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3년 8월호
들어가는 말
‘환경보호’ 또는 ‘생태적인 삶 살기’를 위해 가정은 너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각 개인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태어나고 교육되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생명의 근원이 하나님임을 분명히 해 주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 만물이 그리스도의 속죄로 구원을 얻어서, 주어진 생명을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도록 가르쳐 주는 기독교를 가정의 주된 중심으로 삼고 있는 그리스도인 가정은 말 그대로 사회의 소금과 빛으로서 그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책임 중에서 가장 중심되는 것은 바로 하나님이 지으신 만물과 사람을 하나님의 뜻대로 섬기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그 섬김과 사랑이 전도, 즉 영혼구원이라고 말할 지 모르나 이는 좀 치우친 표현처럼 들린다. 왜냐하면 흔히 전도는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도록 하는 영혼구원을 말하기 때문이다. ‘예수는 구세주’라는 고백 속에 들어 있는 전 우주적인 내용을 간과한 채…
그리스도인 가정은 바로 구원의 전우주적인 보편성과 각 개인의 특수성이 복합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유기적인 인격적 관계의 총화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즉 하나님께서 각 가정에 그리스도 예수로 인한 구원을 선물로 주시고 각 가정마다 구체적으로 구원받음에 합당한 모습을 요구하시고 계신다. 성경에 구체적으로 요구한 적은 없으나 성경의 정신에 비추어 본 상식적인 의미에서 자연을 (환경을) 돌보아야 할 이웃으로서, 우리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로서 인식하고 그에 적절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제일 먼저 가정에서 식구들과 함께 성경을 읽으면서,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께서 만드시고 인간에게 관리를 부탁하신 하나뿐인 지구’라는 인식이 함께 생겨나길 바란다. 그리스도인 가정에 오만이 아닌 사랑과 섬김에서 출발한 ‘환경보호’에 대한 동기부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호에서 제안한 대로 정기적인 가정예배에서는 판에 박힌 예배형태를 지양하고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변화를 주어 성경을 바탕으로 한 폭넓은 주제를 소화해 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가족회의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도 하면서 구체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토론과 그에 대한 가족 단위의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가족회의를 통하면 온 가족이 가족의 일원이라는 단합심도 키우면서 중요한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해결책을 모색할 때도 온가족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부모들이 신앙을 빙자하여 자녀들에게 무분별한 순종을 요구하기 전에 모든 가족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에서 살펴 본대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환경보호의 대안 중에서 먼저 ‘줄이기 (Reduce)’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줄이기는 안 쓰기와는 좀 차이가 있다. 필요한 것을 사용하되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양만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줄이기는 쓰레기 양과 독성을 줄인다든지, 자원 절약 등을 포함한다.
쓰레기의 양과 독성 줄이기
쓰레기란 인간이 생활하고 활동하는 문명사회로부터 배출되는 폐물질(廢物質) 중에서 고체 형태로 버려지는 것으로서, 쓰레기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을 경우, 사람의 생활공간을 더럽히고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환경을 오염시킴으로써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의 보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쓰레기는 생활폐기물과 각종 슬러지(sludge:汚泥)와·산업폐기물 등으로 분류한다. 이 중에서 가정과 연결된 폐기물은 생활폐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폐기물은 한국의 경우, 연탄재, 부엌찌꺼기, 일반쓰레기 등으로 구성되며, 도시의 규모와 계절에 따라서 다르다. 부엌 찌꺼기는 음식물의 준비과정에서 생기는 것과 식사 후 버려지는 것으로 플라스틱, 헝겊, 나무, 고무, 가죽, 유리, 금속 및 기타 물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도시 주변 등지에서는 쓰레기 종말처리 후 매립하여야 할 매립지의 확보 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천연 매립지인 난지도가 1993년 2월 28일 폐쇄되고 김포 매립지로 이전하였지만, 매립지 확보가 새로운 도시문제로 등장하는가 하면 소각장 설치 및 운영 등, 쓰레기 처리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각 사회 이익집단 간에 심각해지고 있다. 이로인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되고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면에서나 환경보호와 공중보건의 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되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 가정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한 후 각 가정마다 생활 쓰레기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첫째로 소비의 행태를 살펴보아야 한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원천적인 의미에서 쓰레기를 적게 소비하고 적게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쓰레기 양은 각 가정에서 소비한 물품의 양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각 가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의사를 결정하여 쓰레기의 양을 줄여갈 수 있다.
–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을 결정하므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물건을 구매하여 쓰레기 양을 줄인다. o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물건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해 보고, 필요한 물건일 경우 그 양을 결정함에 있어 경제성을 고려하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양을 구매한다. o 오래가고 견고한 물품을 산다. o 물건을 구매할 때 산 물건을 담아 올 바구니를 미리 준비한다. o 과도한 포장이 되어있는 제품의 구매를 삼간다. o 재활용한 물품을 이용한 제품을 구매한다. o 사용 후 버리도록 되어 있는 일회용 물품의 구매를 삼간다. o 음식물을 살 때 포장을 줄이기 위해 대량으로 구매한다. o 구매 후 같은 용기를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o 원 자재를 덜 사용하는 제품을 구매하도록 한다. o 음식물을 살 때 편리하게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오는 제품을 피하고 가능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o 음식물에 포장을 적게 사용하는 물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o 가족이나 친구들을 위해 선물이나 카드를 사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본다. o 가능한 만큼 필요한 채소를 재배해서 먹도록 시도해 본다 (주말 농장 이용).
–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o 음식은 양보다는 질에 중점을 두고 반찬 가지 수를 줄인다. o 양도 꼭 먹을만큼만 만들어 먹고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한다. o 냉동실, 냉장고만 믿고 식품을 방치하여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한다.
–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o 쓰레기는 반드시 분리수거를 한다. 젖은 쓰레기와 마른 쓰레기,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와 불가능한 쓰레기 등. o 주방 싱크대에서 걸러진 음식물쓰레기는 체 등에서 담아 1차로 물기를 제거한 후 꼭 짜서 버린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헌 신문지에 짜서 물기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한다. 젖은 음식물 쓰레기를 베란다나 정원에 펴 말린 다음 배출하거나, 과일껍질 등은 실내에서 어느 정도 말린 후 배출한다. 태울 수 있는 것은 소각장에서 태운다. o 썩는 쓰레기는 구덩이를 파고 모아 퇴비로 만드는 것이 좋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나 사료로 이용하는 것도 환경을 보호하는 한 방법이다. 가정에서 가정용 퇴비화 발효용기에 음식물쓰레기와 미생물 발효제를 넣어 퇴비원료를 만든다. 가정에서 퇴비화 발효용기를 사용하면 썩는 냄새가 나지 않으며, 음식물쓰레기를 매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만들어진 퇴비는 주말농장이나 텃밭, 정원에 유용한 거름으로 사용 가능하다. 가정에서 배출된 퇴비원료는 공동 수거용기로 수집. 운반하여 퇴비로 이용할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에 수분 조절제 (톱밥 등)와 발효제를 투입하여 하루 정도 혼합 발효한 후 부숙시키면 퇴비가 생산된다. 발효된 음식물쓰레기를 밭갈이할 때 혼합하여 1주일간 썩히면 토양에 유용한 거름이 된다.
둘째로 집안의 독성을 줄여야 한다. 집안의 독성을 줄이려면 먼저 유해 제품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다음과 같은 제언을 따르면 독성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고 가정에서 사용되는 유해한 물질을 줄일 수 있다.
– 물건을 구매할 때 가능하면 독성이 없는 포장과 물건을 사도록 해야 한다. 독성이 있는 포장에는 제조과정이나 분배과정에서 간혹 납, 카드뮴, 수은이나 6가 크로뮴 같은 독성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포장지의 사용을 줄이거나 포장되어 있지 않은 제품을 구매할 필요가 있다. – 페인트를 사용할 때 유성페인트 보다는 수성페인트를 사용하여 페인트 세척제의 필요를 없앨 수 있다. – 수명이 다 된 수은 건전지는 반드시 따로 모아 두었다가 지정된 장소에 버린다. –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음과 같다.
o 쓰고 남은 기름류는 절대로 하수구로 흘려 보내지 말고 모아서 비누를 만들어 쓴다. o 음식 찌꺼기는 반드시 걸러서 내보낸다. o 정화조는 1년에 1회 이상 보수 점검하고 청소한다. o 합성세제의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고 천연세제를 사용한다. 가정용 화학 세척제 대신에 베이킹 소다 (baking soda)나 식초, 쌀뜨물, 비누 등을 이용하여 독성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물의 오염도 원천적으로 낮출 수 있다. o 쌀 뜨물이나 국수 삶은 물 등은 정원수로 사용한다.
자원 (Resources) 절약
사전적으로 자원이란 인간 생활에 도움이 되는 자연계의 일부라고 정의되는데 기초자원과 천연자원을 가공한 것을 1차 자원, 이것을 가공한 것을 2차 또는 3차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 자원에는 지하자원, 토지자원, 수자원 등이 포함되며 천연자원에는 산림자원, 동물자원, 수산자원 등이 포함된다. 식량자원과 공업원료 자원과 에너지 자원은 관계되는 기초자원과 천연자원을 가공하여서 얻게 되는 1차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자원 절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취사용 연료 및 전기, 수돗물, 종이, 금속 등의 에너지 자원의 절약이 단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실천적인 방법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 취사용 연료 절약 취사용 연료, 즉 전기와 도시가스를 절약하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것과 조리기의 불꽃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과, 열 흡수가 잘되는 밑바닥이 넓은 조리기를 사용하거나 압력밥솥 (냄비)을 사용하는 경우로 할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위와 같이 함으로써 상당한 양의 전기와 도시가스를 절약할 수 있다. 가스용 압력솥은 전기용 압력솥보다 열 효율 면에서 훨씬 우수하므로 밥을 지을 때 고려해 보면 어떨까 한다.
– 수돗물 절약 집에서 음식을 만들고 씻고 청소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이 필요한데 수돗물을 아껴쓰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물부족 현상을 다소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의하여 점검하고 실천하면 좋겠다.
o 물이 흐르고 있는 수도꼭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반드시 잠그는 습관을 기른다. o 매번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기보다는 가능한 짧은 시간 동안 샤워를 한다. o 한 번 쓴 물은 다시 이용하는 습관을 기른다. 쌀뜨물을 국을 끓일 때 이용한다든지 기름제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한 번 세탁한 물이나 세수한 물 등은 바닥 청소용이나 화장실 변기 세척용 등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o 물을 틀어놓은 채로 음식이나 그릇을 씻지 않도록 한다. o 세차는 호스로 하지 말고 물을 받아서 사용한다. o 화장실 물탱크에 벽돌을 넣는다. o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지하탱크나 기타 용기에 모아 두었다가 화장실 변기 세정 용수나 공조용 냉각수나 나무 물주기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관리 사무소에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도록 건의할 수 있으며 개인 주택의 경우에도 큰 통을 몇 개 준비하면 시도해 볼 수 있다.
– 종이 절약 가정에서 사용하는 종이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그 양이 많지 않지만 포장용지의 사용이나 가정으로 배달되는 불필요한 광고지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양이 된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가정에서의 종이 절약을 실천해 보면 좋겠다.
o 선물할 때나 물건을 구매할 때 가급적 포장용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o 불필요한 광고지나 메일이 배달되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가령 문 앞에 ‘광고지 사절’이라든지 인터넷이나 회사를 통해 물품을 구입할 때 불필요한 뉴스나 광고지의 배달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o 컴퓨터나 여타의 인쇄, 복사기를 이용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만 인쇄하거나 복사한다.
나오는 말
지금까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환경보호 중에서 ‘줄이기’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그런데 위에서 제시된 것들은 어떤 면에서는 일반적인 환경보호 방법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선물로 허락하신 인간의 이성에 맞는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과 인간세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성을 활용하여 적합한 방법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이라든지 각종 학문을 하는 행위도 다 이러한 이성을 이용한 것임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환경보호를 위한 방법 중 ‘줄이기’는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의 열매 중 절제와 예수께서 말씀하신 새 계명인 이웃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원천적으로 환경 파괴는 인간의 소비행위와 연결되기 때문에 인간의 소비를 줄이면 소비와 연결된 각종 환경문제가 줄어들게 된다. 자연의 정화능력 또는 지지력 (Carrying Capacity)를 고려한 소비 조절이 환경보호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환경보호 노력은 곧 바로 이웃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이자 문화명령과 지상명령의 실천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단 하나뿐인 하나님의 걸작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과 자연은 서로 사랑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숙명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그 책임을 하나님은 인간에게 맡기셨기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아니 감사한 마음으로,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이 책임을 감당하길 소망해 본다. 나 한 사람부터, 그리고 가정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