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됨”을 의미한다(마19:4-6; 고후6:14-16). 그런데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정의를 마음먹고 깊이 묵상해 보면 결코 그냥 단순하게 언급할 내용이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하나님 안에서”라는 의미는 교회에 다니거나 거듭난 그리스도인 이상의 의미이다. 이는 “하나님을 경외하면서”라는 의미이다.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축복이나 교훈을 언급하는 성경구절을 보면 그 앞에 반드시 조건이 있는데 “경외”라는 단어이다(시128:1, 4; 엡5:21). 사실 이 “경외”라는 단어는 구약과 신약 모두에서 강조되는, 하나님의 그의 백성에 대한 중요한 기대이자 명령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나 됨”이라는 것은 결혼과 동시에 부부가 저절로 완벽한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나 되게 하셨으니 부부가 전 인격적으로 100% 하나 됨을 만들어 가는데 헌신하겠다는 의미임을 이해해야 한다. 가정생활 전문가들은 부부가 서로 깊이 있게 하나 됨을 느끼며 친밀해지는데 약 27년이 걸린다고 한다. 즉 이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님이 하나 되게 하심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데 헌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결국 결혼이란 “하나님을 경외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하나 됨을 만들어 가기 위해 헌신하기로 결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하나 됨을 위한 헌신”은 바로 가정의 기초이기도 하다. 기초가 든든하면 비바람이 몰아쳐도 너끈히 견딘다. 하지만 기초가 든든하지 않으면 겉보기에 아무리 모양이 멋있고 화려하며 비싸게 보여도 비바람이 몰아치면 쉽게 무너질 뿐이다. 이제 결혼의 의미이자 가정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하나 됨을 위한 헌신”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그분을 두려워하고(fear) 공경한다는(respect) 뜻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님만을 의식하며 그분 앞에서 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그것이 자신에게 쓰던 달던 상관없이 말씀대로 순종하려 애쓴다. 또한 말씀을 읽는 목적은 은혜 받고 응답 받고 위로 받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순종하기 위함이다.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취사선택적인 태도가 아니다. 이런 취사선택적인 태도는 아무리 입술로 하나님의 이름을 자주 언급한다할지라도 결코 신앙인이 아니다. 오히려 본인은 믿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은 믿음으로 착각할 뿐 제멋대로 종교생활 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귀하게 여기며 그것에 자신의 삶을 비추어 본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상적인 가치관을 교정하며, 숨겨져 있는 내면의 욕심을 드러내 회개한다. 또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교훈과 명령은 자기 몸을 쳐서라고 복종코자 노력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런 삶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삶이 그들에게 분명한 목표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목표를 향해 가는데 필요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정직하고 진실하게 대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숨기는 것이 없다. 재정적으로 다른 통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비밀리에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하루의 일과나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거짓말 하지 않는다. 더욱이 남편이나 아내가 아닌 이성과의 만남을 개인적으로 가지지 않는다. 다른 이성과 유혹이 될 수도 있는 회색지대 조차 가지지 않는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남편과 아내는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가정에 대한 재정적 책임과 가사 일에 대한 책임을 기쁨으로 감당한다. 반려자의 욕구 충족에도 성실하다.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주님께 의지하며 그리스도께서 가정의 주인이 되시도록 늘 힘쓴다. 또한 그분을 경외함으로 서로에게 복종하고 사랑한다.
가정의 기초가 되는 두 번째 요소는 하나 됨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반려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에게 적응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를 기쁘게 해주려 노력하며 그를 위해 구체적으로 희생한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결혼하면 반려자가 자신을 위해 정성껏 맛있게 만든 요리를 식탁위에 올려놓기 때문에, 자신은 그저 그 요리를 즐기면서 맛있게 먹게 되리라 예상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남편과 아내가 오늘 저녁 무엇을 먹을지 함께 상의하여 결정하고, 어느 마트에 가서 장을 볼지 또한 어떤 재료들을 구입할지 정하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함께 다듬고 씻으며 양념을 적당하게 넣고 요리를 마친 후, 멋있는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려 두고 함께 즐기며 맛있게 먹는 이 전 과정이 결혼 생활이다.
이 과정에서 양보와 의견의 조율과 상대방에게 나를 맞추는 노력들이 이루어진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성격 때문에 어렵기도 하다. 남편의 권위적인 태도, 말이 없음, 냉정함, 자기중심적인 태도… 아내의 예민함, 좁은 마음, 오해… 이런 것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며 시시비비를 따지고 논쟁할 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있는 그대로 반려자를 용납하고 받아줄 때 해결의 실마리가 생긴다. 죄가 아니라면 반려자에게 나 자신을 맞추고 무조건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이런 노력을 할 때 세월이 흘러 어느 새 긍정적으로 변해 있는 반려자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나 됨을 만들어 가는데 반려자의 좋은 점을 의도적으로 찾아 칭찬해 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칭찬을 받는다는 것은 큰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이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데 큰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성숙한 관계는 성숙한 사람들만이 만들 수 있다. 반려자를 위해 희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나로 만들어져 갈 때 깎이고 부러지고 다듬어지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 이것은 자신의 인격적 결함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반려자를 위해 희생할 때 생기기도 한다. 때로 사람들은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하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훌륭한 전문가가 되었을 텐데…’, ‘내가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어려움은 겪지 않았을 텐데…’라며 억울해 한다. 하지만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결혼한 사람들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런 하나 됨의 과정을 겸손하고 즐겁게 거치는 사람들은 가정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마음껏 누린다. 서로에게서 누리는 편안한 쉼, 재미있고 즐거운 웃음, 사랑받고 있고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는 든든한 울타리, 넘치는 에너지와 활력, 교회와 이웃에게로 흘러 나가는 사랑과 섬김…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결혼한 부부에게 주시고 싶어 하시는 축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