세속 사회에서 땀을려 일하고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일해 돈버는 일은 사역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3000명 신학생 배출시대에, 그들 중에는 세상에서도 일하지 못하고 교회안에서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바로 이와같은 사역에 대한 개념을 바꾸라는 것이다. 사역은 교회안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속사회에서도 훌륭하게 사역을 할 수 있다. 세속사회에서 전도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땀흘려 일하는 것이 사역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역이라는 것을 교회안에서의 일로 국한시켜 버리고, 세속에서 일하는 것도 하나님과 동역하는 것이며 이 또한 훌륭한 사역이라는 생각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역에 대한 반쪽의 진리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일하는 것이 사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라는 말이다. 사역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다. 현대교회도 사역에 대한 개념이 교회안에서 일하는 것 또는 좀 더 넓게는 세상에서 전도하는 것 쯤으로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사역이 세상에서 일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조금 남아있는 곳은 그래도 군대 뿐이다. 군대에서는 노동할 사람을 선발할 때 “사역병” 선발이라고 한다.
폴 스티븐스 교수의 사역에 대한 정의를 들어보자. 사역이란 “교회”와 “세상”에서 하나님의 목적을 위하여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손에 맡기는 것이다. 사역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며, 하나님께 하는 것이며,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신학교를 졸업하였다고 모두 교회안에서 일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교회 밖에서 일하는 것도 사역이 될 수 있다. 교회안에서 일을 한다 하더라도 참으로 하나님의 힘으로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역(使役)이 아니라 사역(死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세속가운데 땀흘려 일하는 그리스도인도 참으로 하나님과 동역한다는 믿음으로 한다면 그것은 사역(死役)이 아니라 사역(使役)이다. 성경에 나오는 텐트 메이커인 바울 사도는 칭찬하면서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을 사역자로 여겨주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다. 무임 목회자들이여! 신학교 나온 사람이 세상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소명감이 좀 부족한 사람으로 여길 것 같아 세상에서 일은 못하겠고, 그렇다고 사역할 목회지도 없어서 고민하는가. 그것은 고역자(苦役者)들의 몫이라고 여겨라. 만약 자신을 사역자로 여기거든 세상의 모든 영역으로 흩어져라. 신학교 졸업생의 자격으로 그렇게 하라. 신학교 졸업하였다는 사실을 숨기지 말아라. 그곳에서 신학교 졸업생의 자격으로 사역하라. 교회가 재정적 보조를 하여 줄 수 없다면 그렇게 흩어져 일하면서 자립하라. 이제 현대교회는 세상에서 일하는 그리스도인들도 사역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존경해 주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