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것은 그로부터 

한 참 뒤였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른 ‘하나님께 속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는 한국을 떠나 선교훈련 과정을 거친 후 영국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또 흐른 뒤 하나님은 내게 선교의 비전을 발견하게 하셨고, 

선교사를 훈련하는 신학교에 들어가는 길을 열어주셨다. 

이 학교는 기본적인 성경을 비롯해 실질적인 선교의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Christian college였다. 특히 기본적으로 타 문화권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어서 70%의 학생들이 영국인이었지만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다른 학생들과도 잘 융화하고 서로를 돕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내 친구 케이트를 소개하고 싶다. 학생들이 

열려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보다 영국 

사람들을 사귀는 것이 사실 조금 더 어렵다. 영국인들은 모국어가 아닌 제 2외국어로 

공부해야 하는 타국인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케이트는 조금 다른 친구였다. 케이트는 나와 같은 지도교수님 그룹에 배치

되었는데 우리 그룹은 나와 연세가 좀 있으신 한국인 부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영국인으로 구성된 조금 특이한 그룹이었다. 대부분 그룹을 구성할 때 학교 방침상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 함께 배치하도록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첫 학기부터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꼈고 무엇보다 지도교수랑 잘 맞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룹 미팅을 할 때마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기 일쑤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주눅이 들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와 화장실로 들어가 물을 내리면서 엉엉 울고 말았다. 섬세하고 배려심이 

많았던 케이트는 아마 나의 모습을 지켜보았던 모양이다. 화장실로 쫒아와서 

내 표정을 살피고, 그 날 오후 은행에 갈 일이 있던 나를 차로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그녀와 함께 동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케이트는 

나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해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건 다른 누구의 

잘못이 아니고, 나 자신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케이트는 

“너의 문제라면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야”라고 말해주어서 지친 나의 마음에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그 이후로 케이트와 더욱 친해지게 되었다. 밝고 활달한 성격,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늘 배려하는 케이트를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녀가 품고 있는 지역은 중국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동양인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간단한 다른 나라 인사말은 열심히 배우고 또 기억하는 열정이 가득한 

친구였다. 원래 외과 의사인 케이트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의사와 선교사, 두 개

였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두 가지를 다 하기로 마음먹고 

일단 의대에 진학, 외과의사로 몇 년을 일하다가 자신이 일하던 모든 좋은 환경을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주신 두 번째 비전을 향해 우리 학교에 오게 되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만 따라 잡을 수 있었던 내 방에는 늘 새벽까지 

불이 켜져 있었는데 기숙사 출입구 쪽 2층이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놀러 다녔던 케이트는 내 방에 불이 켜져있으면 놀러오곤 

했었다. 하루는 그런 그녀에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왜 너는 다른 사람하고 

다르냐고… 이상한 질문이기도 했지만 이곳에 있는 다른 학생들과 그녀가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케이트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Because I want to be a missionary”  


선교사가 되기 위한 길, 주님을 따르는 제자로 살아가는 길은 어떤 것일까? 

많은 지식을 알고, 수 많은 케이스를 공부하고 익힌다해도 머리로만 하나님을 안다고

하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이 아니듯,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나는 사람을 향한 

사랑과 영혼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다면 다른이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무엇이 되기 위한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디에 있든 삶과 신앙의 일치로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자의 삶이 아닐까? 

선교를 향한 비전을 품고, 그 길을 위해 배움과 훈련의 시간을 갖고자 이 학교를 찾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 몇 년이 지난 지금, 사실 그 때 교실에서 배웠던 학문보다

이들을 통해 배우고 느꼈던 살아있는 현장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내 친구 케이트, 

밝고 환한 그녀의 웃음과 사랑이 중국 땅 어딘가에서 동일하게, 그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빛으로 비추고 있을 것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케이트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