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6년 11월호

유학생으로 미국 땅을 밟고 지낸 7년, 그리고 직장인으로 2년 남짓 보낸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는 나와 내 가정에게 참으로 많은 축복을 내려주셨다. 무엇보다 하나님 안에서 꿈꾸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또 그 비전을 붙잡고 기도하게 하셨다. 나의 내딛는 한발 한발을 주의 친절한 팔로 이끄신 곳은 이 곳, 테네시 주립 대학이다.


처음 교수라는 직분으로 이 곳에 왔을 때, 나는 온통 기쁨과 감사,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쓰임받겠다는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코스타에서 뵈었던 교수님들의 모습, 캠퍼스에서 제자 삶기에 열심이셨던 그 분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나도 그렇게 되리라 기대하고 기도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다른 방법으로 또 나를 다지시길 원하셨다.


교수로서 일을 시작하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가르치는 학부 학생들, 주로 미국인 학생들과의 관계였다. 젊은 동양인 여교수가 수업을 가르칠 때 반응은 두가지였다. 호의 아니면 무시.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서툰 영어라도 나올 때면 의례 주늑이 든 나 자신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때가 더 많았다. 학생들 눈빛 하나 하나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한 번씩 무례한 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며칠을 끙끙 앓아대며 내심 ‘어떻게 혼내줄까’ 궁리를 하고 있었다. 교회 기도 모임에 가면 기도 제목은 늘 똑같았다. “실력있는 교수가 되어서 teaching 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세요.” 그러나, 수업과 학생들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님, 여기까지 보내셨을 때는 능력과 지혜도 함께 주셨어야죠.” 어느새 내 기도 속에 불만이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학기, 여전히 실력과 지혜를 달라고 기도를 하는 중, 성령께서 문득 ‘이건 하나님이 원하시는 기도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주셨다. 그리고,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이 주신 대답은 간단했다. “사랑하라.” 하나님께서는 내가 실력있는 교수가 되기 보다 먼저 학생들을 사랑하는 교수가 되길 원하셨다. 그 후로,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의 반응이 아니라, 이 수업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수업인가에 촛점을 맞추었고, 행여나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 학생이 생기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도록 기도했다. 나의 기도는 ‘실력과 지혜’가 아닌 학생들과의 relationship building 로 바뀌었다..


그렇게 얼마가 흐른 후, 하나님께서는 ‘통하는’ 길을 보여주셨다. 수업 중 학생들의 반응에 가슴 졸이는 것에서 해방되었고, 학생들이 내게 마음을 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학생은 ‘당신이 얼마나 이 수업을 위해 애쓰는지 알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라는 이메일을 보내주었고, 수업에서 늘 불만을 얘기하던 한 인도 여학생은 인도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해 주기도 하였다.


연말이 되면 꼭 학생들에게 주는 숙제가 있다. Vision Project. 그 과제를 통해 나는 학생들이 미래를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그리기를 원한다. 그러나, 또한 이 과제를 주며 나는 학생들에게 하나님에 대해 얘기하기를 원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드신 분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목적’을 가지고 우리를 만드셨다는 것, 그리고 그 목적을 찾아 이루어가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지난 해 이 과제를 제출한 학생들 중에는 그들의 인생 계획 중 ‘mission’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나의 사역의 방향을 ‘한국인’에게 너무나 고정시켜 놓았었다면, 하나님께서는 내가 서 있는 이 미국 땅에서 외국인들에 대해 마음을 쏟게 하신다. 나의 하루 24시간 중 삼분의 일을 함께 하는 이 학생들에게는, 왜 내 마음이 그토록 강팍하였을까? 이제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과 relationship을 쌓고, 또 그들과 하나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선생이 되기를 기도한다. 좋으신 선생님이었던 예수님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