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법


주 5일 근무제와 교회


정부가 주 5일 근무제 시행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하여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다. 믿는 사람들 사이에도 이 문제는 예외가 아니다. 최근 한국기독교 총연합회는 공식적으로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였다. 물론 한기총의 공식적 견해라 하더라도 이것이 한국 교회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교회 일각에서는 한기총의 의견을 반대하는 소리도 높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공식적 의견을 발표하려면 한국 교회의 의견들을 다각도로 수렴해 보았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기총이 주 5일 근무제에 반대하는 근거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이것들을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고,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이 이제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주 5일 근무제를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어떻게 이것을 이용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여 보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한번 살펴 보도록 하자.


한기총이 주 5일 근무제를 반대하는 이유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주 5일 근무제가 10계명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계명 중에 엿새 동안 힘써 네 모든 일을 하고 이레되는 날은 안식일인즉 그 날을 거룩히 지키라는 계명에 의하여 주 5일 근무제는 엿새 동안 일하라는 계명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신앙인들에게까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차라리 제4계명인 안식일 명령보다는 창세기에 나오는 노동명령을 이곳에 적용하였더라면 더 설득력이 있지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제4계명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지 엿새 동안은 반드시 노동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하나님이 인간에게 노동명령을 주셨으므로, 하나님께 예배하는 날인 주일을 제외하고는 하나님을 위해 열심히 노동하여야 한다. 왜 주 5일만 노동을 하려고 하느냐라고 설득하였으면 – 사실 이것도 그리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 더 좋았을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면 향락산업을 부추기고 소비성향을 크게 자극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에 부가하여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한 후 단기간 동안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만간 이 제도가 정착이 되면 지금보다 크게 향락산업이 기승을 부릴 것 같지는 않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 사람들의 수중에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어차피 향락산업은 발전될 수 밖에 없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이 되고 기존의 공휴일도 쉬게 되면 쉬는 날이 너무 많아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다는 견해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점은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기존의 공휴일 제도를 개선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연휴의 기분이 월요일까지도 계속이 되고 결국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주 5일 근무제로 인하여 오히려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연구조사 보고도 있다. 이와 같은 이유도 그렇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교회와 관련이 있는 이유로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는데 주 5일 근무제가 시행이 되면 교회에 신도수가 줄어들 것이고 신앙을 갖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가장 설득력이 있고 경청하여야 할 주장 같아 보인다. 특히 교회 안의 젊은 부부들은 토요일을 이용하여 양일 간 멀리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주일예배를 걸르게 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휴가를 가느라 교회에 갈 정신이 없을 것이므로 전도가 잘 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국가가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더라도 그 제도로 인하여 사람들이 교회에서 예배 드리는 일을 게을리하게 된다면 결코 그것은 바람직한 제도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의 제도가 영적인 가치를 더욱 증진시키 위해 존재하여야지 영적 가치를 오히려 퇴보시키는 제도라면 결코 그 제도는 하나님이 기뻐하는 제도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으로 하나님께 헌신된 사람이라면 주 5일 근무 할 때건 주 6일 근무할 때건 예배를 걸르는 일은 없을 것이고, 신앙이 약한 그리스도인은 자기의 편의에 따라 주 5일 근무할 때건 주 6일 근무할 때건 예배를 걸르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와 같은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 5일 근무를 함으로 말미암아 교회에 유익된 점이 있고, 그 유익한 점이 위와 같은 우려를 능가한다면 굳이 교회가 주 5일 근무제를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유익된 점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하여 보자. 공무원 시험등 각종 시험을 이제는 토요일에 치르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제 우리는 주일시험 반대운동을 펼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도 주일날 시험을 치른다는 이유로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은 그 시험을 거부하는 고통을 안고 산다. 또 헌신된 그리스도인들은 주일날 온종일 교회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는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주일날 교회에서 헌신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교회에서 특별집회를 열 경우 평일날 집회를 하기 때문에 낮에 일터에 나가는 사람들은 낮집회에 참석할 수도 없었는데 토요일을 휴일로 하면 이제 금요일 저녁, 토요일 온종일, 주일 온종일 특별집회를 열 수 있을 것이고 이 경우 직장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핑계도 없어질 것이다. 이 점도 유익이 될 수 있다.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은 이제 대세인 것 같다.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성경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면 장점을 잘 살펴서 긍정적으로 성도들을, 나아가 국민들을 계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