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유학 생활: 재정적 신뢰 형성 기간

이코스타 2004년 12월호

유학 생활에서 가장 힘든 문제 중 하나는 아마도 재정적인 어려움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어느 정도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유학생들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는 유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편안하고 풍족할 수 있었으나, 유학으로 인해 궁핍함으로 처지가 바뀐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유학의 특수한 상황을 통해, 우리는 일생의 중요한 시기에, 재정적인 측면에서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하는 좋은 훈련을 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재정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좋은 경험을 가졌었다.


내가 유학하던 80년대 중반에는 대부분의 결혼한 유학생들이 1500$-3000$ 정도의 6-8년 정도된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내 자신도 대학원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5년 정도 했기에 어느 정도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중에 유학의 길을 떠나면서 퇴직금과 부모님이 마련해주신 것을 합쳐 총 1만$정도(당시 850만원)만 갖고 유학의 길에 올랐었다. 이 금액은 오직 1학기만의 등록금과 생활비에 해당했고, 1학기 후에는 장학금을 받든지, 아니면 다시 돌아오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장학금을 주겠다는 학교를 마다하고 내가 꼭 전공하고 싶은 교수를 찾아 학교를 선정했고, 재정적인 긴축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둘째 아이(당시 2살)는 장모님께 맡기고 떠나는 가슴 아픈 처지였다.


첫 학기에 최소한의 등록금을 내고, 차도 1700$의 중고차를 구입하고, 추운 겨울에 창문과 문틈을 비닐로 여러 겹 밀봉해야 하는 제일 값싼 기혼자 아파트(월세 230$)에서 3명이 월 생활비 800$정도의 최소한의 생활로 유학생활을 시작하였다. 기도 중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겠지 믿으면서도, 어떤 밤이면 내 마음은 짓눌리는 고통과 악몽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든 다음 학기에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내가 전공하고 싶은 분야의 교수를 뻔질나게(?) 찾아갔다. 지도교수가 나의 발길에 감동했는지, 박사자격시험(QE) 합격까지 기다리지 않고 한 학기가 지나고 나서 나의 성적과 행동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나는 매일 연구실에 출근하여 연구실의 내용을 열심히 익혔고,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 다음 학기부터 장학금을 받게 되어 등록금과 최소한의 생활비는 걱정을 덜게 되었다. 떨어져 있던 둘째 아이도 미국으로 와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감사했다.


그러나, 장학금만으로는 최소한의 생활비에서 십일조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부모님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 모자람을 채워주시도록 기도하는 중에 교회에서 청소하는 일거리를 얻게 되었다. 토요일 오후에 2-3시간 잔디를 깎고, 주일 예배를 마친 후에는 2시간 정도 교회 청소를 하는 것으로 100$(추후 150$)을 받게 되었고, 나는 이것으로 십일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맥도날드 햄버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청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주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도 4명의 식구가 음료수 한 컵만 주문해서 먹는 처지였다. 이듬해 지도교수가 여름방학 2달 동안은 등록금 비용대신 생활비를 좀 더 주는 덕분에 여름 방학 중 단거리 여행도 다녀올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내가 유학을 마친 34살의 나이에, 내 수중에는 일전의 돈도 남아있지 않은 빈털터리였지만, 그 동안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모자람이 없었던 것에 대한 감사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쁨이 넘쳐있었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요한 내용을 배웠고, 이것은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고 본다.


첫째, 나는 재정적으로 궁핍함에 있을 수 있으나, 하나님은 모자람이 없게 인도하신다는 것이다. 바울이 궁핍함에나 풍족함에 처하는 것을 배웠다고 고백한 것처럼, 나도 어떠한 환경에 처하든 감사함으로 살아가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지혜를 주셔서 모자람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과 환경을 주심도 배웠다. 유학시절은 이러한 배움과 훈련을 위한 좋은 기간이라 생각한다. 유학생들은 본인의 선택에 의해 궁핍함의 환경에 처해졌지만, 이러한 믿음과 희망이 있을 때 그 상황을 이겨냄으로 차후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하나님을 의지하게 될 것이다. 둘째, 욕심이 아닌 재정의 필요가 있을 때 하나님께 간구하면, 하나님이 채우신다는 단순한 성경적 진리를 체험함이 중요하다. 공부하는 유학생에게는 공부에 필요한 재정, 일상생활에 필요한 어느 정도의 기본 생활비, 그리고 어떤 목적을 위한 일에 재정이 필요하다면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이 성경적이고, 하나님은 이를 통해 하나님을 체험하는 기회를 주시고자 한다. 내 삶의 중요한 순간순간 하나님을 체험하는 경험은 우리의 신앙을 더 성숙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셋째, 수입이 적을 때나 많을 때나 수입 중 일정비율을 구분하여 헌금과 사역에 드리는 것이 축복의 통로라는 것이다. 헌금의 비율을 정하고자 할 때, 수입이 적으면 적은 대로 힘들고 수입이 많으면 많은 대로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수입이 가능케 하신 주님께 기쁨으로 드릴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내가 아는 어떤 초신자는 말라기서의 실입조에 관한 말씀을 읽고, 세상의 어떤 투자보다 가장 확실한 return이 있는 약속이라고 믿는다는 말을 하였다. 살아계시고 온 세상을 주관하시는 분이 약속을 하셨다면, 이만큼 확실한 투자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것도 잘못된 내용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기쁨으로 드린 우리의 헌금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고, 약속의 말씀을 따라 나에게도 다양한 축복이 주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유학 시절을 통해 부딪치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 공급해주시는 주님의 신실하심을 체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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