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복음


양심적 병역거부


최근 특정종교인의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병역거부의 당부문제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KNCC에서 개최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관련 토론회에서 찬반양론의 열띤공방이 벌어졌다고 한다. 특이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병역거부 문제는 여호와의 증인을 신봉하는 사람들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이다보니 여호와의 증인을 이단으로 여기는 기성교회에서 이를 반대하면 합리적인 연구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비쳐질 우려도 있다.


주로 기독교계 인사들은 양심적 병역 거부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도외시하고 이를 빙자한 병역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특히 이단을 비호하고 양성하는데 악용될 소지가 있어 막아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여호와의 증인교리를 반박하면서 국가를 마귀로 보고 병역을 포함, 수혈과 학업조차 거부하는 교리에 협조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경우 이는 병역 거부의 기피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에 양심적 병역거부 지지자들은 세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되지 아니한 나라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종교간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을 따르는 소수자의 인권문제라고 주장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공론화 될 수 조차도없을 만큼 우리 사회는 닫혀있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그 주장 자체가 터부시 될 정도의 폐쇠된 시대에 우리가 살았던 것을 고려하여 보면,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고 자유롭게 찬.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이 되어 있고 또 그 나름대로 합당한 근거들을 가지고 있어 필자가 어느 편을 든다하더라도 양편의 무게는 그리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어느 편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 보다도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문제점들을 짚어 보는 것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는 우리 헌법상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 문제와 관계되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 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내면적인 사상과 양심을 외부에 표현하도록 강제되지 아니할 자유와 자기의 사상 및 양심에 반하여 어떤 행위를 강제 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그 내용으로 한다. 이 양심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와 함께 인간내심의 자유로서 정신적 자유의 근본으로 인정된다. 이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의 형성의 자유와 양심의 유지의 자유가 포함된다. 예컨데, 국가가 어떤 특정한 사상과 도덕만의 홍보에 노력한다면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강제적인 수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국민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로운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이는 양심의 형성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심의 유지의 자유에는 어떤 사상 및 양심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는데 만약 직접적으로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이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지만 간접적으로 충성선서나 십자가 밟기등 행위를 통해 내면의 양심을 드러내도록 강요하는 행위도 이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즉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당하지 않는 자유도 이 침묵의 자유에 포함이 된다.


바로 우리의 주제인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이 침묵의 자유와 직결되는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죽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심의 양심이 형성되어 있고 만약 그들에게 법으로 병역의무를 지운다면 총을 드는 행위는 필수적이 되고 바로 이 법으로 부과된 의무행위가 바로 자신들의 침묵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독일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서 특히 양심형성이 진실이냐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는 이미 법원의 도마위에 올라온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1969.7경에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신도들의 양심의 결정으로 군복무를 거부하는 행위는 응당 병역법에 의하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소위 양심상의 결정은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고 못 박았었다. 이제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옮겨지게 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의 종전 결정과 반드시 함께 갈 필요는 없으므로 이제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 보아야한다. 대법원에서 합헌결정을 한 것을 헌법재판소에서는 위헌으로 결정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