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3년 12월
글을 시작하며
지난 호까지 우리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환경보호를 위한 방안으로서 줄이기 (reduce)와 다시 쓰기 (reuse)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사실 우리의 귀에 익숙한 환경보호의 용어는 앞의 두 가지 용어가 아니라 ‘다시 만들어 쓰기-재활용 (recycle)’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방송과 교육의 효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다시 만들어 쓰기를 잘 하면 환경보호에 충실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인식을 형성해 간다. 이러한 대중교육은 아마도 필요한 물건에 대한 욕구는 그대로 두되, 다 쓰거나 흥미를 잃게 된 물건은 다시 만들어 쓰면 된다는 편의주의적 사고를 부추길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앞의 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실 환경오염의 방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다시 만들어 쓰기’가 단연 앞의 두 가지 방안에 비해 그 효과가 뒤처지기 때문이다. 즉, 더러워진 것을 씻고 가공하여 쓸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하는 과정에서 천연의 재료를 쓸 때와 비교하여 결코 적지 않은 양의 에너지가 소비되고 부수적으로 환경오염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다시 만들어 쓰기는 차선의 환경보호 방안
다음은 영국의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옮겨온 글로서 다시 만들어 쓰기에 대해 일반적으로 우리가 들어온 내용이다.
“The definition of recycling is to pass a substance through a system that enables that substance to be reused. Waste recycling involves the collection of waste materials and the separation and clean-up of those materials. Recycling waste means that fewer new products and consumables need to be produced, saving raw materials and reducing energy consumption.”
(http://www.doc.mmu.ac.uk/aric/eae/Sustainability/Older/Waste_Recycling.html)
위 글은 다시 만들어 쓰기의 정의를 한 다음, 그 과정과 장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즉 다시 쓰기를 하려면 쓰레기를 모아서 분리하고 깨끗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과, 새로운 제품을 적게 만들고 천연원료를 절약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글의 어디에서도 쓰레기를 모으고 분리하고 깨끗하게 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양과 그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생겨나는 부수적인 환경오염의 우려를 하고 있지 않다.
앞 에서 다시 만들어 쓰기에 대한 조금은 부정적인 설명을 먼저 한 이유는 다시 만들어 쓰기가 줄이기와 다시 쓰기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환경보호를 위한 최선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생활의 변화까지 유도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다. 즉 현대 도시사회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익숙해져 있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방식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그러한 삶의 방식의 부산물인 오염물질을 화학적으로 또는 생물학적으로 처리하거나 버려지는 쓰레기들 중에서 쓸만한 것을 골라서 다시 만들어 쓰는 방법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환경오염의 속도를 조금 늦출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 맞게될 오염의 결과를 피하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만들어 쓰기의 필요성
필자가 유학 시절에 살던 필라델피아와 지금 살고 있는 배튼루지의 가정용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보면서 미국이 아직은 한국이나 유럽처럼 쓰레기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그렇게 많이 느끼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한국과는 달리 규격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다든지,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지 않는다든지, 개인 집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 쓰레기 분리 수거를 위한 통은 없고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버릴 때, 특별히 선별하지 않고 쓰레기 처리회사에서 운영하는 쓰레기 통이나 트럭에 그냥 한꺼번에 넣어서 버린다. 이렇게 한꺼번에 모아서 회사에서 직접 쓸만한 것들만 선별하고 나머지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매립하거나 소각로에서 불에 태운다. 몇몇 조사에 의하면 매립을 시작한 지 30년 이상이 된 매립지에서 썩지 않은 음식물이나 기타 다시 만들어 쓸 수 있는 물품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환경청). 이렇게 다시 만들어 쓸 수 있는 제품이 그냥 쓰레기로 매립되고 있는 것과 매립된 것들 중에서 썩을 수 있는 것들이 썩지 못하는 문제들 때문에 다시 한 번 다시 만들어 쓰기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야할 필요를 느낀다.
다시 만들어 쓰기의 방안
다시 만들어 쓰기는 천연의 재료를 써서 물건을 만들어 내거나, 생겨난 쓰레기를 무작정 버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환경보호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식을 급격하게 바꿀 수 없다면 다시 만들어 쓰기 정도는 실천할 수 있어야 환경보호에 최소한의 참여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따라서 다음에서는 이러한 다시 만들어 쓰기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다시 만들어 쓰기의 방안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가정에서 다시 만들어 쓰기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째는 다시 만들어 쓸 수 있는 제품을 골라서 다시 만들어 쓰는 것이며, 둘째는 다시 만든 제품을 골라서 사는 것이며, 세째는 개인 집의 뒷마당이나 마을 공동 장소에서 음식물 찌꺼기나 기타 정원 손질한 것들을 썪혀서 퇴비로 만드는 것이다.
첫째로 지역적으로 다시 만들어 쓸 수 있는 물품으로 지정되어 수집되는 물품이 어떤 것인지 확인한 후 그러한 제품을 중심으로 구매를 하는 것이다.
많은 마을에서는 유리, 알루미늄, 철, 신문지를 비롯한 종이와 카드보드와 특정한 종류의 플라스틱 종류 등을 수집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각 community 관리나 자원봉사 단체나 실제로 다시 만들어 쓰기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에 연락을 해서 해당 물품의 목록을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아파트 관리 사무소나 시청이나 구청이나 동사무소를 통해 이러한 목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시스템이 없으면 사실상 특정한 물품들에 한해서만 다시 만들어 쓰기를 할 수 있을 뿐 대부분의 물품들은 대책없이 매립장으로 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혹시 지역 공동체에서 다시 만들어 쓰는 시스템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즉, 길 옆에서 분리한 물건을 가져가는 프로그램이거나 주민이 직접 일정한 장소까지 가져가는 프로그램들을 말하는 것으로 각 지역 공동체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물품들을 분리 수거하는지 확인한 후 그에 따라 대처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 공동체에서는 신문지에 끼어 온 광고지는 수거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캔 종류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캔과 기타 철로 만들어진 캔을 분리하여 수거하곤 한다. 한국에 있을 동안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각 아파트 단지마다 수거하는 물품과 수거하는 날짜가 정해져 있어서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일반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지역에서는 이러한 분리수거가 효과적으로 시행되는 것 같지 않았다. 미 국의 경우 작은 지역 공동체별로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이러한 쓰레기 분리 수거를 시행하는 관계로 집 옆에서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에는 정해진 날짜에 맞춰서 지정된 물품을 내어 놓으면 되고, 분리한 물건을 가져다 놓은 경우에는 장소를 알아놓고 그곳까지 가져다 놓아야 한다. 만일 지금 살고 있는 지역 공동체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없으면 그냥 있지말고 적극적으로 관련단체나 주민들을 만나서 다시 만들어 쓰기의 필요성을 알리고 적절한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요청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물품들을 다시 만들어 쓸 수 있을까?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다시 만들어 쓸 수 있는 제품 목록
제품 목록 | 다시 만들어지는 내용 |
오래된 신문 및 잡지류 | 오래된 신문은 수거되어서 다음과 같은 용도로 다시 만들어 진다. 신문, 동물을 위한 침대, 섬유단열재, 섬유판, 펄프 제품, 전화번호부 등의 종이 제품 등. |
종이 상자류 | 주름잡힌 판지나 종이 상자용 판지 (피자 박스, 선물용 상자, 기타 상품 상자) 등은 수거되어서 시멘트 부대에 쓰이는 종이, 지붕을 잇는 펠트재, 새로운 상자를 만드는 판지, 종이 티슈와 종이 타월 등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
플라스틱 병 | 수거된 플라스틱 병은 카페트, 플라스틱 덮개, 섬유로된 단열재, 보우트의 선체, 사무실용 바인더 등의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
플라스틱 용기 | 수거된 플라스틱 용기 (보통 플라스틱 우유통, 쥬스 통)는 플라스틱 판재, 농업용 울타리, 플라스틱으로 된 얇은 판, 해양 말뚝, 그리고 플라스틱 벽돌 등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
알루미늄 깡통 | 알루미늄 깡통은 녹여져서 다른 알루미늄 제품 즉 알루니늄 호일, 새로운 알루미늄 깡통, 알루미늄으로 된 차 부속품 등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
철로 만들어진 깡통 | 철로 만들어진 깡통은 녹여져서 새로운 다른 철 제품, 둥근 쇠막대, 보강 막대, 그리고 차의 부속품 등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
유리병 | 수거된 유리병은 새로운 유리병, 고속도로에서 쓰이는 페인트, 유리섬유, 그리고 기계절삭용 모래 등으로 다시 만들어 진다. |
건전지 | 재충전 건전지의 일종인 니켈-카드뮴 건전지는 일단 수거되면 니켈, 크롬, 주철등으로 분리된다. 재생된 니켈은 스텐레스 강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인다. 그리고 재생된 카드뮴은 새로운 니켈-카드뮴 재충전 건전지를 만드는데 쓰인다. |
그 외 가정용 위험 쓰레기 중에서 다시 만들어 쓸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페 인트, 살충제, 제초제, 각종 독극물, 휘발유와 각종 연료, 자동차 엔진 오일 및 필터, 방향제, 부동액, 브레이크와 트랜스미션 오일, 차 건전지, 수은 함유제품 (온도계 및 자동온도 조절기 등) 등의 제품들은 특별히 지정된 곳에 가져다 주거나 허가를 받은 회사에게 넘겨서 처리하도록 한다. 일단 넘겨진 제품들은 전문회사에 맡겨져서 독성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 쓰여지거나 매립된다. 참고로 차와 관련된 것들 즉 자동차 오일이나 트랜스미션 오일, 차 건전지들은 일정액의 처리비용을 지불하면 자동차 수리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만일 본인이 부품을 교체하는 일을 직접할 경우나 위험 쓰레기가 발견될 경우에는 위험물을 어린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 놓고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둘째로 다시 만든 제품을 사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다시 만들어 쓰기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위에서 살펴본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 물품이 반드시 새로운 제품이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다시 만들어진 제품은 소비자에 의해 구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네 가지의 원칙을 지키면 좋겠다.
- 물건을 구매할 때 제품이 다시 만들어진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한다. 많 은 병, 캔, 종이 상자, 포장지, 과자 상자들이 다시 만들어진 재료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물건을 구매할 때 꼼꼼하게 살펴서 다시 만들어진 재료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도록 한다.
- 할 수 있는 한 다시 만들어진 내용물을 가진 제품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많은 종류의 종이, 유리, 철, 플라스틱 제품들, 즉 문구류, 포장지, 컴퓨터 인쇄종이, 많은 종류의 유리, 철, 플라스틱 용기들이다시 만들어진 재료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제품들은 식료품점이나 약국이나 여러 상점들에서 구할 수 있다. 문구류 가게나 인쇄소나 우편주문을 통해서도 이러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 다시 만들어진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지를 확인할 때는 반드시 다시 만들어진 재료를 사용했는지를 밝혀주는 문구를 찾고, 가능하면 다시 만들어진 재료의 함량이 가장 많은 제품을 선택한다. 그리고 좀 더 시간과 열의가 있다면 해당 제품의 회사에 수신자 부담 전화를 걸어 그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한 후 구매해도 좋을 것이다.
-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개인적으로나, 지역의 국회의원을 통해서나, 지역단위의 조직을 통해서 각 지방정부와 지역 산업체와 기타 관련 업체에서 다시 만들어진 재료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제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각 지방 정부에서는 각종 사무용품이나 차량관련 제품이나 건축관련 제품 등을 구매할 때 정해진 규정에 맞게 구매하도록 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에서는 대부분 이러한 다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가지고 있다.
셋째로 개인 집의 뒷마당이나 마을 공동 장소에서 음식물 찌꺼기나 기타 정원 손질한 것들 (개인 집이 있는 경우)을 썩혀서 퇴비로 만드는 것이다.
퇴비를 만드는 것의 장점과 방안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만일 음식물 찌꺼기와 정원이나 뜰을 정리하면서 생긴 나뭇가지, 풀 등을 퇴비로 만들면 상당한 양의 쓰레기가 줄어들어서 결국 매립을 덜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땅이 기름지게 되어 잡초가 잘 자라지 못하게 되고 토양의 손실을 막게되고 화학비료를 적게 사용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 적절하게 퇴비가 만들어지면 다시 정원이나 잔디에 뿌려서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혹 화분을 키우면 화분의 흙갈이에 쓰이는 좋은 퇴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아파트에 살 경우에는 아파트 공동 정원이나 화단에 가져다가 퇴비로 뿌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아주 많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썩히는 일을 삼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퇴비를 만드는 중에 쥐나 다른 해충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 만일 퇴비를 만들 공간이 없으면 퇴비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수거해 가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참여하거나 실제로 퇴비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가까운 지역 공동체에게 재료를 제공한다. 만일 그러한 프로그램이 속한 지역공동체에 없으면 해당 공공기관에 연락을 하거나 주민 대표를 통하여 퇴비재료 수거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해당 지역공동체에서 퇴비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