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스타 2002년 12월호

당신께 가기 위해
나의 두 손을 버립니다.
세상을 향해 활짝 벌려 있던 두 손을
거침없이 던져 버립니다.
때론 두 세상을 가늠하기 위해
한 쪽씩 나누어 디디고 있던
나의 두 발도 버렸습니다.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눈과 귀 마저 불 속에 던져 버리고 갑니다.


아직도 나를 아프게 하는 가시가
내 안에 있기에
헛되고 헛된 지식과 의문의 짐들을
내게서 떠나 보내기 위해
머리를 지우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께로 가는 나는 온몸 지워지고 남은
불붙는 심장 하나,
당신의 커다란 마음에 합하여질 작은 조각입니다.


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 몸은 불살라 던지었고
내 마음은 당신께 사로잡혀 있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느끼게 하소서.
듣게 하지 마시고
헤아리게 하지 마시고
다만 느끼게 하소서.


이제 당신의 사랑을 깨닫게 하지 마시고
나를 통하여 그냥 넘쳐나게 하소서.