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




정말 제대로 알고 예배 드려야겠군!








“아는 만큼 누리는 예배” (홍성사, 2003),

송인규 지음, 233, 78백원


 


요즘은 조금 뜸해지고 그 열기가 식긴 했지만, 80년대 중후반과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송인규’란 이름 석 자는 일종의 문화 현상이었다. 그는 여러 책과 강의를 통해 기독교적 지성(Christian Mind), 기독교 세계관(Christian Worldview), 세계를 품은 그리스도인(World Christian) 등 당시만 해도 고답적인 신앙 풍토가 만연하던 시절에 신앙 생활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신선한 개념들을 많이 소개했으며, 기독 청년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그의 독자들은 통과의례처럼 그의 책을 탐독하면서 비로소 궁핍한 시대를 넘어 무언가 말할 게 있고, 생각할 게 있고, 따져 볼 게 있는 기독교와 신앙 생활에 입문하게 되었다.



예배에 대한 설교식 에세이


저자로서의 송인규 교수(합동신학대학원, 조직신학)는 번역서와 설교 녹취 위주의 우리네 기독 출판계, 그 중에서도 복음주의권에서 아마도 본격적인 의미에서 저술 작업(Original Writing)을 해 온 선두 그룹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저자 이전에도 훌륭한 자질을 지닌 한국인 기독 저술가(Korean Christian Writer)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무언가 아쉽고 여전히 가려운 부분을 그대로 남겨 두는 경향이 있었다.



저자의 여러 특장점 중 하나는 본문성경공부에 탁월하다는 것으로, 이는 단순히 성경에 정통하다는 것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를 느끼고 비교적 쉽게 그 본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설과 질문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IVF를 중심으로 한 그의 선교단체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터인데, 교회나 선교단체를 통해 성경공부를 충실히 해 온 이들이 적지 않지만, 그 가운데 교재나 글로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줄 아는 이들이 희귀한 상황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아볼로 성경공부〉 시리즈를 들 수 있는데, 3부작 성경공부교재는 시중의 교재들과는 유가 다른 이 말이 꼭 누구에게나 최고의 교재라는 의미는 아니다 원숙한 면모를 보여 준다.



본지에 오래 연재되면서 평신도 신학의 새 지평을 열었던 『정말 쉽고 재미있는 평신도 신학』을 묶어 두 권으로 낸 바 있던 홍성사가 <송인규 교수의 신앙카페> 시리즈를 내기 시작해 그 기획과 구성에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은 그 첫 번째 책으로 저자가 사역하는 새시대교회에서 3년 전 이맘 때 10주 연속으로 전한 “예배란 무엇인가?”란 주제별 설교를 독자들을 위해 새로 쓴 설교식 에세이(sermonic essay)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말을 통한 설교와 글을 매개로 한 책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모든 표현과 설명을 읽기에 적합한 형태로 바꾸고, 일반적으로 간략하고 단순히 전달되어야 하는 설교와는 달리 어떤 주제를 깊이 다루고 필요한 설명을 충분히 할 수 있으므로 설교 때보다 그 내용을 훨씬 자세히 정리”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섬김과 부복(俯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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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의 키워드


만약 우리에게 예배란 무엇인가에 대해 10주 동안 혹은 열 개의 주제로 나눠 말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주제들을 선정할 수 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모두가 매주 드리는, 하지만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주일예배에 대해 할 얘기가 많지 않을까? 저자도 이 문제를 의식하고 열 장 중 2장부터 8장까지 일곱 장을 주일예배의 각 구성요소랄까 순서에 할애하고 있다. 말씀기도찬송신앙고백헌금성례축도가 그것이다. 각각의 의미와 한국 교회 예배에서의 문제점 그리고 보완책을 제시하는 방식을 취하고, 그 앞뒤로는 예배 본질로의 회복과 생활예배를 다룸으로써 예배에 관한 우리들의 고민과 불만, 무지와 편견, 관행과 전통을 두루 살피고 있다.


1장 “예배, 본질로의 회복”에서 저자가 내세우는 예배의 키워드는 섬김과 부복(俯伏)이다. 이는 곧 신령과 진정(진리)으로 드리는 예배 정신을 말하는 것으로, “하나님이 누구인지에 대한 진정한 앎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 중심과 내면, 우리의 심령으로 예배”(23)하는 것을 말한다. 이어서 저자는 현대 예배의 예배 순서와 예배의 본질 또는 태도가 과연 연결이 되고 있는가에 의문을 던지면서 예배 의식 또는 순서로서의 예전(liturgy)의 필요성을 몇 가지 열거한다. 즉 예배에는 어떤 형식 혹은 일정한 틀이 필요하며, 질서와 일치 그리고 통일성을 위해서, 무시할 수 없는 전통으로서, 거룩한 공회(universal church)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의 도입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예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예전이 참 예배의 정신을 잡아먹는다는 데 있다”(26). 이후 저자는 이어지는 일곱 장에서 예전 즉 각각의 예배 순서를 하나하나 도마에 올려놓으면서 분석하고 있다.



한 번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은 것들


예배 순서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며 따뜻한데, 이는 신학교 교수이자 현실 목회를 하는 처지에서 당연한 것으로 사료된다. 아마도 예배의 다른 당사자인 평신도가 이런 주제의 책을 썼다면 조금 또는 훨씬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들은 현재와 같은 예전(禮典)에 별 문제가 없으며, 일부 보완하면 될 거라고들 생각하기 쉽지만, 예배에 수동적으로 일방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성도들의 관점에서 현대 예배들의 예전은 개선의 여지가 도처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자의 해설이나 지적이 그렇고 그런 수구적이며,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정도로 피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또 대단한 오해이다. 추측컨대 대부분의 교회들은 저자가 논구(論究)하는 바 예전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교묘하게 편의적으로 왜곡해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예배 순서에 대한 자세하고 친절한 교육을 하는 교회가 드물기 때문에 성도들은 알아서 눈치껏 따라가야 한다는 게 입증한다. 그러다 보면 교회를 수십 년 다녀도 예배 각 순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습관적으로, 남이 하니까 따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새 신자들에 대한 예배 교육 입문서로 적당하다. 비록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예배학 입문서나 예전에 대한 해설서가 아니며, 또 전통적 의미에서의 예배 갱신을 위한 안내서도 아니다”(6)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목회자나 신학생들이면 몰라도 성도들이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런 책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 책은 실제적이며 유용한 안내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각 장 말미에 세 개씩 들어 있는 “송인규의 Think and Act”는 내용을 요약하면서 독자 자신의 예배 생활을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도와 주는 질문들이어서 소그룹에서 읽고 나누기에도 적당하다.



예배를 볼 것인가 아니면 예배할 것인가


예배의 여러 순서들을 하나씩 살펴보던 저자는 9장에서 예배와 관련된 통념들을 한시 바삐 던져 버리자며 ‘예배를 보다’에서 ‘예배를 드리다’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예배하다’란 말을 쓰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공적 예배를 구성하는 세 요건으로 예배 정신, 공동체적 질서, 다양한 표현 수단을 거론하면서 “한국 교회의 예배는 예배에서의 공동체적 질서를 강조하고 음악이나 분위기 등 다양한 표현 수단에 대해서는 관심을 쏟으면서도, 정작 그런 것들을 통해 구현되어야 할 예배 정신에 대해서는 경시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201)는 통렬한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예배를 드린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마음의 강퍅함과 미혹에 얽매인 채 위선과 이중성으로 가득 찬 거짓 예배를 연출”하지 않기 위해 피해야 할 왜곡된 마음 상태로 외관주의(外觀, externalism), 형식주의(formalism), 수동주의(passivism), 감상주의(感傷, sentimentalism), 이분주의(二分, dichotomism)를 들며 경계하고 있다(207-9).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우리 각 개인과 한국 교회의 구성원들 사이에 깊이 뿌리내린 예배와 삶 사이의 파편화된 분리를 회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활 예배’로 독자들의 시선을 옮기고 있다. 주일 예배와 같은 의식으로서의 예배가 아닌 일상 생활을 통한 예배는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에게 아직 많이 생소하고 생경하지만,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 생활 예배야말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참된 왕과 주인으로 높이는 일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의 배경 자체가 시리즈 설교에서 착안된 것으로, 저자가 친절한 설명과 구체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은 다소 이론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논리적인 모색을 하는 바람에 단조롭게 보이기도 한다. 이는 저자가 붙인 바 ‘설교식 에세이’가 갖는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고, 한자가 섞인 개념어를 즐겨 사용하는 기성 세대들의 공통된 글쓰기 습관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예배의 본질과 순서들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면 우리가 매주 드리는 예배나 일상 생활 속의 생활 예배를 좀 더 풍성하게 누리는 소득이 있게 될 것이 분명하다. 어제나 오늘이나 총론과 원론 수준에만 머물면서 디테일(detail)엔 무디고 약한 우리로선 이런 책을 통해 서둘러 변화와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의식 있는 목회자들이라면 그저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이 책을 읽고 연구하면서 예배의 참된 의미와 예전의 바른 시행을 결심하면 좋겠고, 아울러 특히 젊은 독자들의 일독과 활발한 토론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