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 가을이면 교우들의 당면 과제, 교회의 필요 등을 고려하여 담임 목사와 부교역자들이 특새의 주제를 고르기 위해 고심합니다. 특별히 올 가을은 ‘전 세계 증시 공황상태’, ‘금융공룡 리먼 브러더스의 부도’, ‘1930년 미국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한국 상황도 ‘환율 폭등’, ‘코스피, 코스닥지수 연중 최저점 경신’, ‘주가 18년 공든 탑 1년
에 무너지다’, ‘실물경기침체’ 등 연일 최악의 보도가 미디어를 장식해 왔습니다. 그 영향으로 미주 한인교회들 마저 헌금이 급감하는 등 ‘불황 찬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맞은 특새의 주제는
의외로 쉽게 결정되었습니다. 처음 이 주제가 추천되었을 때에 예년과는 달리 모두들 이견 없이 찬성했습니다. 주제는 예레미야 33장 3절 말씀을 근거로 한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입니다.

보통 한빛지구촌교회 특새 주제는 잘 알려진 찬양 곡 제목과 연결되어
결정되곤 합
니다. 예를 들어 “너는 내 것이라”,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약한 나로 강하게”, “주만 바라볼지라” 등 모두가 잘 알려진 찬양곡 제목들과 동일하지요. 매일 새벽마다 통일된 주제의 말씀과 기도, 그리고 동일한 찬양으로 하나님께 올려드릴 때 교우들은 일주일 내내 진한 은혜의 감동에 젖어
곤 한답니다.

이번에도 ‘부르짖으라’는 주제의 곡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고 또
찾아도 적당한 곡이 없었습니다. 70년대 옛 복음성가인 “부르짖으라 내 응답하리라”는 곡이 그나마 알려져 있었으나,
너무 옛 스타일의 조용한 곡이라서 특새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또 뜨인돌과 최덕신의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라는 곡은 말씀을 그대로 표현한 수준 있는 곡이지만 이른 새벽
교우들이 소화해 내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바로 곡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주변의 몇몇 사람에게 기도부
탁을 했습니다. 본래 강한 영적인 체험이나 특별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곡을 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든든한 기도의 후원이 필요했습니다. 하루 정도 예레미야 33:2-4절 말씀을 계속 묵상하고 다녔습니다.

다음날 찬양 준비하던 늦은 저녁, 후렴 부분의 멜로디가 떠올랐습니다. 평소 제가 쓰는 화성이나 멜로디 스타일이 아니어서 쓰고 나서 무척 생소했고, 또 불러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멜로디가 맴돌아서 후렴을 중심으로 흥얼거리다가 갑자기 로마서 8:35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협이나
칼이랴.』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극한 상황이더라도 예수의 사랑을 끊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이 말씀을 근거로 1절 가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고통과 시련이 내게 닥쳐와도 나는 쓰러지지 않네.
누구도 우리를 주사랑 안에서 끊을 수
없네.”

이는 어찌 보면 다급하기까지 한 주제,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의 현대적 상황을 표현하는
가사였습니
다. 수천 년 전의 텍스트(text)를 오늘의 콘텍스트(context)화
하는 것이 설교론의 핵심 이슈인 것처럼, 곡
을 쓰는 저에게 성경구절의 현대적 적용은 작곡할 때마다 항상 우선적인
과제입니다. 곧 2절이 흘러 나
왔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고백이었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날 배반하여도 예수는 변치 안네.
우리도 십자가 든든히 붙잡고 날마다
승리해.”

보통 우리에게 익숙한 말씀인 3절,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를 중심으로 후렴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후 문맥을
묵상해보니
사실 이 말씀을 더욱 권위 있게
하는 말씀은 2절이었습니다.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
취하시는 여호와, 그의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이가 이와 같이 이르시도다.”

이 말씀을 여러 번역본으로 비교정리해서 “땅을 만드신 주, 세상의 주관자, 통치하시는 왕, 그 이름 여와”로 정리되었고, 이 가사를
강조하기 위해 브리지(bridge)로 표현했습니다. 브리지 부분의 음악 양
식은 행진곡 풍으로 했습니다. 이
브리지의 가사 초본을 보신 장세규 목사님께서 제안하신 아이디어로
동일한 멜로디에 가사
“나를 지으신 주, 내 삶의 주관자, 다스리시는 왕”
추가되었습니다. 그러면
브리지는
자연스
럽게 “주가
말씀하시네~”
고백으로 전조 되어 한층 고조된 후렴으로 연결이 되도
편곡을 했습니다.

결국 많은 분들의 도움과 관심, 기도로 완성된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주제곡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좋습니다. 특히 가사에 큰 힘을 얻는다는 반응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렇게
힘든 때에 이 찬양이 한국교회에서
많이 불릴 수 있도록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모 집사님의 격려도 감사했습니다. 아무튼 이 곡으로 이번
특새는 주제 찬양도 없는 썰렁한
특새로 남지 않아도 되었고, 더 나아가 많은 분들의 기도로 우리의
고백과 상황에 맞는 찬양으로 매일 새벽을 깨우는 은혜를 경험하게
되었으니, 하나님께 감사하지
을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 당신은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