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4년 11월호

나는 다윗이 골리앗을 대항하여 승리한 사무엘상 17장의 이야기를 읽을 때 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 전쟁에도 나갈 수 없었던 청소년 나이의 다윗이 불레셋의 대장군을 물매질 솜씨로 무찌르는 장면은 늘 감동적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다윗의 믿음은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된다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다윗이 골리앗을 무찌르는데 사용한 실제적 방법이 물매질솜씨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평소 사용하지 않던 솜씨였는데 하나님을 믿고 의지함으로 “주여! 믿습니다” 하면서 물매를 던져 골리앗을 물리쳤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시편과 다른 구약성경에 보면, 다윗은 자신이 돌보던 양떼를 사자나 곰 같은 동물들로부터 잘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고, 그 방편으로 물매질 솜씨를 익힌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힘센 동물들이 공격하여 양떼를 잡아가면, 모든 사람들에게 excuse가 될 수 있는 상황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스스로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즉 그의 물매질 솜씨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업무)를 최고의 수준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공적인 기술이였다.
다윗은 이 물매질 솜씨를 연마하기 위해 따분한 들판의 시간들을 허비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고, 하나님은 이러한 그의 전공적인 기술을 사용하여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안겨주신 것이다.


유학의 목적이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전공분야에서의 실력 향상과 이를 통한 학위 취득임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유학기간이 우리의 전공 실력, 즉 물매질 솜씨를 향상시키기 위한 최고의 기간일 것이다. 하나님은 훗날 이러한 우리들의 기술과 은사를 사용하여 그의 나라와 이웃을 위해 귀하게 사용하실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물매질 단련기간을 다음과 같은 몇가지 관점에서 새로이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무엇을 위한 실력 향상이고, 유학인지 재고해 보아야 한다.
세상의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만족과 인정 받음,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이 드러나서 남에게 섬김받고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유학의 길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인생관을 나의 인생관으로 갖고 사는 사람들이다. 주님은 자신의 인생의 목적을 “섬기러 왔다”고 하셨다(막10:45).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꿈과 유학의 목적도 하나님과 이웃을 더 크게 섬기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웃을 더 잘 섬기기위해 실력 향상을 도모하는 새로운 종족이여야 할 것이다.


나는 교수로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교수라는 위치가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인정과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으로 인해 내 일에 만족감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학생들을 잘 가르쳐서 그들이 미래 사회를 올바르고 멋있게 이끌어 나가도록 돕는 일을 위해 섬기는 자로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나의 기쁨이요, 만족의 근원이다.


둘째, 섬김은 최고의 실력으로 할 때 훨씬 기쁘다.
우리가 비싼 레스토랑을 가는 큰 이유중 하나는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 기쁨 때문이다. 우리가 어느 상점에 가든, 어느 사무실에 가든, 어떤 음악을 듣든, 또는 어떤 제품을 사든, 그곳에서 최상의 서비스와 최고의 품질을 만날 때에는 정말 마음이 기쁘고 흐믓하다. 적당히 만들어진 제품이나 적당히 행하는 서비스에는 감동이 전혀 없다. 우리가 물매질 솜씨를 향상시킬 때에는 최고와 최상의 수준을 목표로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윗은 죽음을 각오하듯 최선의 노력으로 양떼를 지켰고, 이로 인해 하나님은 그를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으셨다(시78:70-72).


물론 최고가 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더 쉽게 설명할 방도를 찾고,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외국의 교수법도 공부하면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통해, 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기쁨으로 돌아가길 늘 소원한다.


셋째,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지혜를 늘 간구하며 살아가야 한다.
유학을 성공리에 마치는 것은 50%의 자기 노력과 50%의 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50%의 운이라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바로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도우심이다. 나도 유학시절, 장학금만으로 생활비를 겨우 마련하고 있었는데,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보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얼마나 적절하였는지 모른다. 또한 중요한 어떤 실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나의 논문에서 필수적인 요소였는데, 실험기기가 계속 고장나고 실험용으로 만든 wafer는 거의 닳아 없어지는 것으로 인해 얼마나 초초하였는지 모른다. 그런 순간순간마다 실험기기에 손을 얻고 기도를 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요청하였고, 결국 원했던 실험 결과치를 막 얻고 나서는 실험기기가 더 이상 손 댈 수 없게 고장이 나버렸다. 또한 논문 최종심에서도 까다로운 교수로 인한 어려움을 하나님이 적절히 인도해 주심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졸업을 앞두고 미국의 불황으로 인해 취업의 문이 막히고 있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내 분야의 논문 저자들에게 직접 편지를 띄우는 좋은 아이디어를 주셨다. 이 방법을 통해 내 관련분야의 논문 저자들에게 20여통의 편지를 보낸 중에서 5-6군데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첫 인터뷰를 했던 Bell Lab. 에서 곧바로 job offer를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은 당시 우리 학교와 유학생 사회에서 그리스도를 충실히(?) 섬겼던 사람이 받는 축복이라고들 말해주곤 하였다.


우리 삶의 매 순간순간 하나님의 인도하심와 도우심을 간구하고, 또 이것을 실제로 체험하는 것이 축적될 때 우리의 신앙도 성숙되어지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주신 은사를 따라 우리를 사용하기를 원하신다. 그러나, 우리가 이를 단련하고 준비해 놓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사용하실 수 없다. 하나님께 쓰임받기를 원한다면, 이제 당신의 물매질 솜씨 연마를 위해 이 유학기간을 잘 활용하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